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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축제는 시작되었다

2018/02/08 축제는 시작되었다

 

오늘 동경은 오전에 맑게 개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먹구름이 끼었다. 저녁에 해질 무렵에는 다시 구름이 살짝 걷혔다. 오늘은 도서관이 쉬는 날이라, 집에서 쉬는 날로 정했다.

 

어제까지 채점을 끝내고 성적을 입력했다. 도서관에서 어제 채점을 끝냈더니 그동안 뒷목이 땡기고 등마저 딱딱해질 정도로 피곤했다. 채점을 끝나니 뒷목도 풀리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 공원에서 아는 아이들을 만났다. 두 살과 네 살짜리 남자 아이 둘과 그 엄마를 오랜만에 만나서 한참 놀았다. 네 살짜리와 내가 좀 친하다. 그 아이는 나무 사이를 탐험하는 걸 좋아해서 나에게도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아줌마야, 거기에 들어 갈 수가 없다고! 그러면서 뛰고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달려와 부디쳐서 나자빠 쓰러지길 거듭하며 즐거워한다. 비눗방울 놀이도 했다. 어릴 때도 한 적이 없는 비눗방울 놀이다. 거기 엄마와는 생활정보를 교환했다. 요새 물가가 비싸서 먹을 것도 사기가 겁이 난다는 말도 했다.

 

오늘은 아침 늦게까지 잤다. 채점이 끝났다고 조금 느긋하게 쉬고 다음 일에 들어 갈 예정이다. 날씨가 좋아서 빨래도 한 번 했다. 오후에 들어서 산책겸 가까운 공원에 핀 매화를 찍으러 갔다. 맑게 개인 하늘을 배경으로 찍으면 매화가 더 예쁠텐데 먹구름이 잔뜩끼었다. 이 곳은 내가 항상 다니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오지 않으면 언제 매화가 예쁘게 필지 잘 모른다. 오늘은 작정해서 갔지만 사진을 찍는 시간에 구름이 낀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 주변에는 전에 내린 눈이 다 녹지 않고 남았다. 눈이 남아 있어도 때가 되면 매화가 핀다. 눈이 남아 있는 중에도 매화가 피어서 더 예쁘게 느껴진다. 매화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한 그루만 꽃이 많이 피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평창올림픽 관련 뉴스를 읽었다. 그 중 한 기사가 기가 막히는 내용이었다. 평창올림픽에서 걸림돌이 되는게 일본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기된 것을 문제 삼을 것이고, 선수들이 쓰는 헬멧에 이순신 장군 그림이 문제를 삼을 것, 아리랑 가사에 독도가 들어가서 그 것도 문제시할 것이라는 등이다. 설사, 일본이 이웃나라 올림픽에 가서 '올림픽 정신' 따위는 내팽개치고 '역사논쟁'을 한다고 해도 대처하면 된다. 문제가 될 사안은 문제를 삼는다 해도 한국이 역사를 '날조'하거나 '왜곡'한 것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해가 가도록 설명을 하면 될 것이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한국에 오기도 전에 '언론 플레이'를 얼마나 했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언론 플레이'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정상회담이나, 올림픽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안에 따라 대처를 하면 될 것이다. 한국이 떳떳하지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제는 일본 뉴스에 아베 총리와 미국 부통령이 나란히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서 한국을 시켜서 북한을 이지메하라는 것 같이 보였다. 지금까지 일본이 북한을 얼마나 이지메했나?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을 이지메하고 싶으면 한국을 시키지 말고 직접하면 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해도 올림픽에서 할 일을 아니지 않나 싶다.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고 대국으로서 체통을 지켜줬으면 한다.

 

일본이 올림픽에서 '역사논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역사논쟁'은 단지 한국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중국과 관계회복을 힘쓰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역사논쟁'은 한국만을 상대로 하는 것 같지만,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가까운 중국이 지켜보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역사논쟁'을 해서 올림픽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자신들의 '역사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만다. 세계와 관계개선을 꾀하는 중국에 자신들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아닌 일본의 '역사의식'인 것이다. 일본 스스로가 '역사논쟁'을 일으켜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일본이 올림픽에서 '역사논쟁'을 한다면 한국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인 운동으로 전개된 것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의식'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이 그 연장선에서 '역사논쟁'을 일으킨다면 일본의 실체를 알리는 꼴이 되고 만다.

 

미국과 일본이 아무리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고 고위급 회담을 가지는 등 관계에 진전을 보이는 것이 마땅치 않아도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정신'을 내팽기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을 보이면 자신들의 체신을 잃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힘든 상황에서 열리는 평화로 이끌어 가려는 평창올림픽을 성공하게 도와야 한다. 자신들 이익만을 추구해서 평창올림픽에 재를 뿌리면 한국에서 '반미' '반일'세력을 키울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정세는 항상 바뀐다. 어디를 향하는 것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것인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 노력하는 방향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아무리 추워도 때가 되니 매화가 피었다. 옆에 눈이 쌓여 있어도 매화가 피는 것이다. 평화올림픽을 폄훼하는 세력이 미친듯이 날뛰고, 평창올림픽을 망하게 하려는 세력들이 난무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매화꽃을 피워야 하는 것과 같다. 눈보라가 쳐도 매화는 핀다. 오늘 찍은 사진처럼 맑게 개인 하늘이 배경이면 매화가 더 예쁘겠지. 하지만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매화도 매화인 것이다.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 걷힐 것이라, 더 드라마틱하다. 매화가 꽃을 피우는 것처럼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하려는 '염원'이 더욱 클 것이고 '평화'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올림픽이다.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매화가 핀 것처럼, 축제의 꽃이 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