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31 일본 어린이 빈곤의 영향
오늘 동경은 태풍 종다리가 지나고 맑아서 다시 기온이 올라갔다. 최고기온이 33도였다. 하지만 비가 와서 지면이 습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기온보다 선선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라면을 먹는 일도 드물지만 아침부터 라면을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데 따뜻한 것을 먹고 싶어서 땀을 흘리면서 먹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겠다. 날씨도 선선해서 천천히 준비해서 도서관에 갔다. 읽을 만한 책이 좀 있어서 읽느라고 채점하려고 가져간 리포트는 손도 못 대고 그냥 가져왔다. 대신에 7월에 쓰지 못했던 엽서를 두 장 써서 우체통에 넣었다.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엽서를 써야지 하면서 여름 인사용 엽서를 사서 들고 다닌 지가 한 달이 가까이 되었는데 엽서를 쓰지 못한 것이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면서 마음에 걸려 있었다는 걸 알았다.
요새 한국 신문에 보면 일본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일본에서 하는 것이 모든 게 다 좋은 것처럼 보도하는 걸 본다. 잘 모르면 일본 신문이 원하는 대로 잘 속아 주는 것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의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어린이 빈곤이 가장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어린이 빈곤이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장 심각했던 때가 2012년으로 16.3%(6명에 1명)까지 올라갔다. 어른을 포함한 상대적 빈곤율은 16.1%였다. 일본의 빈곤율은 통상적으로 높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적다. 그런 중에 어린이 빈곤율이 가파르게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그 후 어린이 빈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 등으로 좀 낮아진 것이 2015년 기준으로 13.9%이다. 참고로 상대적 빈곤율은 15.6%로 그다지 낮아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에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릴 때, 국민복지를 위해서 쓴다고 했다. 고령화로 인한 연금과 의료비 부담 등 사회보장을 위해서 쓴다고 했는데 정작 세금에서 국민복지를 위해서 쓴 것은 10%라고 한다. 사기를 친 것과 다름이 없다. 소비세를 올릴 때 약속한 것처럼 국민복지를 위해서 썼다면 어린이 빈곤율 만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율도 많이 개선되었을 것이다. 어린이 빈곤율이나, 상대적 빈곤율도 수치로 보면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높다. 수치만이 아니라, 체감 수준으로 보면 한국이 훨씬 여유 있고 풍족하게 살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일본이 아주 실속 있게 잘 사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것은 옛날이야기다.
일본의 어린이 7명 중 1명이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단신 부모와 사는 어린이는 51%가 빈곤한 상태로 OECD 가맹 3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단신 부모 중 엄마와 아이만 있는 가정이 빈곤한 상태에 빠지기 쉽다. 그런 가정의 대부분 엄마들은 일을 하지만 급료가 낮거나 정규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일반 가정 연수입이 626만 엔(엔은 한국돈 10배라고 보면 된다)에 비해 엄마만 있는 가정은 181만 엔이라고 한다. 아빠만 있는 가정도 일반 가정에 비해 수입이 낮지만 엄마에 비하면 훨씬 높다. 보호자 한 명과 어린이 한 명이 연간 173만 엔 이하로 생활하는 것을 빈곤한 상태로 본다. 경제적인 차이는 그대로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과목 점수차와 진학률로 나타난다. 모자 가정과 일반가정의 점수차가 국어에서 11점, 산수에서 13점 차이로 나타난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엄마가 일해서 버는 수입을 보면 연간 200만 엔 이하가 58%다. 일반 가정 어린이가 있는 세대 평균 연수입은 700만 엔이 넘는다. 단신 부모 가정의 상대적 빈곤율 순위를 보면 일본이 가장 높아서 51%, 다음은 칠레로 49%, 이스라엘이 48%, 미국45%, 호주도 45%로 나온다.
교육격차에서 수입과 비례해서 그대로 점수차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점수차가 큰 것은 수학이다. 나도 이렇게 수입과 성적차가 나오는 줄 몰랐다. 수입격차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국립대학 의학부에 합격한 학생을 보면 2005년 수치에서 사립고 출신이 83%, 공립고가 13%, 국립고가 4%로 1981년에 비교하면 사립고가 4배나 불었고 공립고가 약 6분의 1로 줄었다. 그만큼 계급 이동이 적어졌다는 의미로 부자만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은 의사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립학교 진학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교육을 차세대에 대한 투자로 보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GDP 대비 교육에 대한 공적지출이 적은 편으로 한국의 4%에 비해 더 적은 3.2%다. OECD 평균은평균은 4.5%이다.
어린이 빈곤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빈곤이 대물림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 수입이 적으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진학이나 취직에서 불리하다. 그러면 수입이 높은 직업을 갖지 못한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아이에게 빈곤이 대물림해서 다시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수입과 학력의 관계를 보면 수입에 따라 학습 시간 길이도 다르다. 수입이 적은 부모는 아이를 가르칠 학력이나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고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 점수 기준으로 90점 이상 받은 학생 중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0.8%에 불과하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21%가 넘는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 점수가 가장 많은 것은 30에서 40점이 21%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와 성적이 정반대로 나온다.
어린이 빈곤은 복지정책을 통해서 지원을 하면 대학을 졸업해서 높은 월급을 받아 세금과 연금을 내고 건강보험료를 내면서 사회를 지탱하는 사람이 된다. 지원이 없으면 고졸도 못되고 알바를 하다가 생활보호를 받는 사람이 되고 만다. 생활보호는 세금에서 지출하게 됨으로 사회적으로나 정부 재정적으로도 손실이 크다. 그래서 어린이 빈곤은 지원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2016년에 조사한 결과다. 모자세대는 '아주 힘들다'와 '꽤 힘들다'를 합치면 83%나 된다. 다음은 아동이 있는 세대가 '아주 힘들다'와 '꽤 힘들다'가 62%다. 다음은 고령자 세대가 '아주 힘들다'와 '꽤 힘들다'가 52%다. 고령자는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생활보호를 받는 반이 고령자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세대인 것이다. 전세대에서 '아주 힘들다'와 '꽤 힘들다'는 57%로 일본 사람들이 결코 여유 있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어린이가 있는 세대가 생활이 '힘들다'가 62%나 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더욱 심각한 고령화가 될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어린이 빈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교육격차를 보면 연수입이 1,000만 엔 이상일 경우 5.6%만 고졸로 취직하고 62.4%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수입이 적은 가정과 정반대인 것이다. 빈곤과 부자가 다 대물림이 되는 사회구조인 것이다. 빈곤한 상태에서는 어린이가 노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통하지 않는 사회구조인 것이다.
동경에서 중간 정도 학력의 대학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중간 이상과 중간 이하인가에 따라 학생들이 달라진다. 학력이 비슷해도 경제적으로 중간 이상인 학생들이 훨씬 자유롭고 의욕도 높으며 경험의 폭이 넓고 체격, 영양상태도 좋다. 학생들 가정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양쪽 부모 중 한쪽이 없는 학생들이 반은 되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중간 이하로 분류될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학력이나 건강, 체격 학습태도 등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과 비교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이전에는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다. 점점 많은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서 살아갈 인생도 차가 있을 것 같이 보여서 마음이 복잡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