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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새송이와 아베 총리

2013/12/30 새송이와 아베 총리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겨울이라고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아침과 밤에는 춥지만, 맑으면 따뜻하다. 나는 내일 대청소할 것이라, 오늘도 변함없이 게으른 하루를 보냈다. 허리가 이상해서 요가도, 산책도 안 하는 아주 게으른 날을 지내고 있다. 쉰다는 명목으로 그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그래도 매일 가까운 농가에 신선한 야채를 사러 간다. 야채는 사러 가도 못 사는 경우도 많다. 3일 전에 갔을 때, 하나도 없어서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아침에 있단다. 아침 몇 시예요?? 아침 6시 반에 내놔요. 너무 이르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이른 시간에 설쳐서/내놔서 골치가 아프단다. 그래서 어제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갔다. 아직 꽁꽁 언 공원을 가로질러서 갔다. 이렇게 추운 길을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덕분에 무를 네 개나 사다가 친구에게 반을 나누고 반은 내가 먹기로 했다. 요새 집에 먹을 게 있어서 마트에는 안 간다. 연말이나 연시에는 신선한 야채가 적고 비싸기 만하다. 그런 시기에 가까운 농가에서 신선한 계절 야채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런 사소한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블로그에는 그냥 소소한 걸 쓰고 싶다. 심각하지 않은 걸, 가볍게. 정말로 소중한 것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직업이 직업인지라, 항상 사회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걸 전부 논문에 쓰는 것도 아니다. 최근 내 주변에서 본 동경의 슬픈 단면을 쓰기로 하자.

크리스마스 전에 내가 항상 가는 마트에 특별히 싼 가격으로 한국산 친환경 새송이가 쌓여있었다. 한 봉지, 400그램에 99엔으로 상품 대비 너무나 싼 가격이었다. 새송이가 아주 컸다. 이 정도면 아무리 못해도 새송이 하나에 최저 100엔 이상이다. 네 개나 들었으니까, 너무 싼 가격에 나온 것이다. 누군가의 피눈물이 들어간 가격일 것이다. 나는 새송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싼 가격이라, 경쟁률이 높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상품을 보고 한국산이라는 걸 알고 내려놓는다. 그건 양호한 편이었다. 새송이를 향해서 한마디 한다. 왜 싼가 했더니, 저기서 온 것이었어. 내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행태가 재미있기도 해서 관찰하려고 새송이를 고르는 데 시간을 들였다. 마치 골동품의 진위를 가리듯이 천천히 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지만 사질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한국상품을 안 사는 걸 강조하듯이 한 마디씩 한다. 주위에 들으라는 듯이… 보통 일본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데 이상하다. 

예상과 다른 상품이면 슬그머니 놓고 자리를 뜰뿐이다. 그런데 한국산 새송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거기서 관찰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처음에는 사람들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한국상품이 부당한 취급을 받는 걸 보고 화가 나는 자신이 우스웠다. 이러다가 애국자 될라… 아니다, 사회학자로서 재미있는 관찰을 하면서 새송이를 싸게 사는 것이다. 울컥하는 자신을 추스른다. 새송이는 상품 대비 아주 싼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와 같이 온 여고생은 아예 손가락질을 한다. 작고 비싸도 일본산이 좋다고 애국심을 표명한다. 주위 사람에게 들으라는 듯이… 아주 고상한 척하는 아줌마도 품위 없는 말을 한마디 던지고 간다. 완전 버섯이 부서지게 함부로 던지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마치 한국상품을 사면 ‘매국노’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적어도 내가 보는 중에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한국산 새송이를 안 사는 게 마치 ‘나라를 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연하다. 한마디 욕이나, 상품을 함부로 다루는 게 ‘애국’인 것처럼 과격하고 당당하다. 마트에 진열된 상품을 고의로 파손시키는 것은 범죄가 아닌가? ‘애국’을 위해서 사소한 범죄쯤 문제가 아닌가? 사람들이 한국 상품을 눈앞에 두고 이성을 잃었다.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 와서 시내에 나갔다. 아주 추운 날이었다. 지하철 역 화장실에 들렀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역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화장실도 아무도 없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았다. 긴 전화도 아니었다.. 밖에서 청소하는 아줌마가 나를 향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서가 아니라, 한국사람이 화장실에서 전화를 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사람은 안 보인다. 욕을 하고 사라졌다
아는 사람을 만나서 좀 같이 다니는 데, 길가에서 일본 사람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째려본다. 한국사람들이 매너가 나빴던 것이 아니다. 아마 이런 일본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 어쩌면 ‘애국’이나, ‘구국’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대한 적대감정이 하늘을 찌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이며 일상적으로 ‘국방’을 위한 ‘전투’ 상황에 들어간 것 같다. 누가 ‘적’이냐고?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인 것을... 인정을 못하겠지.

내가 보기에는 정상으로 보이질 않는다. 죄 없는 한국산 새송이를 향해서, 한국 사람을 향해 욕을 하는 행태라니… 그러나 근래 일본의 정서에서 보면 아주 ‘자랑스럽고 애국적인’ 행동이 된다. 병적인 증상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했다. 많은 일본 사람들의 지지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들고일어날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일본이 언제 한국이나 중국을, 아니지 과거에 침략했던 주변국에 신경 썼냐고… 아니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그동안 신경 써서 키워줬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기어오른다고 괘씸해한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키워줬는지, 어떤 은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날 한국이나, 중국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지도편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확실한 근거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논리다. 그러니까, 일본과 한국, 중국의 관계는 ‘영토분쟁’이나, 각종 여러 가지 명칭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괘씸죄’가 된다

‘괘씸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태생’이니까, 아무래도 일본에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그런데 막판에 가서 미친 듯이 독도에 상륙했고, 천황에 대한 발언도 했다. 기대가 있었던 만큼, 괘씸했다. 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일본 매스컴에서 아주 호의적이었다. 당선되고 나서는 더욱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기대가 컸던 것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되어서 특별한 기대가 있었다. 선대부터 특별히 '친일'이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그런데, 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 일본 쪽에서 보면 ‘반일’인 것이다. 기대해서 귀엽다고, 예쁘다고 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괘씸하다. 여기서 문맥상 ‘괘씸죄’는 상대가 뭔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다는 것이다. , 제멋대로 기대했다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되겠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아베 총리가 주변국(한국과 북한, 중국)에 더욱 강경하게 나가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강경하게 나가는 방향이 어딘지 모르지만, 설혹 그게 낭떠러지나, 지구 밖이 된다고 해도 나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국민들이 개별적이며, 일상적으로 ‘애국’을 위해 미친 듯이 날뛰는 상황까지 끌고 왔으니까, 끝장을 봐야 제정신이 돌아올라나 모르겠다. 새송이를 둘러싼 행태나, 한국사람에게 욕을 하는 행태가, 단지 일부 ‘미친’ 사람들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대표적으로 일본이 가는 방향이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미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미친’ 것이 정상이다. 일본 사람들이 국가에 충성하고 ‘애국’하는 것, 대단하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부디 정상적인 범주에 머물러주길 바란다.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미치겠다

오늘도 나는 한국산 새송이를 먹었다. 맛있기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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