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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

재팬 패싱이 아니다

2018/06/03 재팬 패싱이 아니다

 

오늘 동경은 화창하게 맑은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청소를 했다. 평상시 청소와 유리창에 베란다까지 청소를 했다. 유리창 청소를 하다가 레이스커튼이 찢기고 말았다. 거기에 덧붙일 것을 짜서 꿰매려고 봤더니 찢긴 곳을 군데였다. 곳은 레이스로 것을 붙이고 곳을 그냥 바늘로 엉성하게 꼬맸다. 거기에도 레이스로 뭔가 떠서 붙여야지. 조심할 것을 괜히 일을 만들고 말았다.

 

낮에는 더워서 밖에 나갈 생각을 못하다가 저녁 가까이 돼서 밖에 나갔다. 날씨가 더워서 싹이 나서 자라는 깻잎도 축 늘어져 있어서 물을 줬다. 쓰레기도 버리고 접시꽃도 보고 싶어서 나갔다. 접시꽃은 예년에 비해 적었지만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농가 마당에 들렀더니 상추가 있었다. 사고 싶었는데 잔돈이 없어서 못 샀다. 헌책방과 야채 무인판매에도 갔다. 야채 무인판매와 헌책방에서도 살 것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수국이 많이 핀 골목을 거쳐서 돌아왔다. 그 길에 피는 수국은 다른 곳과 달리 흰색으로 꽃송이가 엄청 큰 것들이다. 지금 피기 시작한 때라, 한참 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수국이 피는 것도 예년에 비해 이르다. 다른 쪽에도 수국이 피어 있을 텐데 요새 산책을 나가지 않았다. 낮에는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나가기가 싫어진다. 집에서 늘어져 있다가 날씨가 서늘해져야 밖에 나갈 용기가 생긴다. 오늘도 종일 집에서 지내다가 저녁이 돼서 나갔다. 밖에 나가면 공기도 신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가 건조해서 수국이 힘이 없었다. 수국이 필 때는 수분이 필요해서 비가 많이 와야 한다. 내가 돌보는 수국에 물을 길어다 줬다.

 

어젯밤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는데 마이니치신문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것이 떴다. 북한이 외화가 부족해서, 돈이 없어서 호텔 숙박비를 못 내니까, 회담 시 싱가포르 숙박비를 관계국에서 지불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얼마든지 내줄 수 있지만 북한 자존심이 상할까 봐 싱가포르에 부탁하는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은 간접적으로 돈도 없으면서 호화로운 호텔에 머물기를 원한다는 뉘앙스다.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일본과 미국에서 마지막까지 북한에 굴욕을 주는구나 싶었다. 북한이 아무리 외화가 부족하다고 해도 호텔 숙박비가 없을 리 만무하다. 유엔제재로 인해 외화반출이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겠지. 일본에서는 북한 비행기가 싱가포르까지 날아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북한이 돈이 없어서 호텔비를 못 낸다든지, 북한 비행기가 싱가포르까지 날지 못할 것이라는 등 어린아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조롱을 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들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풍계리 핵시설 폭파 시에도 취재비가 한 사람당 100만 엔이나 된다면서 마치 북한이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아 취재비로 돈벌이라도 하는 것처럼 떠들어 댔다. 몇 사람 안 되는 외신기자들에게 실비용을 받았다고 얼마나 될 것인가. 일본 매스컴에서는 취재비가 비싸거나 없어서 못 간 것이 아니라, 초대받지 못해서 못 간 것이다.

 

한국 신문에도 오늘 북미 정상회담 시 북한의 호텔비에 대해서 기사가 떴다. 일본 기사와 비슷한 논조였다. 사실 확인을 해서 설득력이 있는 기사였어야 하는데, 이러니까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구나 싶었다. 아무리 북한이 돈이 없다고 해도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데 호텔비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상대방 자존심을 갈구고 놀려도 빈곤한 상상력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북한을 조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미국에서도 북한에 대해서 마치 눈 앞에서 현금다발을 놓고 흔드는 것처럼 '한국처럼 잘 살게 해 준다'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이 도와줘서 잘 살게 된 것인가? 미국이 잘 살게 해 준 나라가 지구 상에 몇이나 있나? 미국이 전쟁을 해서 확실히 쳐부수고 망하게 한 나라가 훨씬 많다는 걸 세계가 다 알고 있을 텐데. 북한을 바보 멍청이로 아나? 신문보도가 사실이라면 참 실례다. 정상회담을 하는 상대방을 거지 취급하면서 밟는 거니까. 이런 것도 거래의 기술인가?

 

한국에서는 일본의 동향을 보고 제팬 패싱이라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한국이 활발하게 북한과 교류를 하고 곧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은데 일본과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가 없어서 북미회담 중지에서 재개로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뜻만 중요하지 남북정상회담이나,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골치가 아프다. 북한과 중국과의 사이도 자신들이 제외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중국 식민지로 전락한다고 본다. 남북한이 세트로 중국 식민지가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일본에서 볼 때, 뛰어야 벼룩 정도로 생각하는 척한다.  

 

일본에서는 세계가 일본 중심으로 돌아간다. 미국은 절대로 일본을 배반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사실은 일본이 전적으로 미국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북한이나, 중국의 움직임이 반갑지 않지만 굳이 거기에 끼고 싶지 않다고 한다. 다 얕보고 있다는 포즈를 취한다. 그러면서 중국에게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게도 못하니까, 북한을 가지고 조롱하는 것이다. 결국은 북한이 일본에게 머리 숙여서 돈을 달라고 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을 조롱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만무하지만, 자살골 넣기를 좋아하니 어쩔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제팬 패싱이 아니라, 일본이 독자적인 외교 성과로 어디까지나 일본이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자세이다. 끝까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지 않기를 바라며 온갖 훼방을 놓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일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아베 정권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아베 정권은 굳건히 계속될 것이다. 자민당도 굳건하다.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현재 아베 총리가 아니면 대처를 못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래도 이만한 것은 다 아베 총리의 뛰어난 외교성과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대외적으로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인상이 먹히고 있다.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 겐세이를 놓는 것도 일본에서는 아주 환영받는 일이다. 북한은 아베 정권의 든든한 뒷받침이 된 모양새다. 주변 국가와 문제를 일으키고 관계 회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외교를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그렇게 믿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제팬 패싱이 아니다. 일본이 격 떨어지게 과거에 식민지 지배를 했던 주변국과 어울리게 생겼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죽어도 대일본제국의 자존심이 한반도 평화를 용인할 수가 없다. 중국이야, 워낙 큰 땅덩어리와 인구에 경제도 성장해 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지만 한반도에 대해서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끝까지 간다. 아베 정권이라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일본이 안 해서 그렇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이 어떻든 북한과 사이좋게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존공영하는 길로 가야 한다. 한국과 북한이 사이가 좋아지는 것이야 말로 한국을 강하게 하는 것이며 북한이 강건해지는 것이다. 다른 어떤 것 보다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일본은 워낙 '고독'을 좋아하니까, 따로 놀고 싶다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제팬 패싱이 아니라, 독자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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