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7 열대야
오늘 동경은 무척 더웠다.
최고기온이 몇 도였는지 모른다. 지금 확실한 것은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드디어 열대야가 시작된 것 같다. 어제까지도 밤에는 선선했는데…
오늘도 아침에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다.
어제도 도서관에서 밤늦게 돌아와 어영부영하다 보니 잠을 늦게 잤다. 일을 집중해서 많이 하다 보면 머리는 피곤한 데 몸이 덜 피곤해서 잠이 잘 안 온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좀 늦게 일어났다. 8시쯤이였다. 우선 하루 일과 시작인 스트레칭을 하고 집에서 일을 할까, 도서관에 갈까 망설이다 보니 시간이 점점 지나간다. 9시쯤에 아침을 먹고 빨래를 하다 보니 10시가 되었다. 그런데 햇살을 보니 점점 장난이 아니게, 무섭게 뜨거워져간다. 햇살이 눈부시다.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싶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이 정도가 되면 밝은 햇살이 좋은 게 아니라 공포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싶은 충동을 느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지낼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9시 현재, 실내온도가 벌써 30도다. 기가 막히다. 도대체 오늘 최고기온은 몇 도까지 올라가려는 걸까. 10시에 길은 나서면, 11시 쯤 도서관에 도착한다. 날카로운 햇살을 보니 도무지 길을 나설 용기가 안 난다. 이번 주까지 끝내야 할 일이 있지만, 목숨 걸 일은 아니다. 집에 있으려고 해도 기온이 기온인지라, 어떻게 자신이 없다. 그리고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점심으로 가져갈 것도 없다. 도서관에 가면 밤까지 못 돌아오는데 허기가 지면 피곤해진다.
요전 날 친구네 집에 갔더니, 창문에 커튼을 전부 내리고 있어서 집안은 어두웠지만, 선선했다. 자세히 봤더니, 거실에는 햇볕을 반사시키는 블라인드를 쳤고, 방에는 빛과 열을 차단하는 커튼을 치고 있었다. 이 게 생각보다 선선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찜통더위를 지내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나도 그동안 침실 쪽 방은 커튼을 내려서 기온을 비교했다. 창문을 열고 커텐을 안친 것과 창문을 닫고 커튼도 내린 것을 비교해 보니 1-2도 차가 났다. 그것도 오후까지 유효한 것이었다. 그런데 커튼을 전부 내리니, 어두워서 좀 선선하지만, 형광등을 켜야 책을 읽을 수 있다.
오늘은 아침에 거실 쪽도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렸다. 햇볕이 들어오는 쪽은 커텐을 내리고 다른 한쪽은 커텐을 안 내려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실내가 밝다. 온도계를 봤더니, 28도다. 바깥 기온이 32도 정도인데, 집안 온도가 30도에서 28도로 내렸다. 28 도면 도서관 실내온도와 같다. 우선은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요가매트를 들고 시원한 쪽으로 옮겨 다니며 책을 읽었다. 요새 네팔과 부탄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주변 지리가 어두워 지도를 세 권쯤 옆에 갖다 놓고 확인을 해가면서 읽는데 지도에도 지명이 자세히 안 나왔다. 좀 답답하다.
그럭저럭 책을 한 권 읽었다. 오후 4시 가까이 되니 이 번은 커튼을 연 쪽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침에 커텐을 내렸던 쪽을 열었더니, 바람도 있고 선선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해는 누그러졌는데, 햇살이 뜨거웠던 관계로 반사열로 후끈후끈하다. 밤 10시가 되어도 실내온도가 28도다. 바깥 기온은 25도 정도이다. 바깥 기온이 32도 일 때 실내온도가 28도 인 것과, 바깥 기온이 25도인데, 실내가 그렇다는 것은 집안이 덥다는 것이다. 아까 10시 넘어서 공원에 갔더니, 아직도 지면이 식지 않았다. 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오늘 낮이 아주 뜨거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다. 집에 와서 일기예보를 체크했더니 앞으로 계속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라는 것이다. 열대야가 시작되었다. 아이고 큰일 났다. 낮에는 어디론가, 도서관으로 도망을 칠 수 있지만, 밤에는 집에서 지내야 하는데…
내일은 식량을 조달하러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으로 피난을 가는 게 좋은 건지, 식량을 조달하러 역 근처 마트에 가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둘 중 하나밖에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너무 더우면 밖에 나다니는 게 위험하다. 더위가 무섭다.
요새 여름 연휴라서 마트에 가도 별다른 야채가 없고 비쌀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무인 판매하는 야채를 사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