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3 야채가 비싸요
오늘 동경은 잔뜩 흐려서 가끔 비가 오곤 한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으나 습기가 많고 흐린 겨울 날씨다. 나는 한국이 명절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블로그에 댓글을 통해서 알았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수업이 끝날 때 중국유학생이 말을 했다. "선생님 이 달19일부터 한국은 명절연휴예요?", "그래, 모르겠는데", 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국학생이 그랬는데…" 올해는 1월달에 명절이었구나. 일본에 있다보면 달력에 음력이 없어서 설이 오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산다.
어제 아침에는 그동안 바쁘다보니 시장을 볼 시간이 없어서 집에 먹을 게 없었다. 원래 냉장고와 냉동고는텅텅 비어있고, 그래도 야채는 좀 채워놓고 사는데, 야채가 없다. 이건 먹을 게 없다는 뜻이다. 친구가 좋아한다기에 주려고 사온 신라면을 뜯어서 하나 끓였다. 나는 평소에 인스턴트식품을 잘 안 먹는다. 먹고 난 다음날 얼굴이 붓고, 기분이 별로 안좋다안 좋다. 그러나 먹을 게 없는 처지에 인스턴트라도 감지덕지해서 먹어야지. 어묵소세지를 넣고, 계란과 김을 듬뿍 넣은 신라면을 먹었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었더니 주변 모든 환경이 인스턴트라면 같은 기분이 든다. 즉, 뭔가 산뜻하지 못한 피로에 찌든 몸처럼 찌뿌둥한 것이다. 그 전날 비가 심하게 오는데 아주 오랫만에 시내에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일을 보느라고 밤늦게 까지 돌아다니다 와서 피곤했다. 시내에 나가는 걸 싫어해서 나갈 때 볼일을 한꺼번에 몰아넣는다. 그래서 가끔 나가면 바쁘게 몰아서 볼일을 본다.
어제는 추운데 일요일이라 마트에 가도 사람이 많고 물건값도 비쌀 게 뻔해서 밖에 나가질 않았다. 토요일에 시내에 나갈 때 빵을 가지러 갔다가 따뜻해 보이는 싼 니트가 있어서 집어들고 갔다. 원래는 좀 비싼 것이었다. 그냥은 잘 안입을 것 같아 밖에서 입을 수 있게 기장을 더 짜는 중이다. 모직 천도 붙일 예정이다.
명절이 지나도 야채값이 비싸고 종류도 별로 없다. 명절 때는 시장이 쉬니까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야채에다 귀금속을 넣기로 한건지 의심하는 중이다. 야채와 과일이 너무 비싸다보니 슈퍼에서 사는게 가공식품이다. 요새는 어묵소세지를 좀 산다. 계란이 좀 싸다. 야채가 비싸도 너무 비싸니 화가 난다. 야채도 못 먹을 정도로 밖에 못산다는 말인가, 가격이 싼 야채는 감자와 당근, 양파이다. 여기가 서양이야, 맨 날 카레만 해 먹어? 계절마다 나오는 수많은 종류의 계절야채가 있잖아!!!
오늘 오전에 시장을 갔다. 요근처에서 생산하는 야채를 파는 가게에 가서 어린당근을 한봉지에 오렌지퀸이라는 이름이 붙은 속이 노란배추를 반포기, 이 건 단맛이 강하니까, 샐러드로 먹으라고 한다. 추워서 샐러드는 못 먹겠고, 된장국이라도 끓일려고 사 왔다.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를 만지니 기분이 좋다. 신선한 것은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마트에 들러서 봤더니 싼 게 대파였다. 대파를 한 단 사고, 어묵을 몇 종류 샀다. 무우를 사서 오뎅을 만들었다. 오늘은 닭뼈를 사서 다시마와 같이 국물을 만들었다. 어린 당근은 과일처럼 깨물어서 먹는다. 일본 물가가 조금씩 올라가서 생활이 점점 가난해지는 것 같다. 싼 건, 가격 인상이 없는 건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은 먹고나면 기분이 찌뿌둥해지는 체질이라, 반갑지 않다.
그저께가 친구생일이여서 어제는 친구가 좋아하는 신라면과 생일카드를 넣고 직접 배달을 갔다. 같은 단지내니까. 신발이 잔뜩 찍힌 카드에, 한국에서는 생일에 국수를 먹는다고, 올해도 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카드를 썼다. 그래도 나에게 큰 꽃화분을 선물해 줬는데 아주 미안했다. 선물이 너무 약소해서다. 오늘은 친구가 좋아하는 꽃화분을 사려고 갔더니 오늘따라 꽃화분도 변변한 것이 없다. 선물이니까, 기분이라도 좋게 사줘야 하는 데, 살 기분이 안 나서 그냥 왔다.
뭐가 안될 때는 잘 안된다. 질척거리는 날씨처럼 우울한 월요일이다.
블로그를 올리는 것도 사진까지 올려서 편집이 끝났는데, 저장하기에서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안 좋다는 날인가 보다.
그래도 설날이라는 데, 정말로는 이 글을 올리고 나서 알았다. 호주 친구에게 이 메일로 연하장을 보냈다. 작년 연말에 연하장을 받고 답장을 못해서 걸렸는데, 답장 겸 한국설이라고 연하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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