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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자민당 “압승”이 아니었다

2014/12/16 “압승”이 아니었다.

 

오늘 동경은 아주 추운 날씨다. 여기는 최고기온이 5도로 동경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기온이다. 서울이라면 모를까 너무 춥다. 최저기온이 아니라, 최고기온이었다. 기온이 낮아도 햇볕이 났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비가 오는 날씨였다. 돌아오는 길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추위가 더했다

어제는 골격 교정 치료를 받으러 갈 예정으로 전화를 했더니, 감기로 쉰다고 해서 못 갔다. 원래, 도서관에 가지 않을 예정이었는 데, 아침에 청소를 해놓고 도서관에 갔다. 이불을 널고 창문을 열어놓고 갔으니 햇볕이 나는 사이에 돌아와야 한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온 책을 체크해서 빌렸다. 두 시간 정도에 마쳤다. 도서관에서 할 일이 있었다. 일요일에 있었던 중의원 선거 결과를 주요 일간지에서 확인하는 것이었다. 메모지에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 집을 나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읽은 한국 신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서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나왔다. 일본 신문도 인터넷으로 봤더니, “압승”인 것 같지는 않았다. 도쿄신문부터 각 일간지를 훑어가는 데, 아사히신문을 읽는 사람이 너무 꼼꼼하게 읽어서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이불을 널어놓고 간지라,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을 정도로 시간이 지체했지만, 아사히신문을 뺄 수는 없는 것이다


일요일에 있었던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분석이다. 구체적인 숫자는 생략한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에서 제목에 “압승”이 들어간 것은 요미우리신문뿐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영자신문인 Japan Times에서도 “압승”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Japan Times는 주요 일간지로 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일본에서 주요 일간지로 치는 것은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를 가리킨다. 경제지인 닛케이, 산케이를 합쳐서 말을 할 때도 있다. 도쿄신문도 주요 일간지로 치지 않지만, 후쿠시마 3.11 이후에 탈원전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어서 도쿄신문도 본다. 보통 때에 읽는 신문은 아사히와 도쿄신문이다

신문의 제목을 보면, 아사히가 “유지”, 마이니치도 “유지”, 닛케이도 “유지”로, 요미우리처럼 “압승”이 적다. 요미우리는 “압승”이라는 것에 걸맞게 지면도 밝게 꾸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압승"이 아니라, “유지”가 맞는 내용이다. 유감스럽게도 자민당은 전혀 "압승"하지 못하고, 힘겹게 "유지"하는 데 그쳤다. 특이한 현상으로 공산당이 배이상 늘었다. 그래 봤자, 20명 정도이지만.... 공산당 힘내세요! 아베정권의 폭주를 막아줄 수 있을지요?

우선, 자민당이 해산해서 선거를 해야 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해산이어서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야당 역할을 전혀 못했지만, 선거준비도 못했다. 자민당 해산과 선거를 하면서, 매스컴에 압력 아닌 압력을 행사한 이유로 매스컴에서 선거에 관한 토론도 제대로 못했다. 이런 것은 조직이 강한 자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뻔했다. 거기에다, 자민당의 광고가 대단했다. 아베씨가 직접 나서서 광고를 전개했다. 짧은 기간이어도 광고가 너무 많이 나와서 화가 날 정도였다. 자민당은 “압승”을 기대하면서, “압승”을 위해 많은 공작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도 자민당이 “압승”을 해서 아베 정권의 “폭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숫자로 보이는 아베정권 지지율이 높았고 그동안 자민당이 정경유착과 매스컴과의 유착으로 인해, 자민당의 실책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경제는 점점 힘들어져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민주당시대가 훨씬 좋았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흐름이 바뀔 것으로 희망적이었다. 하토야마씨는 자민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이념을 주장했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나 보다 기대했더니, 결국에는 패션감각까지 흠을 잡는 난리를 쳤다. 관료들이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익숙해서, 자민당과의 협력관계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것에 비협력적이었던 것이다. 다음에 나온 간씨가 민주당을 말아먹었다고 본다. 시민운동가 출신이면서 톱이 되니 전혀 다른 행동으로 나왔다. 자신의 당조차 배반한 것 같은, 자민당 노선에 협조적으로 보이는 짓을 서슴없이 했던 것이다. 거기에다, 후쿠시마 3.11이라는 초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어쨌든 간씨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관료들도 비협조적이었다. 다음 주자가 예상외로 선전을 했지만, 사람들 인상에는 민주당이 아무것도 못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민주당은 나름 열심히 해서 성과도 있었지만, 전혀 못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실질적으로 힘겹게 "유지"하는 데 그쳤지만, "압승"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아이러니다. "압승"이라는 인상은 결국 아베 정권이 한 것이 좋았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더욱더 위험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당수가 떨어져서 완전 망한 것 같은 인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0명이 늘어났다

결국,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일본 정치는 더욱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예상치도 못했던 아베 씨의 재등장으로 경제도 움직이나 했더니, 나쁜쪽으로 확실히 기울었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최악”으로 정점을 찍었다. 아베 씨는 많은 일을 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특정기밀유지법”, “원전 재가동” 등 큼직한 일을 막 해치우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보장”과 “교육”은 더 부실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번 선거로 인해 이런 중요한 것들이 충분히 토론할 기회를 잃고 기정 사실화해서 넘어가려는 꼼수가 보인다. 자민당이 집권하면 관료와 매스컴이 유착해서 자신들의 실책을 교묘히 잘 감출수 있어서 국민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아베씨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후쿠시마 3.11이후에 조성된 “불안감과 위기감”이 영토분쟁으로 이어져서 장기적으로 “애국심”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주변국가에게 “침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황당무계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실은 공포정치에 성공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는 최저의 투표율에 갖은 수단을 동원했는 데도 불구하고 “유지”에 끝났다는 것은 일본 사람들의 의사 표명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국민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될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데 있다

도대체 일본을 얼마나 망치려고 하는지, 얼마나 사람들이 피폐해져야 하는지, 내가 보기에는 막다른 길로 “자폭”하는 것처럼 치닫고 있다. 사실, 정치가 만 “자폭”하는 것이라면 피해가 적다. 그러나, “자폭”은 정치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시키고 정치가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찍은 사진이다. 헐벗은 느티나무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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