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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동경에서 분노의 데모

2018/03/12 동경에서 분노의 데모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어제 한밤중에 블로그를 올리느라고 아주 늦게 잤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날씨가 좋으니까, 생활도 천천히 방학에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집에서 일을 하고 프린트하러 나가는 김에 야채 무인판매에 가서 야채를 샀다. 마트에도 가서 아보카도와 닭고기, 양배추, 고동을 샀다. 집에 오는 길에 공원에 산나물이 있어서 저녁에 먹으려고 뜯었다. 저녁에 산나물을 데치고 고동을 삶아서 먹었다.

 

 

오늘부터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서서히 방학이 끝날 것을 준비해야지. 페북에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동료가 열심히 아베 정권의 위기에 관한 뉴스를 연속해서 올린 걸 보고 있었다. 동료가 몸이 아프다면서 그런 걸 열심히 올리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흥미롭게 보면서 웃고 있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도 반응을 하고 있다. 나는 페북에 친구가 50명 정도로 적다. 그 것도 거의가 외국에 사는 외국인으로 일본어를 읽는 사람도 아주 적다. 지금 올라오고 있는 뉴스는 일본어인 것이다.

 

요 며칠 아베 정권이 모리토모 학원 문제로 핀치라는 뉴스가 전해지지만 그냥 심드렁하게 보고 있다. 문서를 위조한 문제로 담당했던 재무성 직원이 자살을 해도 그저 또 자살을 했구나, 말단이 자살로 모든 걸 안고 가는 걸로 끝내려나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일본 정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니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살아서 권력을 유지하고 아랫사람이 책임을 지는 식으로 자살을 해왔다. 자살한 것으로 책임을 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었기에 더 이상 추궁을 못해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가나? 하면서 보고 있었다.

 

정말로 그만 둬야 끝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기가 한 말을 전혀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 도대체 이번 문제도 처음에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만약에 부정이 있었다면 자기 목을 걸겠다고 했다. 발각해도 자신이 한 말과는 달리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한 두번도 아니고 아베 정권에 들어서 매스컴을 장악하고 언론탄압 하는 것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지금 발각한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것도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워낙 정치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 않는다. 아베 정권에서는 무서워서 말을 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눈치를 본 적이 없는데 동료와 시국에 대한 말을 할 때 주위를 둘러본다. 마치 내가 간첩이라도 된 것처럼 주위를 살펴본다. 일본이 아주 자유로울 것 같지만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일본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 무서운 세상인 것이다. 벽에 눈이 있고 문에 귀가 있는 지경이다. 사회 전체가 주변을 감시하는 것 같다. CCTV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 감시하는 것이다.

 

10시쯤에 수상관저 앞에서 데모를 하고 있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아침에는 10명 정도였는 데 저녁이 되면서 불어나서 밤에는 많아졌단다. 1000명 정도가 모여서 데모를 하고 있단다. 일본 사람들이 데모하고 있다니 귀엽다! 사람들이 만든 피켓을 보니, '거짓말 하지마' '국가적 대범죄' '내각 총사직' '아베 내각 끝났다' ‘아베 너야말로 국난' 등이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나왔나 싶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데모 정도는 완전히 무시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무시한다. 나도 페북에 올라와서 알지 뉴스로 보도하지 않으면 데모가 있는 줄도 모른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일본에 데모가 없는 걸로 알고 있을 정도다.

 

아주 흥미롭게 뉴스를 보고 있더니 예전에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 문자를 연속해서 보내온다. 일본인이지만 일본에서 사는 것이 괴롭다고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을 간다고 한다. 캐나다는 추우니까, 호주로 하라고 했더니, 일본에서 사는 것이 괴로우니까 영하 40도라도 괜찮단다. 아이도 있으니까,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했다. 이 학생은 아주 개성적인 사람이다.

 

일본이 강제 수용소 같다고, 간접통치로 언론의 자유를 뺏고 기업을 통해서 미크로 단위로 시민을 착취해서 국민이 노예가 되어 있단다. 일본을 떠나겠다고, 절대 왕정의 중세 같단다. 표현력이 뛰어나다.

 

몸이 아픈 동료가 수상관저 앞 데모 동영상을 올렸다. 캡션이 수상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단다. ! 재밌다. 지금까지라면 매스컴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런 기사나 동영상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기사나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시민들이 릴레이 하는 식으로 퍼 나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뭔가 움직임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일본 사람들이 참고 또 참다가 거리로 나왔다. 날씨가 좀 풀려서 다행이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도 감기 걸리지 않겠다.

 

나도 길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올린다.

 

블로그를 쓰면서 다른 쪽에서는 일본어로 채팅을 하면서 글을 쓰니까 정신이 없다. 뉴스를 보고 동영상도 동시에 보면서 했다. 멀티 태스킹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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