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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불타는 시작 2016

2016/01/02 불타는 시작 2016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도 높은 포근한 날씨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특별한 것도 없고 2015년 마지막에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합작품인 위안부 합의라는 테러급 선물을 안겨줘서 그 여운이 남아있었다. 평화롭게 연말을 보내고 연시를 맞이하는 것도 안된다는 것인가? 연말에 한일정부가 손잡고 한국사회와 사람들을 분노의 구렁텅이로 떠밀 줄 몰랐다. 그래도 새해가 시작되니까. 친구와 새해가 시작되는 시간에 참배를 가는 곳에 구경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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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밤 11시반에 친구와 만나서 신사에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그날 밤은 춥지 않아서 집에서 입던 옷에 다운코트를 겹쳐 입고 나갔다. 목적지인 신사는 걸어서 15분에서 20분 걸리는 곳에 있다. 가끔 놀러 가는 다카하타후도는 새해 참배를 가는 사람 수가 많기로 유명한 절이다. 친구와 둘이서 2년전에 새해 참배를 간다고 갔다가 정말 고생했다. 그래서 얻은 교훈은 사람이 많이 온다는 곳에는 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친구가 약속시간보다 좀 늦게 나왔다. 친구가 내가 피클을 줬던 병에 아마자케라는 식혜 비슷한 걸 만들어 왔다. 아마자케는 친구가 실수로 끓여 넘쳐서 단맛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밤중에 밖에서 봤더니 꽤 많은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마, 홍백노래대항을 보면서 도시코시소바를 먹고 TV로 제야의 종이 울리는 걸 보고 있겠지… 나는 TV가 없어서 못보지만, 볼 생각도 없다. 새해 참배를 가는 가족과 밤을 새울 것 같은 연인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수상한 아줌마 콤비 같은 친구와 나도 역을 지나서 신사를 향했다. 만 명정도 밖에 안 온다니까 조용하겠지… 내가 전에 우연히 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역을 지나서 헬로키티네 집이 있는 퓨로랜드까지 일루미네이션이 예쁘게 켜져 있는 곳을 거쳐간다. 한밤중에는 일루미네이션이 꺼져 있는 줄 몰랐다. 일루미네이션이 꺼져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이상한 공포영화에 나오는 세트장 같았다. 문제는 친구와 내가 엄청난 길치라는 것이다. 친구는 내가 간 적이 있다는 말을 믿고 그냥 왔단다. 한 번 판테온 신전까지 갔다가 길이 헷갈려서 퓨로랜드 쪽으로 돌아왔다. 눈치껏 다른 사람들이 걷는 방향을 따라가기로 했다. 육교를 건넜더니 바로 거기가 신사였다. 신사에 가기 전부터 나무가 타는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왔다. 친구와 둘이 코를 벌렁거리면서 냄새 좋은데… 

신사에 들어가니 바로 불을 크게 피우고 있었다. 불을 쪼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받았던 운이 좋으라는 화살이나 그런 걸 태우는 곳이기도 하다. 옆에 보니 장작이랄까, 통나무가 쌓여 있었다. 불을 피우는 곳은 금줄을 치고 대나무로 금역이 만들어져 있다. 일본에서는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서 운을 좋게 하는 부적이나, 인형, 바늘 등도 절이나 신사에 가서 태워 달라고 한다

신사를 살짝 둘러보니 작은 곳이지만 사람들이 적당히 많았다. 새해 참배를 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나중에 보니 줄이 꽤 길었다. 신사에서도 아마자케를 주는 곳이 있어서 받아 마셨다. 살짝 신사 내를 둘러보고 참배하는 줄이 얼마나 긴지도 확인했다. 둘 다 참배하러 간 것이 아니라, 구경하러 간 거니까… 불태우고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문지 궁금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까, 은행나무였다. 나무를 태우는 향기가 아주 좋았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신사에도 가기로 했다. 중간에 집에 들렀다가, 친구에게 새해맞이 그림을 한 장 줬다. 다시 동네 신사로 갔다. 평소에 도서관에서 달걀 사러 갈 때 잘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평소에 전혀 볼 수 없는 모든 것이 새해를 위해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도 젊은 사람들이 참배를 하고 셀카를 찍고 있었다. 동네에 사시는 나이 드신 분들이 장작불을 피우고 관리하고 계시다. 신사 바로 옆이 소방서다. 여기서도 술을 준다

친구와 둘이 집에 돌아오니 밤 2시가 되어 있었다. 새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불타는 2016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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