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4 아줌마 패션
오늘 동경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촉촉이 젖어 있었다. 낮이 지나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해서 오후인 지금은 아주 맑아졌다. 최고기온이 10도 정도로 따뜻한 날인데, 아침에는 날씨가 흐려있었다.
어젯밤은 조금 일찍 목욕을 하고 침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호주 소설을 조금 읽었다. 침대에 누워서 읽다보니까 이불 밖에 나와있는 팔이 추워서 책 읽기를 그만뒀다. 침실에는 난방이 없다. 어느새 잠을 잘 시간이 된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이 조금 변하고 있다. 전에는 우선 많이 먹는 것이었다. 자학적일 정도로 먹는 것이었다. 요새는 안 먹는다. 먹지 않는 편이 몸이 훨씬 편하다. 아무래도 밤에 많이 먹으면 소화도 안되지만. 이튿날은 몸이 붓고 피곤하다. 안 먹으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서 이튿날까지 몸에 피로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그렇게 쉽게 어디로 도망은 가지 않는다. 그럴 때는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있는 각종 처방전을 써본다. 가벼운 것부터 쓴다. 어제 헌책방에서 그림책을 본 것도 그중 하나다. 공원을 걸으면서 심호흡을 하는 것도… 아무래도 그 걸로 해결이 안 된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어젯밤에 읽던 소설책을 읽는다. 아무래도 호주에 왔다갔다해서 낯익은 지명이 나오면 반갑다. 침대에서 나와서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러면 더 추우니까, 일과인 스트레칭을 해서 체온을 올렸다. 그리고 심심한 아침을 먹고, 영양가없는 드라마를 봤다. 뜨개질은 어제 밤에 짰던 부분을 세어보니 뒤판보다 길어서 풀어냈다. 다시 짜야지. 집에 먹을 게, 뭔가 신선한 게 부족하다. 시간을 맞춰서 지역에서 생산하는 야채를 파는 곳에 갔다. 오늘은 야채도 과일도 들어온 게 없단다. 요새 신선한 야채는 햇감자다. 햇감자는 세 봉지나 샀다. 그래도 가게에 간 거라, 뭔가 살 만한 것을 봤다. 캔들을 두 개 샀다. 집에서 냄새가 날 때 네팔에서 사 온 향을 피운다. 캔들은 잘 안켜는데, 좋아한다. 내 친구도 좋아한다. 내가 안 쓰면 친구를 주면 되니까, 샀다. 벌써 그 친구에게 몇 개를 줬는지 기억도 못하겠다. 캔들 향이 좋다. 어쩌면 내가 쓸지도 모르겠다. 물방울무늬 모양은 미제, 안에 든 양초는 영국제란다. 그리고 색동으로 된 티슈를 넣는 것과 디즈니 손수건이 든 것도 샀다. 디즈니 그림이 귀여워서 타월 손수건은 부엌에서 작은 행주로 써도 즐겁겠다. 그렇게 산 걸 부엌에서 쓰기는 아까워서 결국은 보통 때 그냥 쓰지만…
그리고 식량을 조달하러 슈퍼에 갔다. 살 게 별로 없어서 봄야채, 파, 당근, 계란, 과자를 샀다. 과자가 시즈널한 포장으로 나왔다. 포장이 귀여워서 샀다. 책장에 장식으로 놨다.
다음은 옷가게에 갔다. 내가 덜 살쪘더라면 입고 싶었던 옷이 너무 싸다. 마른 친구를 위해서 샀다. 그리고 여름에 입으면 예쁠 것 같은 검정 레이스 상의와 금색 반짝이가 들어간 분홍색 니트를 샀다. 이것도 내가 안입으면 친구에게 주면 된다. 그런데 친구랑 나는 취향이 아주 다르다. 그리고, 또 다른 마트에 갔다. 무우를 하나 사고, 때 마침 과일이 싸게 나왔다. 딸기를 팩에다 골라 넣고 남은 걸 싸게 판다. 큰 걸로 두 상자 샀다. 사과도 여섯 개 샀다. 유기농에 왁스칠도 안 한 거다. 고구마도 큰 걸로 두 개, 파도 또 샀다. 보통파가 아니라, 좀 특별한 거다. 사다 보니, 아주 많이 샀다. 그래도 신선한 걸 샀으니 기분이 좋다. 이 동네서 생산한 건 아니지만…
집에 와서 딸기를 씻어서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딸기가 아주 양이 많았다. 중간 소쿠리로 하나쯤으로 내가 먹으면 위장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딸기로 찰 정도의 양이였다. 뭐, 가끔은 맛있는 딸기로 배를 채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이른다. 정말로 그런 건지 전혀 근거가 없다. 그리고도 먹을 게 필요했다.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오늘 사온 파를 넣었더니, 역시 고급 파라서 그런지 맛이 다르다. 그래봤자, 인스턴트 라면에 넣은 거지만… 이렇게 스트레스 해소는 진행되었다. 역시, 쇼핑에 몸에 나쁜 인스턴트 라면을 먹는 처방전까지 갔다. 이건 스트레스 레벨이 높을 때 쓰는 건데… 뭐 어쩌랴, 오장육부도 딸기로 채웠겠다. 그렇게 사는 걸까…
이번 주는 종강이라, 옷을 정장 비슷하게 입었다. 개강과 종강에는 학생에게 예의를 갖춰서 정장처럼 보이는 옷을 입는다. 아무래도 시작과 끝이니까, 그렇게 한다. 이번 주 옷을 입는 이미지는 맨 위에 있는 꽃이다. 아무래도 계절이라.
소매가 약간 짧은 게 상큼하게 보인다. 소매를 정상길이로 했더니 그냥 평범한 옷이 돼서 소매를 약간 올려서 입는다. 자수가 좋아서 샀다.
이 옷도 자수가 예뻐서 시드니에서 샀다. 원래는 사이즈가 좀 컸다. 그동안 내 몸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요새는 옷을 껴입으면 사이즈가 맞다.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다. 전에는 스와로브스키를 좋아해서 공항이나 면세점에서 신상을 체크했는데 요즘은 전혀 관심이 없다. 아마 이게 마지막(?) 스와로브스키가 될 지도 모른다.
10여 년 전에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바겐 할 때 산 카멜 소재로 된 막스마라 코트다. 아주 잘입어서 많이 낡았다. 이렇게 만만하게 잘 입으면 비싼 코트라도 본전을 뺀다. 목에는 스카프를 감고 두른다. 꽃무늬는 올겨울에 만든 것, 한장은 네팔에서 산 것, 또 한장은 캔베라에서 정가로 샀다. 제일로 비싸게 준 건데, 품질이 아주 싸구려다. 둘 다 자수가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