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대학생

BTS, 학생들이 울었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내릴 것 같이 흐린 쌀쌀한 날씨였다. 지난 주말 BTS를 둘러싼 '공격'이 시간에 따라 왜곡에 왜곡을 거듭하면서 미친듯이 계속되었다. 나도 '혐오'를 생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더 이상 들어 가면 안되겠다는 판단에서 멈췄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것은 새로운 '혐오'를 생성하는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설을 위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혐오'의 덩쿨에 감기지 말기를 바라는 것도 있다.


오늘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주말부터 '네트우익'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BTS를 '공격' 했는지에 대해 해설을 했다. 호기심이라도 학생들에게 '혐오(헤이트)'에 관심을 갖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헤이트'는 너무 위험해서 보고 있으면 멘탈이 파괴되어 병이 난다고 했다. 학생들은 꽤 많이 파악한 상태였다. BTS 팬으로 아미인 여학생을 너무 많이 울어서 탈진한 모습이었다. 이번 소동은 BTS가 타겟이 되었지만, 결국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 '혐한'이라고 했다. 아베정권의 지지율을 올려서 자신들이 원하는 개헌으로 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관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혐오'로 '적'을 공격해서 국민들을 단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아베정권 지지율이 4%나 올라서 그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 '조작 정치'의 달인이라, 아주 잘하고 있다. 학생들은 얼마나 알아 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네트우익'이 BTS를 '공격'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BTS는 한국에서도 활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일을 '상식적'인 것이지, '반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한국사람들이 하는 모든 것을 '반일'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일본을 의식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혐한'으로 똘똘 뭉쳐있어 한국에서도 '반일'로 일치단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한국사람들이 '반일교육'을 받는다고 하는데 나도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무엇이 '반일'이었는지 기억도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 이렇게 BTS를 빌미로 한국을 때린 여파로 인해 앞으로 BTS는 일본에서 활동이 어렵지 않을까, 트와이스나 다른 연예인에게도 영향이 있을 걸로 본다고 했다. 학생들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트와이스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한국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K-POP을 좋아한다면 주위에서 눈총을 받을 정도로 며칠 사이에 급변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K-POP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했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는 K-POP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 단지 BTS 팬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지난 주말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본 모양이다. 왜 그러는지 몰라도 사회분위기가 이상하게 급변한 것을 감지했다. BTS는 이렇다 저렇다 '공격'을 받으니까, 문제시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른 K-POP 아이돌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걸 납득할 수가 없다. 


학생들 가슴이 아프다. 아주 절절하게 가슴이 아프다. 자기가 좋아하는 K-POP 아이돌이 왜 일본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어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BTS 팬이라던 남학생은 노트에 '김남준'이라는 이름을 빼곡히 썼다. 자신이 존경하는 아티스트인 것이다. 그 학생은 눈물을 참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혐오'의 대상으로 '공격'을 받는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런 절절함이 전해진다. 


수업이 끝나고 제출하는 감상문에 학생들이 썼다. 저는 K-POP 아이돌의 팬입니다. 이런 일본에 제가 좋아하는 그룹이 오지 못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본이 싫습니다. 일본사람이나, 학생에게 "일본이 싫다"는 말은 거의 금기시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 몇몇 학생이 그런 감상을 썼다. 자기네 나라지만, 이런 일본이 너무 싫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해야 했나. 정치가들이 젊은 아이들 가슴에 못을 박는다. 사랑하는 사이를 억지로 찢긴 것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다. 나는 강의를 끝내고 오면서 학생들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학생들이 가슴에서 흘린 눈물이 전해져 왔다.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 


BTS 팬은 그들이 상처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일본에서 활동을 못해도 어쩔 수가 없다고, 부디 BTS가 상처받지 말기를 바란다고 한다. 지금 일본의 상황을 보면 BTS가 어떻든 '공격'을 할 것이라고,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 마음을 닫은 사람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일본의 '네트우익'이 중심이 되어 매스컴까지 동원이 되어 '혐한'을 부추기는데, 정작 일본학생들은 자신들이 소외되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지금 K-POP은 단지 한국이 아닌 아시아, 세계적인 트랜드 중 하나다. 정치적인 문제를 빌미로 그런 흐름 속에서 자신들이 강제로 배제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일본학생들이라, 국가에 저항하는 것은 꿈도 못 꾸지만,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이들이 한국을 미워하거나, K-POP을 '혐오'한다면 편했을 것이다. 한국을 '혐오'할 수도 없고 K-POP을 좋아해서 갈등한다. 괴롭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잘 자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너희가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 학생들을 울린 것은 BTS가 아니다. 일본 정치가들이다. 학생들은 BTS에게 미안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K-POP 아이돌에게 미안해서 우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정도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 정치에 기가 막혀한다. 아이들을 울리지 말길 바란다. 허긴, 일본 정치가나 '네트우익'에게는 BTS가 '위험사상'일 것이다. '사랑'을 전하는 그들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K-POP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자체를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런 한편 현 일본사회가 얼마나 뒤숭숭한지 학생들도 느낀다. 한국 연예인이나, 한국사람들도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 이상 일본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의미다. 사실, 한국 연예인이나, 한국사람 때문에 일본이 시끄러운 게  아니다. 일본 정치가와 '네트우익'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빌미가 되는 걸로 느끼기에 한국에 대한 모든 것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한국에 갈 예정이었던 학생들도 한국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에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에서 상식적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스스로 규제한다. 정치가들이 아이들 목을 조이고 발목을 잡고 있다. 내 학생들을 괴롭히다니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일본대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가오는 학기말  (0) 2018.12.24
러브레터  (0) 2018.12.23
종강, 종강 그리고 방학  (0) 2018.12.14
일본, 선거연령 18세의 영향  (0) 2018.12.06
BTS 아미를 관둬!  (0) 2018.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