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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아이들

일본, 이지메 왕국의 실태

NHK에 따르면 10월 22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85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9,520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442명으로 사망률 1.49%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615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95,95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711명으로 사망률 1.78%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121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104명이고 해외유입이 17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25,543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453명으로 사망률 1.77%이다.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가 목요일과 금요일에 가장 많은 경향을 보인다. 보통 수요일과 목요일은 확연히 차가 나게 많아지는데 오늘은 어제 612명과 거의 같은 수치가 나왔다. 동경도가 지난 목요일 신규 확진자가 284명이었는데 오늘은 100명 정도 적다. 동경도의 신규 확진자가 수요일과 목요일에서 100명 정도 차가 나는데 오늘은 어제 150명에서 35명밖에 늘지 않았다. 동경도의 발표를 보면 오늘 적게 나왔지만 줄고 있는 추세가 아니라고 한다. 오랜만에 동경도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다. 21일 PCR 검사와 항원검사 일주일 평균이 4,064.9라고 한다. 일주일 평균이라는 뜻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양성률도 3.5%이다. 오늘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 불명은 62%이다. 감염경로 불명이 평균 60%대이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수치라서 그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불안하지도 않은 것 같다. 

 

오늘 강의를 마치고 야후재팬 뉴스를 봤더니 2019년 일본 초중고의 이지메에 대한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한국에서는 '학교폭력'이라고 불리는 것도 일본에서는 이지메라는 애매한 말이다. 나는 이런 걸 보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지메는 일본에서 얼마나 오래 문제시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때 잠시 떠들 뿐이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지메가 점점 커져서 이제는 어른들 세계에도 심각한 이지메가 당연한 일상이 되고 말았다. 아니, 일본은 예전부터 이지메가 보통이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이지메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이전에는 말을 하기 싫어했는데, 어느 시점에선가는 "선생님 이지메는 일본의 문화입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체념한 듯한 반응이 돌아온 적도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이지메를 하거나 이지메를 당하지 않아도 이지메가 행해지는 걸 보고 자랐다. 이지메를 당한 학생도 이지메를 한 학생도 있었다. 이지메를 당한 학생이 입은 상처는 깊어서 일생 안고 살 것 같았다. 한편, 자신이 이지메를 한 편이라는 학생은 당당하게 밝혀서 기가 막혔다. 지금도 자신은 이지메를 한 것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이지메를 그만뒀냐면 자신의 부모가 슬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아예 없었다. 내가 경험한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이지메라는 말이 나오면 학생들은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어릴 때부터 봤지만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는 이지메가 용인되는 일본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 19에 감염된 사람을 차별하고 이지메하는 것과 겹쳐진다. 일본에서 이지메를 당하면 이지메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지메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아이들은 보육원부터 다녀서 어릴 때부터 집단생활을 하면서 주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지메를 알게 되는 것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습득할지도 모른다. 이지메를 사회화한다고 할까? 이지메를 하지 않아도 자신이 당하지 않으려면 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 일본에서는 일생 이지메를 신경 쓰면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기 짝이 없어서 사람들이 고립된다.

 

야후 재팬에 실린 이지메에 관한 기사를 소개한다. 2019년 이지메 건수가 과거 최다로 61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news.yahoo.co.jp/pickup/6374423). 일본의 초중고에서 2019년 파악한 이지메는 전년대비 68,563건이 는 612,496건으로 과거 최다였다고 한다. 문부과학성에서 22일 발표한 문제행동과 등교거부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그 이유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늘었다"라고 평가한다.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을 당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중대사태'는 121건이 는 723건으로 과거 최다를 경신해서 조기 대처를 못했던 실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지메가 는 것이 아니라, 이지메를 파악한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문부성의 조사는 매해 국공사립의 전 초중고와 특별지원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번은 약 37,000 학교를 대상으로 이지메를 파악한 수는 초등학교 484,545건(전년대비 58,701건 증가) , 중학교 106,524건(8,820건 증가), 고등학교 18,352건(643건 증가)이다. 학교에서 이지메를 적극적인 발견과 보고를 요청하는 '이지메 방지대책 추진법(벌칙이 없다)'이 2013년부터 시행된 이유 전체적으로 증가해서 30.8% 늘었다. 특히, 초등학교가 급증하고 있어 법시행 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지메 내용으로는 '놀리거나 조롱, 험담한다'가 379,417건으로 전체 61.9%이다. '노는 척하면서 때리거나 발로 찬다' 131,232건으로 21.4%, '집단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하기'가 83,671건으로 13.7%이다. 이지메 해소율을 16년 90.5%에서 작년 83.2%로 계속 저하하고 있다. 

 

심신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가 생긴 것으로 보는 '중대사태'는 초등학교 259건, 중학교 334건, 고등학교 124건, 특별지원학교 6건으로 피해자가 등교거부하게 된 것은 517건이다. 19년도 자살한 아동 317명 중 10명이 이지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초중학교 등교거부는 181,272명(전년대배 16,744명 증가)으로 과거 최다였다. 특히 중학교에서 등교거부는 3.9%로 한 학급에 1-2명 있는 셈이다. 

 

전체 학교 82.6%에서 이지메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news.yahoo.co.jp/articles/8a8d65d3a5b9df5e3ab808f348715d08c43c336d). 그 기사에 달린 댓글에 의하면 나머지는 은폐하고 있는 것일 뿐 모든 학교에 이지메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지메가 만연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 폭력행위는 78,787건으로 과거 최다를 경신했다. 등교 거부하는 고등학생은 50,100명이었다. 학교가 파악한 아동 자살은 317명으로 헤세이(1989년) 이후 처음 300명을 넘은 2018년 332명에 못 미치지만 300명이 넘는 심각한 상황이다. 자살한 이유를 '모른다'가 188명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이지메 문제를 안고 있었다가 10명이라고 하는데 고작 10명뿐일까? 

 

요새는 초중고생이 다 휴대폰을 쓰는 세상이라서 인터넷, SNS에서 일어나는 이지메는 가장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news.yahoo.co.jp/articles/7c368086b9e6800023b3804fe4fcfa3643e12ab5). 각 지방에서 파악한 수치가 대부분 과거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동경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news.yahoo.co.jp/articles/41dbcbd6202d46ffef0a8d88ffbc6b50d11e1c23). 그래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커브를 보면서 현기증을 느낀다. 도대체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말인가? 이지메가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이다. 폭력사건도 초등학교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어른들의 세계에서 이지메가 횡행하는데 아이들이 그걸 보고 배우지 않느냐고 한다.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도 남의 험담을 하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중상모략하는 이지메를 보고 자란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는 보통이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속내를 숨기고 주위 눈치를 보면서 이지메를 당하지 않게 영리하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한다. 이지메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서 고쳐나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기에 더욱 가슴이 답답해진다. 일본 사회는 어린아이 때부터 너무나 험난한 세상을 살게 하는 게 아닐까? 아니다, 이지메 사회니까, 어릴 때부터 경험으로 단련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