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7 뇌빈혈로 쓰러졌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였다. 오후가 되면서 개이고 날씨도 조금 따뜻해졌다. 오늘은 금요일로 강의가 셋이나 있는 날로 강의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토마토 두 상자에 과자도 두 봉지 사서 돌아왔다. 집에 있는 토마토 둘과 합치면 토마토가 열 개나 된다. 주로 토마토를 먹는 주말이 될 것이다.
이번 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쓰러졌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강의가 셋이다. 화요일 점심을 먹고 3교시가 시작되기 15분 전쯤, 배가 아프면서 속이 느글거리고 이상해서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갔더니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구토증이 난다. 배도 아프다. 그렇다고 구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화장실 바닥에 쓰러질 것 같다. 내 인생에 화장실 바닥에 널브러지는 장면도 있었나? 순식간에 식은 땀으로 옷이 다 젖고 말았다. 한참 화장실에 앉았다가 겨우 나와서 직원에게 3교시를 휴강하겠다고 했다. 보건센터에 가라고 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가다가 쓰러질 것 같다. 우선, 소파에 누웠다. 정신을 잃고 자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깨서 보니 머리가 있었던 곳에 물이 고였다. 식은 땀을 그렇게 흘린 것이다. 앉아있기가 불편해서 계속 누워있었다. 친구가 3교시를 마치고 돌아왔다. 나는 4교시에도 강의할 엄두가 안 나서 휴강을 했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때때로 배가 아프면서 식은땀이 났지만, 그래도 정신이 좀 나는 것 같았다. 저녁으로 우동과 토마토를 먹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한시간쯤 지나서 화장실에 가서 전부 토하고 말았다. 다시 정신없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잠을 자고 나면 나을 줄 알았다. 수요일은 가까운 대학에서 일교시가 있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해서 나갔다. 일교시라서 휴강을 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벌써 와있을 시간이다. 두 정거장으로 짧은 거리지만, 붐비는 모노레일을 탔더니 정신이 아득하다. 전철에서 승객이 쓰러져서 늦는다는 방송을 자주 듣는다. 나는 그 걸 들으면서 쓰러지면서까지 일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전철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휴강하면 보강도 해야 하고 아주 귀찮아진다. 현재 일본은 여러모로 너무 빡빡하게 짜여 있어 쉴 틈이 없다. 거기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이런 미친듯한 사회에서 맨 정신으로 건전하게 살아간다는 자체가 외줄 타기나 마찬가지다. 수요일 일교시를 마치고 보건센터에 들렀다. 의사가 없는 날이라, 간호사에게 배가 아픈데 먹으라고 약을 받았다. 신선한 바깥공기를 맡고 싶어 학교에서 걸어서 돌아왔다. 여전히 가끔씩 배가 아프다. 그리고 낮부터 잠을 잤다.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강의를 할 때는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른다.
목요일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몸 상태가 나쁘니 협력을 해달라고 했다. 근데, 점심시간에 잠깐 보는 젊은 동료도 주말에 쓰러졌단다. 지난 주에 봤을 때 피곤해 보였다. 뇌빈혈이라고 해서 왜 쓰러진 것 같냐고 했더니, 스트레스와 격무란다. 나도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젊은 동료는 자신이 쓰러졌다는 걸, 몸이 아프다는 걸 주위에 말할 수 없단다. 몸이 아프면 능력이 부족한 걸로 평가하는 분위기란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에 살며 무리한 격무를 하면서 아플 수도 없는 세상이다.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직업인 우리들도 이러니 보통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래서 사람들이 쓰러지면서도 회사에 가야 하는 것이다. 그냥 먹고 사는 일에 목숨을 걸게 한다. 일본사회는 아프지도 않고 일만 하는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선생들도 로봇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로봇에게는 뇌빈혈도 감기도 없을 테니까….
사진은 새로 찍은 것이 없어서 모란꽃을 재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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