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7 죽순과 달맞이
오늘 동경은 아주 맑고 쾌청한 좋은 날씨였다.
나는 오늘로 올해 골든 위크라는 긴 연휴가 끝난다. 나는 연휴 중 계획했던 일을 대충 끝냈다. 그 일은 주로 집을 겨울용에서 여름용으로 바꾼 거다.
어제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아침에는 맑고 바람이 있어 겨울 코트를 바람 쏘이고 솔질을 해서 옷장에 들여왔다. 겨울이불도 뒤집고 또 뒤집어가면서 잘 말렸다. 작은 카펫도 따뜻한 물에 적셔서 비누를 칠해 솔로 박박 밀어서 빨아서 말렸다. 방도 두 칸을 막았던 문을 떼어내서 전체가 밝고 바람도 잘 통하게 배치를 바꾸었다. 침대 매트리스도 두 단을 걷어내어 잘 말리고 여름용으로 배치를 바꾸었다. 이불도 여름용을 두 장 내놓고 침대커버도 여름용으로 바꾸었다. 겨울 내내 깔았던 큰 카펫도 걷어내었다.
오후가 되더니 갑자기 날씨가 어두컴컴하면서 바람이 거세진다. 좀 있으니까 돌풍과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거세진다. 그 변화무쌍함에 적응이 잘 안된다. 일본(동경)에는 이런 날씨가 없었다. 25년 이상 살아왔어도 경험하지 못하는 날씨를 요즘은 자주 겪게 된다. 그리고 돌풍이 지나가더니 날씨가 맑게 개었다. 물론 날이 저물 무렵이었지만, 조금 전에 돌퐁과 천둥번개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맑아졌다. 나는 창밖에 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저만큼 흔들린다면 분명히 어디선가 돌풍으로 피해를 입었을 걸로 안다.
마침 산책을 나가려고 준비를 마쳤을 때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아는 사람이 죽순을 캐서 가져왔으니 먹겠냐는 것이다. 나는 봄철에 먹는 죽순을 좋아한다. 학생 때부터 봄방학 긴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면 죽순이 나오는 계절이라, 와타나베 엄마가 죽순과 미역을 조린 것을 해준다. 그래서 나는 봄이 되면 먹는 계절 음식인 죽순을 좋아한다. 죽순은 신선도가 아주 중요하다. 생선을 회쳐먹는 만큼 선도가 중요하다. 아침 이른 시간에 죽순을 캐면 죽순이 아직 부드럽다. 부드러운 죽순은 그냥 썰어서 회처럼 먹기도 한다. 이렇게 먹는 건 정말 드물다. 다음은 죽순을 굽거나 삶아서 요리를 한다. 내가 죽순요리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신선한 죽순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도 친구가 아침에 캐어다 삶은 거라 빨리 먹어야 한다며, 삶은 걸 가져왔다. 저녁에 안 먹으면 물에 담갔다가 내일 먹으라고 한다. 결국은 산책을 다녀와서 썰어서 양념된장에 먹었다. 부드러웠다. 죽순이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계절의 미각이랄까,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봄에 먹는 걸 좋아하는 것이다. 다른 때는 아예 죽순 먹을 생각을 안 한다. 친구가. 죽순을 가져와서 냉장고에 넣고 나는 겨울옷을 정리하다가 친구에게 넘길 걸 준다. 그러고 나서 둘이서 산책길에 나섰다.
어제 보름달이 아주 밝았어
왜, 혼자 봤어, 문자를 보내지
글쎄, 나도 잊고 있었는데 산책을 나서니까, 보름달이었어.
벌써, 정말로 보름달이었어? 지난 4월 7일이 보름이었거든.
내가 눈이 나빠서 자신은 없는데, 떠오른 시간과 크기 밝기를 보면 보름달인 것 같아, 근데, 나도 처음 들었는데 어제
보름달은 Super Moon이라고 지구랑 가깝고 더 밝은 달이래, 정말 밝게 보였어.
Super Moon? 처음 듣는다.
나도 처음 들어. 다음에 볼 수 있는 건 2014년이래.
둘이서 오늘 뜨는 달이라도 보자고 달이 잘 보이는 코스를 걸어도 달이 안보였다.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조금 더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베란다를 보니 밝은 달이 떠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달님이 나오셨어요.
사진을 찍었더니, 이상하다.
방에 불을 끄고 달빛을 보는 걸 한참 즐겼다. 침실에도 달빛이 들어오라고 늦게까지 커튼을 안쳤다. 한밤까지 달빛이 교교하게 방을 비추었다.
어릴 때 달빛 아래서 신나게 놀았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달빛이 왜 그렇게 밝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