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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아줌마 패셔니스타?

2013/01/20 아줌마 패셔니스타?

 

오늘도 동경은 맑아서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 날씨이다..

휴일 이런 날씨면 참 좋다오늘도 나는 금요일에 학생에게 테러공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게으르게 개길 것이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는 거다읽던 단편소설을 마저 읽고하던 뜨개질을 계속하고영양가 없는 드라마를 보고호주 라디오를 들으면서 뉴스를 체크하고뭐 이런 거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쓰는 것도 게으른 일상에 들어간다.  

오늘은 옷에 관한 걸 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다 보니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다. 그건 주위 사람들이 평가를 해줘서 아는 경우도 있고확실히 말로 들은 것은 아니나사람들 반응을 보고 추측을 하는 부분도 있다그중 하나를 말하자면주목을 받기 쉬운 캘릭터라는 것이다즉 사람들 눈길을 끄는 스타일인 것이다본인은 사람들 눈길을 끌고 싶으냐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어릴 때부터 사람들 눈길을 끈다는 게 싫었다.  젊었을 때는 눈에 띄지 않는 패션을 연구까지 할 정도로… 그게 싫고 부담스러웠다그러나오래 살다 보니 그것 또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요인이라는 걸 알았다그리고 대충 포기했다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절대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내가 미인이라거나빼어난 몸맵시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그냥보통사람인데옷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감각이 약간 다른 것 같다적어도 주위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에게그중에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그런 사람들이 인정을 한다.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옷을 입을 때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멋있다는 감각이 아니다아무래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때와 장소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지정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최소한 예의를 갖춰야 할 때도 있다일하는 세계가 아주 고리타분한 세계로패션 또한 너무나 컨서버티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자들 세계에 있는 단한 명의 여자이기도 했다그러니옷도 여자로서도 투명인간처럼 전혀 눈에 띄지 않고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었다그리고어딘가에 여자이기 때문에 용모라든지옷차림 같은 본질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남자와 똑같이 순수히 ‘실력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다이게 남자들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처세술이기도 했으니까그래서 젊었을 때는 감색이나, 검은색 정장을 주로 입었다속에 입는 티셔츠도 밝은 색을 안 입을 정도로 남자처럼 옷을 입었다정장은 제복처럼 편한 복장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서아마 핑크색 같은 부드러운 색을 입기 시작한 것은 40대다부드럽고 화사한 색을 입으면서 내가 아줌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줌마니까남자들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그리고 아줌마이기에 편한 점도 많다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주위가 워낙 고령화라 나는 20대에 젊다는 말을 들었는데지금도 아줌마가 아닌 젊다는 소리를 듣는다젊게 보인다거나 젊어서 젊은 게 아니다젊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내가 일하는 세계도조금은 자유스러워졌다무엇보다도 내가 편하게 생각하고 살기로 한 게 크다옷도 편하게 입어야지… 그래서 주위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젊었을 때부터 길을 걷다가 잡지에서 사진을 찍게 해 달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그리고 사진도 찍혔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에서그렇지 않은 잡지까지일본에서 패션은 한국과는 달리 기발하거나 특이한 코디네이트를 싫어한다물론일부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다예를 들어 하라쥬쿠라든지, 코스프레라든지, 그러나 그건 아주 특이한 현상이지 일반적 특성이 아니다. 그래서 독특하게 개성적으로 옷을 입었다가 큰일이 난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까... 나는 바쁜 사람이라, 옷을 패셔너블하게 코디네이트 할 시간이 없다아주 실용적으로 편한 걸 즐겨 입는다. 리얼 클로스라고 할까?

그런데주위 사람들이 내 패션에 주목한다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패션리더인 것처럼 취급을 받는다특히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는 학생들이나자기가 멋쟁이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 평가가 높다그건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관찰을 한 결과내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옷을 입는 사람인 걸 알았다내가 추구하는 것도 ‘멋있는이 아니라 ‘재미있는것이다지난주 강연에 초대를 받아서 강연을 갔다 왔다강연도 학부 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 삼아 했던 일이다나를 초대한 사람에게 물었다왜 나냐고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다선생님이 워낙 독특하단다그러면서 인상에 남은 게 어느 날 내가 입은 옷 콘셉트를 물었더니, ‘개구리라고 했단다그래서 깜짝 놀랐단다물론 ‘개구리’ 패션은 일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유행했다. 장마철이었으니까, 개구리라도 되고 싶었다인생 살다 보면 인간을 하고 있는 게 싫증도 난다가끔특히 장마철에는 ‘개구리라도 되고 싶다. 물론, 코스프레는 아니다그런데학생들 중에는 내 옷이 궁금해서 결석을 하려다가 학교에 왔다는 사태까지 발생한다이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소한 걸 즐기면서 일하고 산다.


이건 지난 금요일에 입었던 옷이다코디 테이트를 해서 찍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컨셉은 ‘동물농장이다북실북실한 털이 있는 신발에울니트 바지에는 고양이가 있다코트는 앙고라(토끼)가 들어서 아주 가볍고 따뜻하다니트원피스는 알파카(낙타과 동물) 소재이다. 스카프는 표범무늬에 꽃 모티브, 브로치는 꽃과 나비가 난다콘셉트가 문제가 아니지만그래도 뭔가 있다이 패션에 아줌마들(대학교수와 직원들)이 열광을 했다아저씨들 주목을 받는 건그냥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걸로 끝나지만아줌마들은 확실히 다르다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아줌마들은 무조건 만진다내 브로치를 만지면서 내 몸도 만진다약간 긴장해서꼼짝없이 아줌마들의 마사지 세례를 받았다보통 일본 사람들이 남의 몸을 잘 안 만진다. 그런데환성을 울리며 만졌다그리고 아주 행복해한다이상하다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올려본다아무래도 내가 ‘마법사가 아닐까

피에스여기에 올리는 옷은 비싼 명품이라도, ‘바겐헌터’로서 아주 착한 가격으로 산 것만 올립니다제 가격을 주고 산 건 차마 부끄러워서 못 올립니다표범무늬 스카프만 2001년 비행기 안에서 정가로 만 엔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주 많이 써서 본전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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