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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동경에서 본 한일 관계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중국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있었다. 강의에서 일본 학생에게 오후에 한일 정상회담이 있는데 한일 관계가 좋아질까? 아니면 좋아질 게 없을까?를 물었다. 강의가 세 시간이라, 시간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 일본 학생 단 한 명도 한일 관계가 좋아진다에 손을 들지 않았다. 학생들이 손을 든 것은 오직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게 없다는 편이었다. 친한 동료에게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학생들이 정치를 아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낙관적인 관측이 한 명도 없을까? 놀랍다고 했다. 친한 동료가 나에게 딱하다는 듯이 하는 말, 학생들도 눈치가 있고 일본 사회를 실감합니다. 아베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좋아지는 일 같은 게 일어날 리가 없다는 걸 압니다. 나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겠냐고 한다. 그렇구나, 한국에서는 그래도 조금 기대가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아예 기대조차 없구나. 이렇게 정반대로 다르다. 한국 사람들이 아무래도 좀 순진한 건지, 아니면 낙천적인 것인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해야 하겠다.

 

오늘 동경은 흐리고 추운 날씨다. 연말이 되기 전에 볼 일이 있어서 큰 역이 있는 곳에 가서 마트에 들렀다가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갱신하고 다이소에 들러서 건전지와 샌드 페퍼를 샀다. 부엌 가스대 주변을 바꾸는데 필요한 용품은 다 팔려서 못 샀다. 다시 한번 가게 생겼다. 연말이 되기 전에 날씨가 따뜻해서 대청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4일에도 강의가 있었다.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수업을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선생 입장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까지 강의를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만약 휴강을 하면 다시 보강을 해야 한다. 학기말이 가까워서 보강 하기도 어렵고 학생들도 더 귀찮아지는 결과가 되기에 정해진대로 수업을 하는 것이 낫다. 눈치가 없는 대학에서는 크리스마스에도 강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나 크리스마스에 대학에서 강의가 있다니, 젊은 학생에게 일 년 중 가장 들뜨는 시기에 너무 가혹한 처사다. 아무리 일본이 기독교 문화가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는 젊은이들이 축제를 기대하는 공인된 기회다. 그런 시기에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다니, 이렇게 센스가 없으니 일본은 저출산에 박차가 가해지는 것이다. 학생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그런 걸 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나도 크리스마스이브에 강의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신경이 쓰였다. 아베 총리가 먼저 크리스마스이브에 한일 정상회담이 있다는 걸 발표하면서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래 놓고 스가 장관과 둘이 한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마치 한국에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면서 다시 견제하는 발언이라니, 분열증인가? 수출규제도 찔끔 완화하는 시늉을 했다. 한국에게 이걸로 감지덕지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나가면 곤란한 것은 일본이다. 출구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아베 총리는 물론 일본이 이만저만 곤란한 것이 아니다. 아베 정권, 아베 총리를 비롯한 측근들이 각종 비리가 매일 터져서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아베 총리이다. 그런데, 역시 아베 총리는 일본을 향해서 한국이 약속을 지켜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한국이 계기를 마련하라는 등 속내와 다른 강경발언을 계속한다.

 

일본의 속내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한국에 성의를 보여서 한국 국민의 불매운동을 중단하고 일본 상품을 구입하고 관광 와서 돈을 써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역시 멋있다. 일본 지방경제가 무너지든 말든 상관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싫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처럼 핵심 지지층인 넷우익이나 극우만 보고 간다. 대단하다 혐한 정권! 중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오찬을 대접하고 아베 총리에게는 만찬이었다고 한국보다 일본이 대접을 받았다며 자랑한다. 거기에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는데 일본 외무성 직원이 기자들에게 나가라고 소란을 피워 발언이 들리지 않게 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대놓고 무시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중국 관광객에게 "매너가 없다"라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국제무대에서 이웃나라 정상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할 매너가 아니다. 지금 일본 정부는 한국을 무시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밟아주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외교적으로 대단한 성과가 되어 있다. 

 

속내는 다르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한국을 개무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행패를 부리고 굴욕을 줘도 한국이 팍 엎드려 주길 바란다. 수출규제를 하든 말든 한국인은 일본의 식민지나 노예로 일본을 위해서 일본 경제를 위해서 일본 상품을 사고 관광 와주길 바란다. 방사능이 어쩌고 그런 잔소리 말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도 팍팍 수입하길 원한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걸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 있는 대로 몽니를 부리는 심보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한국에 대해서 온갖 심술을 있는 대로 부려도 한국은 모른척하고 일본의 모든 걸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신앙과도 같은 믿음이 있다. 자신들과 뿌리를 같이 하는 토착왜구가 있으니까, 자유한국당을 보면 너무 잘 보인다. 그래서 끝까지 한국을 끝까지 괴롭히고 싶다. 어느 정도 심술까지 한국이 참고받아 줄지? 그러다가 한국이 망해주면 고맙다. 아니다, 식민지에 노예니까, 너무 약해져도 안되고 망해도 곤란하다. 일본의 가장 만만한 시장을 잃게 되니까. 적당히 어디까지나 삼장법사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 정도로 놀아주길 바란다. 

 

아베 총리가 수출규제를 하면서 일본이 삼장법사 인양 한국을 손오공 취급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일본과 한국의 토착 왜구가 콜라보로 한국인을 세뇌시켜 머리를 옥죄어 손오공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고 말았다. 한국인들이 불매운동을 하면서 세뇌로 머리를 옥죄고 있던 머리띠를 박살내고 말았다. 우리는 손오공이 아니다. 더 이상 일본의 식민지나 노예 노릇을 하기 싫다고 불매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거기에는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지도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중한 리더십과 한국인의 힘과 지혜가 더해져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역사상 한국인이 이렇게 기가 살고 자신을 가졌던 적이 있었나? 물론 그 과정에는 피 흘려서 쟁취한 민주화가 있었다. 

 

일본 학생들이나, 동료는 한일 정상회담에 관심이 없다. 아베정권이 하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없다. 더 이상 나쁘게만 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학생들의 한일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는 반응에 대해 그래도 한국에서는 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와 경제가 어떻고 가 아니라, 이웃나라와 껄끄러운 관계는 불편하니까 했더니 화색이 돈다. 학생들도 한국과 관계가 나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과 아베 총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싶지만 일본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처럼 한국이 다 알아서 기어주길 바란다.

 

아무래도 지소미아 종료에 강제징용을 한 일본 기업 자산 압류까지 가야 할 모양이다.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낸 강제징용 피해자, 한을 안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치욕을 안기는 '문희상법안'은 아니다. '문희상법안'은 강제징용 피해자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도 모욕적이며 굴욕을 준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소재가 문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진정한 사죄가 먼저이며 그에 따른 배상인 것이다. 왜 일본 정부와 기업에 면책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은 '문희상법안'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피해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는 현재 진행 중인 불매운동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불매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한국을 위하고 일본을 위하는 길이 된다. 성공적인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 대단하다. 한국인의 잠재력을 일깨워 같이 앞으로 나가는 지도자를 만났다. 두려울 것이 없다! 2020년에도 강력한 무기를 갈고닦아서 더욱더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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