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3 다시 겨울로…
오늘 동경은 평년 기온으로 내려가서 다소 춥지만 맑은 날이었다.
어젯밤은 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추워질 낌새가 보이기에 일찌감치 목욕을 하고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한시쯤에 잤다. 어젯밤 잠잘 무렵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소리가 나서 큰 비가 내린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왔던 흔적조차 없다. 어젯밤 내가 들었던 소리는 뭐지? 그리고,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윗층에서 소란을 피우는지 형광등이 흔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형광등이 흔들릴리는 없는 법, 지진일까봐 낌새가 이상해서 다른방에 가봤다. 꽃을 꽂은 글라스를 높은 데 올려논 게 엎어질까봐 걱정이 되서 갔더니 다른방은 형광등이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 깨어보니 그건 윗층에서 소란을 피운게 아니라, 지진이었던 것이다. 그 지진은 짧게 끝났다. 지진도 여러 종류라 흔들리는 종류도 다르다. 어젯밤 지진은 짧고 부산하게 끝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햇살이 눈부시다. 그런데 기온은 내려갔다. 습도계를 보니 건조하다. 아, 어제 그 따뜻함과 촉촉함은 어디로 갔나. 꿈처럼 봄날이 온 줄 알았는데… 역시 꿈처럼 갔구나. 그래도 집안은 햇살이 비쳐서 온실처럼 따뜻하다. 환기 하려고 창문을 여니 춥다. 기온은 낮구나. 아침을 먹고 일을 좀 하다가, 마트에 갔다. 오늘 싸게 파는 것이 있어서 그 걸 사러 갔다. 보통은 주말이 비싸서 잘 안간다. 마트에 갔더니 싸게 파는 건 다 팔려서 없었다. 결국, 연근과 팔삭이라는 감귤류를 사왔다. 집에 과일이 별로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카레를 데워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책을 가지고 도서관을 향했다. 저녁이 되면 추워질 것 같아 일찌감치 산책삼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도서관은 도보로 왕복 한시간반 걸린다. 가는 길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꽃을 찍었다. 이 꽃은 동백꽃인가? 여기서는 사잔카(山茶花)라고 한다. 동백꽃은 쓰바키(椿)라고 한다. 사잔카는 동백꽃의 중국명이란다. 사잔카도 동백꽃과라고 한다. 요새 동백꽃이 피는 계절이다. 양지바른 곳은 활짝 피었고 볕이 들지 않는 쪽에 있는 건 아직 꽃이 안 피었다. 큰 나무에 핀 꽃과 작은 나무에 핀 꽃이 좀 다르다. 종류가 다른 모양이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 들렀다. 그리고 잡지를 실컷보고 두 권을 샀다. 뜨개질 짜보고 싶은게 있었다. 실제로 짤지 어떨지 모르지만, 마음이 끌려서 샀다. 이층에 일반책이 놓여있는 곳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을 싹 훑어봤다. 내가 안읽은 책은 한 권 밖에 없다. 관심있는 작가 책은 다 찾아서 읽는 편이다. 책을 가지고 있다가 줄 때도 세트로 다 준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그 작가 책은 작년 여름에 고베친구가 가족들과 같이 놀러왔을 때, 친구 큰 딸이 싹 가져갔다. 일년 정도는 읽겠다면서 다 가져갔다. 내가 산 책은 강상중선생이 쓴 ‘재일’이라는 책이다. 이건 보존판이 될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저녁으로 연근을 볶아서 먹었다. 하루 해가 금방 이렇게 넘어간다. 오늘 사진은 동백꽃( 사잔카)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