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3 커닝의 종류
지난주는 일본에 태풍이 와서 비가 많이 왔다.
날씨는 무더위에서 춥게 느껴지는 날씨까지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어제와 오늘은 습기도 없고 지내기 좋은 쾌적한 날씨이다.
어제 밤에 내 수업을 도와주는 학생이 와서 출석 통계와 점수 통계를 내주고 같다. 이 학기 중 제일 힘들었던 수업, 과목에서 만점이 나왔다. 완벽한 리포트였다. 인간미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완벽함. 이 수준 학생은 학교 전체에서 한 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의 확률이다. 학부 학생이라 아직 훈련 중인 사람인데, 이렇게 완벽한 리포트를 쓸 수 있다는 건, 태어나면서 부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케이스이다. 그래서 어시스턴트 학생에게도 읽으라고 했다. 도저히 학생이 썼다고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래, 완벽해. 근데, 뭔가 찜찜하다.
책을 열 권이나 쓴 나도 원고를 써보면 고쳐야 될 게 많이 보이는데, 완성도가 너무 퍼펙트 하다. 평상시 점수를 체크했다. 낮다. 이 정도 점수 학생이 그렇게 완벽한 리포트를 작성할 가능성은 기적에 가깝다. 이 정도 재능을 갖고 있는 학생이 쓰는 문장은 아무리 잘못돼도 평상시에 아주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거 뭐야, 골치가 아프다.
영어에는 남의 논문을 훔치는, 인용을 인용이라고 하지 않고 자기 것처럼 쓰는 걸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들도 그 일로 골치를 썩인다. 일본에선 그런게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베낀 정도가 심한 학생은 불러내서 주의를 시키고 단위를 못준다. 상황에 따라서는 학교 징계위원회까지 넘겨야 한다. 보통 선생들은 아주 악질이 아닌 경우,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경우 학생을 징계위원회까지 넘기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학생이 증거도 있는데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선생이 개인적으로 처리를 못한다.
결과적으로 퍼펙트 한 리포트는 다른 학술논문을 그대로 가져온 걸 쉽게 알았다. 너무나 안이한 컨닝이었다. 물론, 리포트에서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커닝으로 간주한다는 주의를 했다.
레포트를 채점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커닝이 있다.
나는 왠만한건 그냥 둔다.
그러나 평상점수와 상관관계로 봐서 리포트 점수가 아주 높게 나온 경우 체크를 한다. 이건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이라 학생들 태도만 봐도 대충 점수가 나오고, 장래가 보인다. 기본적인 걸 제대로 할 수 있는 학생은 아무리 취직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취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많은 학생들이 아주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안 한고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 걸 모른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건 공부하는 방법이나 새로운시점, 다른 시점을 한 번 제시를 할 뿐이다. 그 걸 받아들여서 하느냐 안 하느냐는 학생의 선택에 맡겨진다. 그런데 학생들은 기본적인 지시를 무시한다. 즉 말을 안듣는다. 말을 안 듣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포기한다. 그들의 인생이니까, 말을 듣고 따라오는 학생만 가르쳐도 바쁘다. 그러니까 같은 강의를 들어도 학생의 발전도는 아주 많이 차가 난다.
지난주에 다른 과목 리포트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나는 점수를 각자가 체크할 수 있게 한다. 천식기가 있는 학생이 리포트를 다른 학생들 20% 정도밖에 못했다. 물론 점수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전에 자신이 천식기가 있다는 걸 나에게 말하면서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병에 대해 잘 모르니까, 자신이 알아서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학생은 왠지 아주 기뻐했다.
이번 평가결과를 보고 학생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럴수가, 라는 것이다. 병과 리포트 결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아마 다른 학생들 50%를 했다면 나도 단위를 주려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20%는 단위를 못준다.
장애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다. 학부모도 학생을 돕지 말라고 학교에 부탁했단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니까. 사람들이 도와주면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고.....
대단한 부모에 대단한 학생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뭔가를 도우려고 한다.
장애이기 때문이 아니라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성적 때문에 학생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채점을 하는 입장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도 채점기간에는 운동도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이 찌고 몸이 아파온다.
그리고, 아직도 고민을 한다.
어떤 게 좋은 채점인지를.... 그들 인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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