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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그림 산책 1

2013/12/14 그림 산책 1


오늘 동경은 맑고 건조했는 데, 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씨였다. 모처럼 느긋하게 늦잠을,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자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느긋하게 하고 싶어도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짧아서 마음이 바빠진다. 우선 이불과 베개를 널었다. 그리고 요가를 했다. 다음은 빨래다. 욕조에 있던 물을 세탁기로 옮겨서 세탁기를 돌렸다. 내친김에 손빨래도 하고 목욕탕 청소도 했다. 빨래가 베란다에 하나 가득이다. 내가 생각해도 빨래가 많다. 도대체 얼마나 입길래… 아니다. 여름에는 입은 날 저녁에 손빨래를 해서 넌다.. 그래서 밀리는 빨래가 적다. 겨울에는 빨래가 다 밀려서 주말에 한꺼번에 빨아서 빨래가 많아진다. 그리고 여름에는 날씨가 더우니까, 입는 옷도 얇고 적지만, 겨울에도 두꺼운 옷을 그리고 여러 겹 껴입는다. 그래서 빨래가 많다. 주말에는 우선 빨래를 하고 나면 안심이 된다. 오늘은 바람이 부니 빨래도 잘 마르겠다.

빨래를 해서 널고 도서관에 갈까, 시계를 봤다. 도서관에 가면 몇 시간을 지낼 테니까,, 고구마를 쪄서 점심을 먹고 가자.. 그러면 12시가 훨씬 넘는다. 가는 데 40, 돌아오는 시간도 40, 가서 뭘 할까…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그런데 햇빛이 나도 바람이 불어서 춥다. 그래서 위 아래로 내복을 챙겨 입었다. 내가 위 아래로 내복을 챙겨 입는 것은 가장 추울 때, 서울에 갈 때 외에는 없었는 데, 아무래도 추운 날인가 보다. 내복을 챙겨 입었더니 좀 따뜻하다. 하긴 아침부터 계속 앞뒤로 창문을 열고 지냈으니 추울 만도 하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김영식 화가의 개인전을 하는 데서 저녁식사를 했다. 내가 아는 출판사에서 책을 냈고, 개인전도 거기 사장이 하는 가게에서 했다. 지난 번 워크숍을 했을 때 내가 가려고 했는 데 못 가서 이번에 식사를 한다고 해서 간 거다.. 김영식 씨 그림은 색감이 예뻐서 행복한 기분을 준다. 일본사회 분위기가 워낙 우울한지라, 밝고 행복한 기분을 주는 그림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그동안 그림을 보러 한번 가려고 했는 데, 바빠서 못갔다. 나는 작품에 관심이 있어도 사실 작가에게는 관심이 별로 없다. 연구대상이 아닌 이상 그냥 작품만 본다. 작가와 처음 만나지만 궁금한 게 없어서 할 말도 적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일본에 유학을 했던 시기가 비슷하다는 것, 말을 듣고 보니 가까운 후배의 친구가 부인이란다. 그 말을 들으니 가깝게 느껴진다. 후배의 친구도 모르지만… 전시회가 이번 걸로 59회째라고 하셨다

수요일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서 바쁘게 지내고 외출을 했다. 외출을 하면서도 신주쿠에 무거운 자료를 가져다주고 요츠야로 갔다. 작가를 비롯해 같이 식사를 하는 분들도 처음 뵙는 분이라, 조금 서먹했다. 워낙 낯을 가리는 타입인지라, 그 전에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 데, 요즘은 노력하는 것도 잊는다. 그래서 좀 어정쩡하게 있다가 온 것 같다

전시한 작품을 사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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