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3 폭염과 살아가기
오늘도 동경은 뜨거웠다. 어제는 최고기온이 37도, 오늘은 36도였다고… 내일도 일기예보로는 35도란다. 아마, 더 올라가겠지. 폭염도 익숙해진다. 익숙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아니, 익숙해지면 더 위험하다...
오늘은 일도 하고 새책이 오는 날이라,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으로 가면서 우체국에 들러서 우편을 보내고 옆 가게에 들러서 재활용품도 봤다. 재활용품을 사면 그 돈을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친구를 위해서 블라우스를 사고 내가 쓸 만한 것도 있어서 사들고 도서관을 향했다. 집을 나가면서 선글라스에 밀짚모자를 쓰고 찬물병에 손수건, 부채도 들고 있어서 좀 이상한 사람 같은 행색이다. 우체국에서 지갑을 꺼내면서도 땀이 줄줄 난다. 그 게 부끄러워서 쓸데없는 변명 아닌 변명을 중얼거린다. 옆 가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얼 거리면 거릴수록 혼잣말을 하는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정신이 없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나니까… 도서관을 향하면서 남의 집 앞에 있는 꽃도 찍고, 야외풀장도 찍었다. 야외풀장은 얼른 찍고 재빨리 자리를 떠야지, 아니면 변태거나 성추행 예비군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살 것이 있나 농가 마당을 들여다보고, 방울토마토와 오이도 한 봉지씩 사서 가방에 짊어지고 재활용품 가게에서 산 것은 손에 들고 걷는다. 물을 마시면서 부채질을 하면서 걷다가 사진 찍을 것이 있으면 사진을 찍고 얼마나 수상한 사람인가. 아마, 남자였다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가는 길에 우체국에도 들렀다가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갔더니 그만큼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도서관 화장실에 들어가서 얼굴을 봤더니 벌겋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땀으로 온몸이 젖은 것을 말할 필요도 없고… 화장실에서 셔츠를 벗고 땀을 대충 씻어냈다.
새로 온 책을 다 보고, 두 권을 새로 빌렸다. 가져간 일을 준비하면서 도서관에서 천천히 책을 보고, 네 권을 읽고 나왔다. 저녁 5시 반이 넘어서 찬물을 병에 채우고 도서관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농가마당에 놓인 바구니에서 가지 한 봉지와 호박을 샀다.
집근처에 다 왔을 때, 친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돌아오는 길에 산 가지를 두 개 나눠줬더니 산 집을 알려 달라고 말로 해도 모르겠단다. 어린이 놀이터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서 알려주는 사이에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들어서 얼마나 뜯겼는지 모른다. 짜증이 났다. 집에 다 도착해서 정신없이 땀도 나고 배도 고픈데…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싶은데… 친구에게 붙잡혀서 옷과 가지를 나눠준 것까지 좋았다. 덤으로 모기에게 물어 뜯길 이유는 전혀 없었는 데… 억울하고 분하다.
집에 와서 창문과 커튼을 열어 환기시켰다. 베란다에 물을 끼얹어서 식히고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입었던 옷도 벗어서 빨았다. 오늘 재활용품 가게에서 산 것도 다 빨아서 널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오늘 산 가지를 양념된장에 볶아서 삶은 소면과 같이 먹었다. 맨 밑에 채 썬 오이를 깔고 소면을 넣고 가지볶음을 놓았다. 방울토마토로 반으로 잘라서 옆에 놓았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맛있었다. 디저트로 수박을 잘라서 먹었다. 요새는 매일같이 수박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여름에 소면을 많이 먹는다. 나는 소면을 별로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새처럼 폭염이 계속되면 솔직히 불을 써서 요리를 하기가 싫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소면처럼 바르르 삶아서 후루룩 먹는 것이 편하고 좋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소면을 먹는다. 소면도 다 떨어져 가는 데, 사러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내일 밤에 소면을 사러 언덕을 내려가? 수박도 떨어져 가는 데… 아, 캐리어를 끌고 가야겠다.
아래 사진처럼 꽃이 피어있는 정원이 좋다. 관리가 너무 철저한 것보다 자연스러움이 넘치게 꽃이 핀 정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