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6 자연재해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9도, 아침부터 비가 약간 오고 대체로 흐린 날씨였다. 지난 금요일을 피크로 최고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다.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서 최고기온이 30도 이하였다. 나는 토요일 아침에 선선해서 오랜만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은 재빨리 했다. 날이 선선해질 줄은 몰랐고, 더워지기 전에 주말에 해야 할 중요한 행사를 얼른 해치운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농가에서 생산하는 야채를 사러 가서 신선한 오이와 토마토에 계란을 사 왔으니 주말을 든든한 기분으로 맞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네 우체통에 토마토와 오이를 넣는 현장을 친구에게 들켰다. 친구는 손녀 생일이라고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어서 큰 가방에 넣고 빗속에 외출하는 중이었다. 나도 가까운 모노레일 역까지 가서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은 날씨가 선선하다는 것만으로도 내 몸에 작은 날개가 달린 것처럼 기분이 좋은 쾌적한 하루를 보냈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2도여서 더웠지만, 지내기가 수월했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새 책이 배치되는 날이라, 오전에 도서관을 향했다. 비가 조금씩 와서 우산도 작은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가, 큰 우산으로 바꿔서 쓰고 나갔다. 가는 길에 야채를 사러 들렸더니, 한 군데는 살게 없었고, 또 한 군데에 작은 수박이 있었다. 한통을 사서 도서관까지 들고 갔다.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신문을 읽는다. 아사히신문을 읽고 다음은 도쿄신문을 읽는다. 오늘 읽은 아사히신문에는 히로시마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인명피해가 50명이라는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집중호우도 인명피해가 그 정도로 나면 큰 자연재해가 된다. 그러나, 사회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그런 일에 동정이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일조차 인색해진 느낌이 든다. 아니, 자연재해나 인명피해 뉴스에 익숙해졌다고 할까, 무디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힘들어서 자연재해로 죽어간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표현할 여유가 없는 삶이 되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무서운 더위에 헐떡거리면서 지냈으니까. 동경도 폭염의 공격을 받았다. 집중호우는 알기 쉬운 자연 재해지만, 더위도 일종의 자연재해다. 더위라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아직 몇 도부터 자연재해로 봐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것뿐이다. 즉, 자연재해로 인식하기가 어려운 종류다. 고온으로 헐떡거리는 사람들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자를 동정할 여유가 없다.
자연재해라는 것은 책임의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서 피해자가 참 억울하다. 집중호우나 고온도 자연재해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피해의 규모나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다. 언제 게릴라성 호우가 내릴지 모른다. 현대의 대도시는 호우에 약하다. 지금까지 그런 비가 내리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안전대책도 없다. 여기도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 데,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와서 반가운 한편, 집중호우가 아니길 바란다. 살아가는 일상이 위태롭다.
오늘 배치된 새 책은 좀 많았고, 읽을 만한 것도 꽤 있었다. 이런 날은 건지는 날이다. 지난주에 빌려서 읽은 책은 반납하고 새로 온 책을 몇 권 추려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읽어서 반납한 책과 세 권을 빌려왔다. 오늘 빌린 책은 두껍고 큰 책이라서 가방이 좀 무거워졌다. 도서관은 열람시간이 연장되어 밤 9시까지 되었다. 보통은 밤 10시다. 지난주는 방학기간 중 열람시간이 특별히 짧게 단축되었던 것이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5시 반이 넘어서 나왔다. 도서관에서 예닐곱 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으면 꽤 많이 읽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수박이 두 개 있었다. 마침 집에 수박이 떨어져서 아침에 산 것에 보태서 하나를 더 샀다. 가진 돈이 100엔 모자란다. 주인을 불러도 사람이 없는지 대답이 없다. 메모지를 꺼내서 메모를 써서 남겼다. 항상 야채를 사는 사람인데요. 가진 돈이 100엔 모자라서 200엔 만 넣었어요. 다음에 100엔 꼭 넣겠습니다. 그리고 수박을 가져왔다.
저녁으로 페페론치노가 먹고 싶었다. 집에 와서 스파게티를 삶으면서 마늘을 까서 자르고 고추도 잘랐다. 안초비는 통조림을 따서 준비했다. 안초비 통조림에 있던 기름으로 마늘을 볶아서 고추를 넣고 안초비도 볶았다. 삶은 스파게티를 같이 넣고 살짝 볶았다. 보기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만드는 건 처음이다. 그런데 먹어보니 예상외로 꽤 맛있었다. 성공이다. 스파게티를 좀 더 많이 삶을 걸 후회된다.
첫 번째 사진은 잘 안 보이지만, 비가 오기 전에 개미가 알을 물고 이사하는 것이다. 개미들의 활동을 관찰했더니, 그전에 이사할 곳을 답사하고 작업계획을 논의하더라. 그리고 이사는 정말 일사불란하게 재빨리 하더라. 개미들이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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