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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기시다 정권

일본, 한국을 너무 의식한다

오늘 동경은 오전에는 비가 온 길이 젖어있고 잔뜩 흐렸는데 오후에 들어서 날씨가 맑아졌다. 어제와 그저께 날씨가 나빠서 산책을 하지 못했다. 오늘은 춥지 않으니 산책을 해야 한다. 3일 전에 보러 갔던 겹벚꽃을 다시 보러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다녀오려고 낮에 갔다. 겹벚꽃은 3일 전보다 더 많이 폈지만 다른 벚꽃은 지고 있었다. 내일도 날씨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보러 갈 생각이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비가 온고 다시 기온이 떨어진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중고 책방에 들러서 여성잡지를 찾았는데 없었다. 꼭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서 봤다. 다른 중고 책방에 가서 봐도 되니까, 그냥 나왔다. 서둘러 산책을 갔다 와서 점심을 먹고 나니 역시 2시간 걷기는 피곤하다는 걸 느꼈다. 날씨도 오후에 맑은 날씨였다면 겹벚꽃이 더 예쁘게 보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보고 싶은 걸 봐서 다행이다. 낮에 하루 할 일을 대부분 마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오전에도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 규제를 해제한다는 뉴스를 현지 중계로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인수위에서는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하길 원한다고 전한다. 마치 현 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서둘러 방역 규제를 무리하게 해제하는 걸로 보이는 인상을 준다. 남의 나라 일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실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는 걸 구실로 일본에서도 해제하고 싶다는 속내가 들여다 보인다. 일본보다 한국이 먼저 방역 규제를 해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내심 속이 편하지가 않다. 이런 것도 코로나 방역 상황이 한국과 일본에서 다른데 왜 그런 걸 무시하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상황까지 자신들 기준에서 정하려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 규제를 해제하는 걸로 일본에서는 관광객 입국 재개의 신호로 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관광객 입국을 제한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관계자나 유학생 신규 입국 재개, 외국인 노동자 입국보다 관광객의 입국 재개이다. 코로나 방역 규제를 해제하지 않아도 관광객 입국이 재개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일본 지방 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율이 결코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오지 않아 일본 지방 경제가 거의 궤멸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코로나와 동일시하며 신규 입국 금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와 주길 바라는 것은 일본에서 보면 모순되지 않는다. 외국인을 싫어하지만 외국인이 쓰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를 오래 했으니 관광객의 입국을 바로 허용하기는 어렵다. 그런 한편,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하던 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일도 다반사이기도 하다. 요새 일본에서 다른 나라에서 관광객이 입국하고 있다는 걸 보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 방역 규제 해제를 까면서 한국에서 했으니까 일본에서도 해도 된다는 식으로 가져가고 싶은 게 보인다. 일본의 코로나 방역 규제는 한국과 상관없이 일본 정부가 정하면 되는 일이다. 

 

 

요새 일본 뉴스를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상황이 주요 뉴스이다.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공격을 받았다는 것에 중점을 둔 뉴스다. 거기에 매일 같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뉴스에 나온다. 일본에서는 젤렌스키의 국회연설이 좋았다는 평가다. 한국 국회에서도 연설했는데 듣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뉴스도 봤다. 나는 왜 한국 국회에서 젤렌스키 연설을 하게 했는지 궁금하다. 젤렌스키의 국회연설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느닷없이 젤렌스키가 한국에 대해 무기 제공을 요청했다는 걸 듣고 한국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상상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전용기를 띄워서 20명 데려왔다. 다른 경로로 일본에 온 우크라이나 난민은 550명이 된다고도 한다. 일본과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데려 온다고 전용기를 띄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최소 몇백 명은 데려오는 줄 알았다. 달랑 20명으로 일본으로 오고 싶은 희망자가 적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일본에 도착해서는 갑자기 '난민'이 아니라 '피난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난민'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피난민'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다. '난민'과 '피난민'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금방 도착했는데 일본에 오래 있을 생각하지 말고 돌아갈 생각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하는 것도 인도적 차원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 같이 보여서 씁쓸하다. 

 

지금 본 뉴스에서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준난민' 제도 창설을 검토한다고 나왔다(https://news.yahoo.co.jp/articles/3ef2a0306aaa5f6dd673aaa2ed588d98d8edd832).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이 기시다 정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우크라이나 난민에 관해서다. 기시다 총리는 다른 일을 어떻게 진행시키는지 몰라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 몰입해서 온갖 정열을 다하는 건 알겠다. 솔직히, 일본의 침몰하는 경제를 비롯해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우크라이나 난민에게만 몰입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일본 사람들도 복잡한 심정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처럼 분쟁 피난자는 난민 조약상 '난민'에 포함되지 않기에 '피난민'이라는 것이며, 적절하게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일본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에 비해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다. 그 이유가 정치적인 목적 외에 유럽에서 오는 백인이라서 그런가 할 정도다. 

 

일본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는 것에 대해 대단한 평가를 받기를 원하는 속내가 보인다. 작년 8월 하순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해서 아프간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미라클 작전'이 성공해서 400명 가까운 아프간 난민이 '특별 공로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가 있었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일본을 도운 아프간 관계자를 1명도 구출하지 못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일본에서 하는 걸 보면 아프간에서 일본에 협력한 관계자를 구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한 것인가 할 정도다. 일본에서 보면 아프간에서 일본에 협력한 걸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그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일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멀고 먼 나라이다. 일본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열정은 러시아를 압박하고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자신들이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난민을 받는다는 걸 세계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일본이 나서야 한다는 것도 어필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급기야 4월 8일에는 러시아 외교관 8명을 해외 추방한다고 발표했다(https://www.sankei.com/article/20220408-JSKKY52YWJPNJLIT73WTBTSZOI/). 러시아와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과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이 알아서 한다. 일본에서는 러시아와 갈등을 부추기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는 식으로 자극하면서 실은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고 군비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이용하려는 속내가 보인다. 일본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하는 게 보인다. 일본은 스스로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 

 

일본이 위험한 길로 가고 있는 건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일본은 자신들이 가는 길에 한국을 자꾸 끌어들여서 방패막이로 삼고 싶은 모양이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