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개운한 기분
오늘 동경은 아침에 잠깐 해가 났다가 흐려지면서 가랑비가 살짝 내리기 시작했다. 길고 긴 황금연휴가 끝났지만, 대학은 수업시간을 맞춰야 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연속해서 강의가 있었다. 주말이 짧아져서 날씨가 좋은 일요일에는 빨래를 좀 하고 그냥 쉬었다. 주말에 하는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침에 해가 난 동안에 세탁기를 돌렸다. 유카타 석 장에 부엌에서 쓰는 매트를 빨았더니, 날씨가 급변해서 비가 올 것 같다. 시드니 친구가 주문한 옷을 마쳐서 어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옷을 뜨는 동안에 준비했던 다른 선물과 함께 부쳤다. 지난주 연휴가 길어서 부치질 못해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EMS로 부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바깥 날씨는 비도 뿌리고 쌀쌀한데, 우체국 안은 후덥지근하게 더워서 땀을 뻘뻘 흘렸다. 날씨도 나쁘고 도서관에 가는 시간이 늦어져서 도서관에 가는 걸 망설였지만, 새 책이 진열되는 날이다. 새 책이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우체국에서 나오니 가랑비가 아까 보다 더 내려서 집에 돌아와 우산을 가져갈까 망설였지만 그냥 걸어서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살짝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도서관에 갔더니 기대했던 새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실망스럽다. 카운터 직원에게 물었더니, 평상시에는 금요일에 책이 도착해서 처리를 마치고 월요일에 진열하는데, 연휴라서 금요일에 책이 오질 않아 새 책이 없단다. 아침에 집에서 인터넷으로 새 책을 확인했더니, 지난 주에 본 책뿐이었다. 카운터 직원에게 어느 시점에 새 책이 들어왔는지 알 수 있냐고 물었더니, 월요일 아침에 보면 안 나올 수도 있단다. 결국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결코 알려줄 수 없는 비밀이거나, 국가기밀도 아니다. 다른 책을 찾아서 빌리고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반납했다. 새 책이 없다면 일찌감치 도서관을 나와서 집에 가기로 했다.
바깥은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앵두가 떨어진 걸 주워 먹었다. 오는 길에도 뱀딸기를 따서 먹었다. 집에 남은 계란이 두 개 밖에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 계란집에 들렀다. 자동판매기에는 계란이 팔리고 없어서 옆 문을 열고 봤더니 계란이 있다. 계란 값을 놓고 계란을 꺼냈다. 야채도 두 봉지를 사서 가방에 넣고 짊어지고 집을 향했다. 빨리 집에 가서 청소를 하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계란집에 들르는 걸로 산책을 겸했다.
집에 도착했더니, 아직 오후 3시다. 도서관에서 아주 일찍 돌아온 것이다.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다. 점심을 준비하면서 청소기를 꺼냈다. 나물을 삶아서 된장에 무치고 나물을 삶은 물에 국수를 삶았다. 국수를 삶는 동안에 청소기를 다 돌렸다. 점심을 빨리 먹고 걸레질에 들어갔다. 비가 오는 날이라,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도 못하지만, 가능한 걸 하면 된다. 걸레질을 마쳐도 청소를 덜한 느낌이다. 내친김에 유리창도 청소하기로 했다. 습기가 많으니까 걸레의 물기를 뽀드득하게 짜서 걸레질과 유리창 청소를 마쳤더니 좀 개운해진 느낌이다. 화장실 청소도 집안 청소에 포함이 된다. 주말에 못한 청소를 해서 개운한 기분으로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사진은 모란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