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5 망고의 담
오늘 동경의 날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왔다. 어제도 여기저기서 게릴라성 호우가 내려서 전철이 멈추거나 연착이 되었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아직도 장마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 점심시간에 동료에게 물었다. 매일같이 비가 와서 마치 물속에서 사는 것 같은 생활이 좋은지, 장마가 걷혀서 불볕더위가 좋은지? 동료들이 하나 같이 장마가 낮단다. 나도 불볕더위보다 장마가 낮다. 그러나 며칠을 비가 오는 날씨가 계속되면 모든 것이 찐득거려서 불쾌하다.
점심시간에 프랑스 니스에서 일어난 사건과 트럼프가 당선할지도 모른다는 게 화제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죽이는 것이 오락도 아니고 연달아 터지고 있다. 세상이 흉흉하기 짝이 없다. 미국친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필리핀과 연계해서 중국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거기에 일본도 가세를 하겠지. 나는 현재 믿을 만한 것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중국이니까, 중국이 냉정하게 대처해서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각국 정상들이 도저히 정신적으로 정상인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미친 사람들이 큰 권력을 가지고 뒤흔들고 있으니 혼란스러운 세상이 더욱 혼돈스러워진다. 미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전쟁도 불사한다고 난리를 친다.
전쟁을 하려면 애먼 젊은이를 앞세우지 말고 정치가가 맨 먼저 앞장서 주길 바란다.
아무리 장마철이라지만 비가 오는 본새도 이상하다. 그 이름도 ‘게릴라성 호우’다. 다른 동료에게 물었다. 비가 오는 것이 더 이상해지면 이름도 바뀌는 것일까? ‘테러성’이라든지? 바뀌냐고 물었더니, ‘게릴라전’이 아주 골치 아픈 것이라, 바뀐다면 ‘핵폭탄’이 될지도 모른다네. 가뜩이나 살기가 힘든 세상에 날씨마저 ‘게릴라’가 되어 평온한 생활을 공격하고 있다.
학교가 끝나서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더니 내가 마시는 커피가 쌌다. 특가라서 한사람이 한 병 밖에 못 산다. 한 병씩 사서 계산을 하고 다시 들어가서 샀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와 두부도 사서 짐이 좀 무거워졌다. 다른 마트에 들렀더니, 망고가 싸다. 이번 주말을 망고먹기 강조기간으로 정했다. 짐이 무거워졌지만, 망고는 사야 한다. 운반이 가능할 정도로 사기로 했다. 무모하게 큰망고를 16개나 샀다. 짐을 육에 넣어서 짊어지고 양팔이 늘어날 정도로 양손에 무거운 망고를 들고 언덕길을 올라왔다.
망고로 부엌에 담을 쌓았다. 망고의 담을 쌓은 기념으로 사진 촬영도 했다. 망고의 담은 망고가 내 뱃속으로 사라짐으로 허물어져 가겠지만, 좋아하는 망고로 담을 쌓으니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망고 옆에 망고 퓌레와 오늘 산 과자도 같이 놓고 사진도 찍었다. 날씨도 비에 절어 무겁고 우울한데, 잠시라도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에 둘러싸여 행복한 기분을 맛보고 싶다. 망고 먹기 강조기간에 쌓은 망고의 담이다. 미친 듯이 먹어서 담을 허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