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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아주 추운 날

2018/01/15 아주 추운 날

 

오늘 동경은 맑지만 추운 날씨다. 최고기온이 10도에 최저기온이 영하 6도로 동경에서는 아주 추운 날에 속한다. 동경은 겨울에도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내가 사는 곳이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그래서 최저기온이 내려가지만, 그냥 영하 1, 2도이지 3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서 영하 6도는 아주 추운 날인 것이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이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황탯국을 끓여서 찬밥을 말아먹었다. 겨울에도 날씨가 맑으면 햇살이 들어와서 기온이 낮아도 집은 따뜻하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 문풍지 바람이 불어서 추워지기도 한다. 오늘은 오전에 햇볕이 눈부시게 들어와서 집안이 따뜻할 줄 알았다. 아침부터 도서관에 갈 준비를 일찍 했다. 오전에 볕바른 방에 앉아 있었더니 온기와 함께 발밑에는 냉기가 맴돈다. 이상하다,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를 봤더니 최고기온이 10도에 최저기온이 영하 6도다. 방이 위에는 따뜻하고 발밑에는 냉기가 맴도는 이유를 알았다. 맑고 강한 햇살이 비춰도 바깥 날씨는 추워서 기온이 올라가질 않는다. 아침을 먹고 차도 마시고 간식을 챙겨 먹으며 바깥 날씨가 따뜻해질 시간을 기다렸다. 날씨가 추운데 무리해서 나갈 필요가 없다.

 

날씨가 춥다는 걸 알았으니 옷을 많이 껴입어야 한다. 바지 속에 레깅스를 신고 윗옷도 긴 것과 짧은 것을 겹쳐 입는다. 겉에는 다운 코트를 입고 중무장을 했다. 이번 겨울에 입은 복장으로 가장 많이 껴입은 날이지만 바깥에 나갔더니 춥다. 더 두꺼운 다운 코트를 입는 게 좋았나? 집에 다시 돌아가기가 싫다. 나가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고 도서관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춥기는 춥다. 최저기온이 영하 6도라는 걸 실감한다. 도서관에서도 일을 일찍 마치고 날씨가 따뜻한 시간에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 옷을 많이 껴입어서 그런지 바지가 빡빡하고 양말이 벗겨지고 이상하다. 레깅스가 넉넉하게 긴 것으로 발목에 주름이 잡히는 것이다. 걷다 보니 레깅스가 위로 올라가서 맨 발목이 나오고 양말이 벗겨졌다. 추운 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사건이 일어난다. 도중에 벗겨진 양말을 올리고 도서관에 도착해서 원인규명을 하기로 했다.

 

옷을 이렇게 많이 껴입으면 도서관에 도착할 무렵 땀으로 옷이 젖는다. 오늘은 도서관에 도착할 무렵 몸이 좀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도서관에 들어가니 훅 덥게 느껴진다. 날씨가 춥다. 지금은 학기말 시험기간이라, 책을 빌릴 수가 없다. 오늘 집에 일찍 돌아올 예정인 것은 잊고 책을 봤다. 읽을 만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집중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엽서를 두 장 썼다.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이 끝났다. 오랜만에 2층 잡지 코너에서 이번 주 주간지를 읽었다. 새로운 것이 1도 없는 주간지 6권을 훑었다.

 

아직 날씨가 따뜻할 때 도서관을 나왔다.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서 마트에 갈 예정이다. 날씨가 따뜻해서 걷기가 좋다. 옷을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고 새로 입었다. 레깅스가 이상하게 말려서 불편하고 추웠던 것이다. 옷을 제대로 입었더니 불편하지도 않고 양말이 벗겨지지도 않았다.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더니 살 것이 많았다. 오늘도 야콘을 열 봉지 사서 륙에 넣었다. 긴캉도 네 봉지를 샀다. 잔돈이 모자라서 200엔어치 외상으로 샀다. 100엔짜리 동전이 모자라서 200엔을 외상 한다고 다음에 가져온다는 메모를 해서 돈상자에 넣었다.

 

마트에 갔지만, 살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마트는 명절 후유증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었다. 계절도 계절이지만, 신선한 야채도 적고 가격도 비쌌다. 닭날개를 사서 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집에 당근과 감자, 양파가 있다.

 

카레는 불을 많이 쓰니까, 추운 날씨에 하기에 좋은 요리다. 가장 먼저 닭고기를 씻어서 물기를 빼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양파와 감자, 당근을 씻고 껍질을 벗기고 썰어 놓는다. 마늘과 생강도 다졌다. 큰 냄비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돌리고 닭고기를 굽는다. 겉이 바삭하게 굽는 동안에도 옆에서 설거지를 한다. 닭을 굽고 거기에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았다. 거기에 양파와 당근을 넣고 살짝 볶는다. 다음에는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 거품이 올라오면 걷어내고 푹 끓인다. 브이용을 조금 넣었다. 감자와 양파를 넣고 익힌다. 카레를 넣고 더 끓이면 카레가 된다. 커피와 후추를 쳤다. 오늘 카레는 야채가 좀 부족한 느낌이다. 카레 수프다.

 

저녁으로 카레 수프를 먹었다.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닭고기에 소금을 했고 브이용에 카레에도 염분이 있어서 꽤 염분을 섭취했다.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카레를 만들고 먹었더니 온 몸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

 

동경은 난방이 부실해서 영하 6도로 내려가는 날씨가 되면 아무리 낮에 햇볕이 들어도 춥다. 낮에는 난방 없이 지내서 추운 날 집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어렵다. 밤에도 일찍 감치 목욕을 해서 침대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아주 추운 날이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이 지나면 따뜻한 봄을 향하겠지. 꽁꽁 언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봄에 새싹을 대지가 품고 있다. 꽃피는 봄도 이렇게 추운 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추워도 지낼만하다.. 봄을 꿈꾸며 꽃을 기다릴 수 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명절에 액막이를 하느라고 금줄을 친 것처럼 땅에도 이런 걸 꼽아 놓는다. 옆에는 지난해 꽂았던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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