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9 꽃을 보낸다
오늘 동경은 무척 추운 날씨였다. 아침부터 비가 촉촉이 내렸는 데, 오후가 되면서 비와 함께 기온도 급강하해서 겨울 날씨가 되어 버렸다. 한 동료는 다운코트를 입고 왔을 정도로 추웠다. 나는 위아래로 줄무늬 옷을, 미니스커트에 부츠를 신고 촐랑거리고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양손에 식량을 들고 추위에 달달 떨면서 돌아왔다. 아침에 역까지 뛰어가면서 생각한 것은, 나도 이 나이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뛰어다닐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인생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저께 집에서 호주방송을 라디오로 듣다가 한국에서 여객선 사고가 난 걸 알았다. 그래서 얼른 한국 신문을 찾아서 봤더니 상황은 아주 낙관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호주방송에서 뉴스는 계속 전해지는 데, 어째 불안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런 상황도 모르고 그 날 올린 블로그 제목이 하필이면 ‘사태 수습’이었다. 왠지 블로그에 오는 사람 수가 갑자기 올라간다. 내가 올린 제목 때문에 오해했나, 의아해했더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세월호 사고에 관한 뉴스를 계속 찾아가면서 봤다. 도대체 사람들이 학습능력이 있는 건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이 밀려왔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희생당한 아이들. 사고수습에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정치가들, 사고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항상 사고로 인해 희생되는 애꿎은 사람들만 억울해야 하는 상황, 구제불능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사람 목숨을 이렇게 쉽게 여겨도 되는건지,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꽃송이 같은 아이들, 추운 바다에서 황망히 가야 했던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가는 길에 봄꽃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