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 일본 은행의 서비스
오늘 동경은 강한 비바람이 치는 요상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요가를 하는데 매화꽃잎이 하늘하늘 한 장 방에 들어왔다. 아침에는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꽃잎 한 장이 봄을 부르는 전령 같다고 좋아했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 효리네 민박을 보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메신저로 긴급히 전화를 해달라는 문자가 왔다. 깜짝 놀라서 긴급한 일이 뭔가 해서 전화를 했다. 뜬금없이 실수로 내 계좌에 1억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고 나에게 찾아서 송금해달라고 한다.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통화를 하면서 내가 신속 정확하게 돈을 돌려줄 방법을 논의했다. 인터넷뱅킹은 거의 쓰질 않아서 패스워드도 기억을 못 한다. 인터넷뱅킹에 하루에 찾을 수 있는 돈을 500만 원 정도로 제한이 걸려있다. 일본에서 송금 사기가 너무 많아서 은행에서 제한을 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500만 원 이상을 찾는 일은 그다지 없으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인터넷으로 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급하게 준비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통장을 들고 은행을 향했다.
은행에 가서 창구에서 찾아서 송금을 하기로 했다. 은행이 멀기도 하지만 일처리를 너무 못해서 어쩌다가 한 번 가면 스트레스를 왕창 받는다. 가능하면 은행에서 일보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은 돈을 찾아서 송금하고 은행에 간 김에 통장도 이월해서 오려고 창구에 말을 했다. 은행에서는 찾는 돈이 크다고 사인도 몇 번이나 시키고 약간 시끄러웠다. 이런 경우는 송금한 사람이 거래은행에 송금을 취소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빨리 일을 마치고 싶어서 다음부터 그렇게 할 테니까, 오늘은 그냥 송금하게 해달라고 했다.
날씨가 워낙 나빠서 은행까지 가는 사이에 우산이 망가질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은행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을 보는 김에 아주 오래 쓴 은행카드도 갱신하려고 문의했다. 은행에서 일처리 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일을 아주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해달라는 것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면 아주 귀찮아져서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송금을 끝내고 은행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통장을 이월해서 새 것을 받기로 했는데 창구 직원이 그 걸 잊은 것이다. 은행카드를 갱신하는 것도 아주 복잡해서 포기했다. 대출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통장에 대해서 말했더니 다시 번호표를 뽑아서 하라고 한다. 아니, 아까 말을 했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큰 소리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안내하는 사람이 덜덜 떨면서 나와 눈도 맞추지 못하고 은행카드를 갱신하는 것에 대해 중얼중얼 안내를 한다. 가만히 봤더니 아픈 사람인 것 같다. 아픈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이런 상황은 안내를 받는 사람이 참 불편해진다. 은행이 병원도 아니고 창구에 항상 가는 것도 아닌데, 기본적으로 편하게 일을 볼 수 있게 해 줘야지. 안내하는 사람 행동을 보면 내가 난동이라도 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빴다. 창구 직원도 안내하는 사람을 번갈아 가며 불러서 팜플랫을 가져와라, 다른 걸 확인하라는 등 안내하는 사람에게 갑질을 했다. 꼭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또 이렇게 불쾌한 상황을 만든다.
은행에서 일을 보다 보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기계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많은 일을 기계로 할 수 있게 했지만 정작 기계로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던지 할 수 있다고 해도 정작 기계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수수료를 내더라도 창구에서 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안내받으며 창구에서 일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불편한 상황을 항상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최대 은행의 서비스 품질인 것이다. 기분 좋게 일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은행의 특징이다. 이 은행과 거래를 끊고 싶지만 자동이체 등을 옮기는 것도 아주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
이상한 날씨에 황당한 일을 보는 것보다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훨씬 피곤하고 기분도 복잡하다.
'일본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몽 같은 숨바꼭질 (0) | 2020.04.01 |
---|---|
대견하다! (0) | 2020.04.01 |
물안개 자욱한 날에 (0) | 2020.03.01 |
후배의 취직을 기원하며 (0) | 2020.03.01 |
일찍 받은 초콜릿 (0) | 2020.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