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봄은 아직인가
오늘 동경은 맑았다가 비가 오는 날씨다. 3월은 1- 31일까지 중국에 있었다. 주로, 소주 친구네 집에서 지내다가 남경과 항주에서 열흘 보냈다. 중국에서 지내면서 한국뉴스를 매일 지켜봤다. 3월에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았고 드라마틱해서 격동의 세월이 지난 느낌이다. 한 달 전이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뉴스가 궁금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은 ‘세월호’가 올라오는 날이었다. ‘세월호’가 무사히 올라오길 간절히 바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세월호’가 인양되어 미수습자를 무사히 찾는 걸 비롯해서 많은 ‘의혹’이 명백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소주는 벌써 벚꽃이 피고 잎도 나왔다. 동경도 벚꽃이 활짝 핀 줄 알았다. 내가 돌아오는 31일은 겨울처럼 추웠다. 4월이 된 첫날도 겨울처럼 춥고 비가 오고 있었다. 한달을 비운 낡은 아파트는 먼지 냄새가 났다. 돌아온 날은 너무 늦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튿날은 비가 와도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했다. 먼지 냄새를 털어내고 싶다. 낡은 집은 그 자체가 먼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먼지가 난다. 먼지 냄새는 집안에서 만이 아니라, 베란다에서도 난다. 집 청소를 하고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베란다까지 깨끗하게 걸레질을 했다. 창문을 닦으면서 창문 턱에 쌓인 먼지도 털어냈다.
다음날은 담요 두 장을 비롯해서 세탁을 중점적으로 했다. 날씨가 맑아서 이불을 널고 베개도 빨았다. 창문을 닦을 때 소다를 넣어서 했더니, 평소에 물로만 하던 것과 달라서 괜히 손이 더 많이 갔다. 손이 많이 갔지만, 더 깨끗해진 것은 아니다. 결론은 다음에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물로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비우고, 집에 전기를 끊고 가서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돌아온 다음날은 한줌 남았던 쌀로 밥을 하고, 다섯 방울 남았던 감자로 된장국을 끓였다. 멸치로 국물을 내서 마지막에 된장을 풀었다. 단지 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서 먹었다. 중국에서 매일 잘 먹으면서 지냈는데, 평소에 그다지 반갑지 않던 된장국이 그렇게 반가웠다. 어제 먹은 것은 한봉지 남았던 인스턴트 라면이 주된 식량이었다. 저녁에는 우동이 있어서 삶아서 가락국수만 먹었다. 다른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식량을 사러 갈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집에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뜨개질을 하면서 지냈다. 오늘은 아침에 호박을 조려서 먹고, 저녁으로 조금 남은 밀가루에 잔멸치를 넣고 부침개를 부쳐서 먹었다. 내일 먹을 걸로 밀가루는 반쯤 남겼다. 이렇게 집에 있는 먹을 수 있는 걸먹고 지내려면 며칠인가는 지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중국에서는 새로 산 스마트폰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사실 스마트폰이 아니었다면, 매일같이 한국뉴스를 지켜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에서 구글을 쓸 수가 없고, Gmail도 쓸 수가 없다는 걸 중국에 가기 전날에 알았다. 그런 걸 쓸 수 있게 해서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단계를 더 거쳐야 해서 조금 번거롭다. 나는 방학 중이라, 급한 연락이 별로 없다. 대학에는 Gmail이 안된다는 걸 알렸다. 페이스북이나, 메신저를 쓸 수가 없다는 것도 중국에 가서 알았다. 실질적으로는 다른 이메일도 쓸 수가 없었다. 보안 때문인지, 중국에서 계약한 번호로 했더니 열리질 않은 것이다. 나처럼 여기저기 다니는 사람은 공항에서 프리로 쓸 수 있는 컴퓨터로 메일을 열 때, 보안 때문에 열리지 않으면, 참 짜증이 난다. 중국에서는 WeChat이라는 한국에서 카톡에 상당하는 것이 주로 쓰이는 모양이다. 나도 친구와 소통을 위해 개설했다. 중국에서 카톡에 문자를 보냈지만, 보낼 수가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잘 모른다는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국 번호, 일본에 전화번호가 있고, 중국에 가면 새로 번호를 받아서 쓴다. 전화기는 같지만, 전화번호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같은 사람이 써도 전화번호가 다르기에 서로 통하지 않나? 스마트폰의 세계는 아직 잘 모르겠다. 중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걸, 컴퓨터에 옮기려고 했더니, 안된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은 망했다.... 가 될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주로 쓰는 걸로 검색을 하면서 지냈지만, 평소에 쓰는 걸 자유롭게 쓰지 못해 약간 답답하고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이나, 메신저를 자주 쓰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 근황이나 관심을 알 수가 있어 편리하다.
중국에서 동경에 돌아와 가장 반가운 것은 깨끗한 공기에 안심해서 마시는 물이다. 서울에서 돌아온 때도 마찬가지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깨끗한 공기가 소중한 것이 되고 말았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아직 벚꽃이 피질 않았다는 것이다. 베란다에서 본 벚꽃나무는 전혀 꽃망울이 보이질 않아서 반가웠다. 내가 올해도 벚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올라왔고, 박근혜는 구속되었다. 한국에도 꽃피는 봄이 완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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