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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혐오와 조롱이 난무하는 사회

2018/05/29 혐오와 조롱이 난무하는 사회

 

오늘 동경은 습도가 높고 바깥은 선선하지만 실내는 무더운 피곤한 날씨였다. 아직 정식으로 장마철에 돌입했다는 발표는 없지만 몸으로는 장마철에 들어갔다. 높은 습도로 인해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수업에서 돌아올 신음소리 비슷한 내면서 온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도시락과 입지 않는 옷을 챙겨서 갔다. 친한 학생에게 옷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옷을 정리하면서 안 입는 옷을 가져다줄 작정이다. 학생은 취직이 정해졌다고 이사도 해야 하니까, 자기도 옷을 정리하고 있단다. 학생에게 아직 젊으니까, 너무 정리하지 말고 이것저것 입어 보라고 권한다. 할머니와 고모가 6월 하순에 동경에 온다고 해서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학생은 머리를 잘라서 새로운 스타일로 나타났다. 취직이 정해졌으니 열심히 알바를 해서 장기해외여행을 하라고 권했다. 직장에 다니면 장기휴가를 내기가 힘드니 학생 때 장기로 해외에 나가서 견문을 넓히는 게 좋다는 것이다.

 

중국 연구를 하는 선생과 마주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지난 목요일에 북미정상회담 중지 이후에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일본 매스컴에서 보도는 어떻게 했는지 비교 검토를 했다. 이번 열린다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아주 힘든 회담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애써 무시하고 평가하지 않지만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이야 말로 죽어가는 북미정상회담을 살린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했다. 거듭된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른 대책도 논의하게 될 여지를 만든 것 같다. 어쨌든 첫번째 남북정상회담부터 세계적인 관심사로 무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여론을 조성했다. 미국으로서도 변방의 골치아픈 나라로 북한을 푸대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문재인대통령의 움직임에 세계 여론이 주목해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 힘없는 약소국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이 힘없는 약소국이어서가 아니라,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힘없는 약소국 정도밖에 못됐던 것이다. 지금 한국은 여러모로 봐도 중진국으로서, 시민파워 선진국으로서 세계적인 문맥에서 봐도 일처리를 현명하게 아주 잘하고 있다.

 

일본은 마지막까지 딴지를 걸겠지만 새로운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 같다. 일본에는 현재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 잘 전해지지도 않고 국민들 관심도 적다. 오늘 동양경제에 올라온 '북미정상회담에 휘둘리는 일본의 위치'라는 기사에 댓글을 보면 '재일 조선인'을 조롱하는 걸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 기사를 쓴 사람은 일본의 입맛에 맞게 쓰는 사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권의 보좌관의 발언을 인용해서 '너무 북한에 편중되어 있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했다. 요점은 한국을 이용해서 한국(문재인 대통령)을 까고 북한을 까는 것이다. 미국은 신격화시키고 다음은 일본이라는 서열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일 조선인'을 조롱하는 댓글로 도배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재일 조선인'을 조롱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조롱하는 것이며 같은 민족인 문재인 대통령, 한국인까지 세트로 조롱한다는 의미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방해공작 밖에 한 것이 없지만, 자신들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 세계는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가 그렇듯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짐승 취급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멍청이 취급해야 하는 것이 판에 박힌 듯하다. 그런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댓글로 '조선민족'을 조롱해야만 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미정상회담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걸 막으려고 저주를 퍼붓는다. 괴이한 심보다.

 

어제부터 읽고 있는 소설에 한국에서 재일동포에게 시집와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이 한복을 입고 전철에 탔더니 젊은 일본 남성이 "(조선인이라는 멸칭) 보기 싫다"면서 침을 뱉었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광경이다. 나 자신도 많이 당했으니까. 한복을 입은 여성이라면, 여성 혐오에 민족차별이 더해진 형태이지만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학생들이 마트에서 일본 아저씨들이 외국인 젊은 여직원에게 욕을 퍼붓는 광경을 자주 본단다. 마트에서 알바를 하는 유학생도 외국인 여성이라고 아무 죄도 없이 욕을 들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그런 경우 무조건 외국인이 사죄를 해야 한다. 유학생도 무조건 빌라고 해서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빌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라는 것이 죄고 여성이라는 것도 욕을 먹어야 할 정도의 죄인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무조건 빌어야 하지만, 욕하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일본인 아저씨이기에 아무 죄도 없이 당당하다. 일본 아저씨들이 외국인 여성에게 욕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걸 '남성적인 매력 발산'으로 오해를 하고 있나?  그냥, 이런 일이 일상적이다.

 

기사에 댓글이나, 외국인 혐오와 조롱이 일상화된 사회를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외국인, 여성은 일본인의 노예가 아니다. 유학생은 노예 취급을 받으려고 비싼 돈을 내고 유학 온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며 딸이다. 내 학생이다. 함부로 노예,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 그러는 당신들이 범죄자처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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