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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모멘야 마키노1

오늘, 시간적으로는 어제 시모키타자와에 다녀왔다. 시모키타자와에 간 목적은 모멘야 마키노라는 천을 파는 가게에 가는 것과 다음 역에서 가까운 갤러리를 겸하는 수공예 전문 가게에 가기 위한 것이었다. 지인과 시모키타자와 역 동쪽 개찰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일찍 도착한 모양으로 전화가 왔는데 받지 못했다. 고마바에서 시모키타자와에 들어 설 무렵 전화를 봤더니 전화가 왔다는 걸 알았다. 내가 전화했더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단다.

 

서둘러서 가느라고 요즘 시모키타자와역이 공사를 해서 개찰구가 바뀌고 혼란스러워 전날 검색을 해서 약속 장소를 정했다. 정작 내가 헷갈려서 다른 곳으로 가다가 되돌아서 지인을 만났다. 지난 2월 초에 만난 가게 여주인이 1시부터 있다고 했는데 허겁지겁 1시에 가는 건 아닐 것 같아 빈테지 숍에 들어갔다. 그래서, 옷을 몇 장이나 충동구매를 하고 말았다. 

 

모멘야 마키노에 갔더니 여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가게 앞에 있는 천과 앞치마 등을 보면서 기다렸다. 모멘야 마키노는 시모키타자와 역 동쪽 개찰구, 시모키타자와 역이 오다큐선과 게이오 이노카시라선이 공동 개찰구를 썼는데 분리한 모양이다. 오늘 올 때 게이오선 쪽으로 갔더니, 알기 쉬워서 좋았다. 근데 개찰구가 분리되면 일반 개찰구를 나와야 하니까 환승할 때 불편하겠다. 오다큐선과 게이오선을 주로 쓰는 사람으로서 약간 귀찮지만, 헤매지 않아도 된다면 그게 좋다. 내가 알던 소박한 시모키타자와 역에서 점점 바뀌고 있다. 시모키타자와의 경우, 역 개찰구도 변경을 한다. 모멘야 마키노는 피콕이라는 마트 맞은편에 있다. 피콕은 시모키타자와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입구는 소박하지만, 천과 수공예를 좋아하는 프로의 눈으로 보면 보기 드물게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찬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오늘 같이 간 지인은 비즈공예 작가다.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개발한 상품도 있고 몇 년이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인도 천을 좋아한다. 지인에게 모멘야 마키노를 '갤러리 같은 천가게'라고 말했다. 나도 많은 천을 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천가게를 봤다. 외국에 나가서도 한다 하는 천가게나 실집에는 일부러 보러 가는 사람이다. 나는 천가게나 실집을 보면서 해당 지역의 민도라고 할까, 문화의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문화라는 것은 한날한시에 축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주로 내가 다녔던 신주쿠 오카다야도 전문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주쿠에 가면 일이 없어도 들렀던 곳이다. 나름 괜찮은 실들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다녔는데 이제는 가면 안 되는 곳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려놨다. 몇 번이나 불쾌한 일을 당해서다. 

 

모멘야 마키노는 오늘 들었더니 60년 이상되었고 3대째 한다기에 가게 홈페이지를 확인했더니 65년이나 된 가게다. 나는 가게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에 관심이 없다. 가게 주인이 오픈마인드인지, 손님을 소중히 여기는지가 중요하다. 나도 뜨개질을 한 역사도 있지만,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실을 파는 큰 가게를 많이 가봤다. 그런데 일본에서 가게 주인이 오픈마인드인 사람을 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거의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건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인데, 모르는 것 같다. 아마, 그러고도 장사를 할 수 있어서 그럴 것이다. 다른 나라라면 장사가 안된다.  

 

예를 들어 10 몇 년 전에 나카노(?)에 있는 큰 실 가게에서 실을 사면서 재질을 물었던 적이 있다. 가끔 뭉텅이 실에 라벨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때도 만 엔어치 이상을 사면서 물었는데 가르쳐 주지 않았다. 멘붕이 왔다. 한꺼번에 실을 만 엔 이상 사는 사람 그리 많지 않다. 일본에서 이런 일을 흔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 가도 전문점에 가면 전문가들이 일을 하고 나 같은 손님은 귀중하다.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물건도 많이 산다.

 

요새 일본에서는 너무 외국인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해서 차별적으로 대하지만 않아도 괜찮은 가게가 될 정도로 가게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솔직히 나는 너무 많이 당해와서 징글징글하다. 동경에 30년 이상 살았고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나도 일본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 가장 두렵다. 같은 돈주고 물건 사면서 차별을 당하는 상처까지 입어야 한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즐겁게 쇼핑할 수 없기에 바겐헌터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이나 가게에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일본에서는 최저한의 소비만 하고 싶다. 내가 보기에 모멘야 마키노는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라고 해서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것이니까, 혹시 모멘야 마키노에 가서 차별적이거나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면 두 번 다시 가지 마시라.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 주시길 바란다. 내가 대신 사과를 올리고 이 글을 지우겠다. 반대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거나 손님이라고 '갑질'하는 일은 절대로 삼가해주시길 바란다. 

 

모멘야 마키노는 수공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인상적인 가게다. 수공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꿈과 희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수공예를 좋아하지 않아도 구경삼아 한 번 볼만한 가게다. 우선, 수많은 천가게를 가봤지만 가게 자체가 '갤러리' 같은 인상을 가진 곳은 드물다. 가게에 있는 상품 질이 좋다는 것도 찬찬히 보면 알겠지만, 자연스럽게 색상의 조화와 물건이 놓인 것에서 나는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철학이 있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진을 찍었지만, 휴대폰으로 찍어서 내가 느끼는 느낌은 잘 찍지 못했다. 

 

그런데, 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증한다. 참고로 나는 오늘로 두 번 갔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사지 않은 것이다. 수다만 떨다 왔다. 도중에 손님이 오면 알고 자리를 비우고 천을 보거나 다른 걸 보면서 즐겼다. 손님으로는 전혀 반갑지 않은 사람이지만, 좋게 대해 준다. 가게 주인이 정말로 괜찮다는 것이다. 인성이다. 물건을 파는 것도 봤다. 손님 편에 서서 비슷한 것이면 싼 쪽으로 권한다. 잘하는 것이다. 장사를 한 두해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은 넓을 것 같지만 좁다. 나처럼 오래 다닌 가게를 다니면 안 된다고 결심을 하게 만들면 결국 장사가 망한다. 그런 감정은 나만 갖는 것이 아니니까, 티끌이 모여서 태산이라고 손님들 불만이 모이면 망한다. 좋은 가게라고 느끼면 물건을 사진 않아도 나처럼 손님이 공짜로 선전을 할 수도 있다. 손님도 여러 가지다.

 

내가 모멘야 마키노를 좋은 가게라고 하는 것은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서가 아니다. 좋은 상품을 비싸지 않게 팔고 있다. 품질이 좋은 것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기분 좋게 오래 잘 쓰는 것이 결국 싼 것이 아닐까. 예전에 일본 제품은 헐지가 않았다. 관리를 잘하면 언제까지나 쓸 수 있었던 질 좋은 상품들을 팔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 이런 질이 좋은 상품을 파는 곳이 드물다. 이런 좋은 가게가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모멘야 마키노의 '모멘'은 '면'이라는 뜻이다. 아주 소박한 상호다. 사진에는 천이 없다. 천을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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