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6도로 아침부터 쾌청하게 맑은 날씨다. 내일은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가고 모레도 30도라니 급격히 더워질 것 같다. 날씨는 어제가 스펙터클 했다. 오전에 강풍과 함께 장대비가 내려서 태풍이 올 때처럼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다 닫아야 했다. 비가 베란다를 넘어서 창문까지 들이치는데 앞과 뒤 양쪽에서 비바람이 들이쳤다. 보통 바람도 부는 방향이 있어서 남향과 북향에서 동시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일은 일어나기가 힘든데 어제 오전에 그런 경험을 했다.
비가 좀 그친 사이에 마트에 얼른 다녀왔다. 마트에 오며 가며 건너는 다리에서 강물을 보니 갑자기 수위가 확 올라오고 흙탕물이 소용돌이치며 흐르고 있었다. 어제는 그래도 좀 살 것이 있었는데 금방 3,000엔이 넘게 나온다. 내가 뭘 샀나 싶었는데 금액이 나온 걸 보고 놀랐다. 물가가 적어도 30% 정도는 오른 것 같다. 그래도 제철에 나오는 과일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사고 달걀과 칫솔, 세제를 샀다. 산 것도 없이 돈이 훅 나가면 귀신에 홀린 느낌이 든다.
요새 날씨가 더워져서 산책하는 시간을 늦게 잡고 있다. 오후 4시 가까이 되어 산책을 나갔는데 오전에 장대비가 오고 기온이 확 올라갔지만 워낙 비가 많이 와서 지면이 마르질 않는다. 그래서 습기가 많은데 기온이 높은 푹푹 찌는 느낌이었다. 전날 12시가 되기 전에 자서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더니 어제는 하루가 긴 느낌이었다. 워낙, 날씨도 스펙터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치 동남아에 간 기분으로 산책을 하다가 목이버섯을 좀 땄다. 이런 발견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사건은 지난주에 낮에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컴퓨터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부엌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집안을 울릴 정도였다. 물이 계속 떨어져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닦고 바가지를 물이 떨어지는 아래 받쳐놨다. 물이 떨어지는 게 부엌 천장에 달린 전구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우선 위층에 가서 벨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위층에 사는 아저씨가 청각장애라고 했기 때문에 메모에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고 쓰고 종이와 펜도 가져갔다. 필담을 해야 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인기척이 없다.
위층 아저씨가 청각장애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내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뭔가 있었는지 현관에 메모가 들어 있었다. 언제 밤새 물소리로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 자신이 청각장애라서 들리지 않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모를 보고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끼쳤으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줄 아는 걸 보니 상식적인 사람이구나 했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위층 사람이 없으니 관리사무소에 갔다. 관리사무소가 평일에는 오후 1시 30분에 업무가 끝나서 사람이 없다. 전체를 담당하는 회사에 전화했더니 안내에서 전화를 접수한다. 부엌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더니 안내하는 사람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얼른 담당부서로 전화를 돌린다. 담당부서에서는 바로 수리업자에게 연락해서 현장을 확인하고 대처하도록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니 물이 떨어지는 것도 간격이 길어지고 더 이상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수리업자가 집에 왔다. 물이 떨어진 현장을 보여주고 위층에도 갔다 왔는데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청각장애라고 전했다. 수리업자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체형이 한국 새 대통령과 같은데 머리까지 벗어졌다. 나는 체형이나 머리가 벗어진 것에 대해 편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내가 느낀 이상함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싶은 거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손톱이 아주 길었기 때문이다. 내 상식으로는 그런 손톱으로 수리하는 현장일을 한다는 자체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근데 일처리도 완전 꽝이었다. 수리업자가 가져온 것은 기저귀 같은 것으로 물을 흡수하는 것 2장을 줬다. 위층에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메모를 남긴다고 한다. 천정에 물이 고여서 부푼 것 같다고 한다. 아니, 전구를 타고 내려왔는데 누전이 될지도 모르니 전기를 켜지 말라거나 다른 주의 사항도 전혀 없이 간다. 일을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다른 일을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친한 이웃과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내가 없는 사이에 천정에 고인 물이 쏟아지면 어떡하지? 만약에 그게 아래층으로 새서 아래층 사람까지 피해를 입는 건 아닌가? 그런 경우는 내 실수가 아닌데 어떻게 되나? 불안했다. 이상한 수리업자가 와서 더 불안해졌다.
그날은 부엌에 전기도 켜지 않고 일찍 자기로 했다. 다음날 전날 너무 놀라서 피곤했는지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오전에 이상한 수리업자가 왔다. 와서 하는 말이 나에게 위층 사람과 둘이 얘기해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자기네는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열을 받고 말았다. 내가 왜 위층 사람과 말을 해서 처리해야 하느냐고, 제삼자가 끼지 않으면 둘이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다른 문제가 생길 여지를 만들기 싫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았는데 기본적인 안전 점검을 해주지 않으면 불안하다. 어제 천정에 물이 고여서 부풀었다고 했는데 내가 집에 없는 사이에 그 물이 아래로 쏟아지면 아랫집까지 피해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제 전구를 타고 물이 떨어졌는데 전기를 켜기가 무서워서 전기도 켜지 않았다고 화를 냈다. 내가 화가 난 것은 마치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과 같은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았다가 날벼락을 맞은 건 나다. 거기에 위층 사람이 문제가 생긴 걸 알면서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서 화를 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상한 수리업자가 관리사무소에 갔다 오더니 기본적인 안전점검을 자기네가 알아서 한다고 한다. 비용이 발생하면 자기네가 위층에 청구한다고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마친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데려다가 점검을 했다. 천장에 고인 물도 빼내고 전기 누전검사도 했다. 천장에 고인 물만 빼면 되느냐고 그대로 두면 썩지 않느냐고 했더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 괜찮단다. 내가 보기에 미덥지 않지만 더 이상 이상한 수리업자와 말 상대를 하기가 싫어서 그만뒀다.
이상한 수리업자는 첫날에는 잠깐 왔다 갔는데 이튿날을 세 번이나 들락날락거렸다.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과 천장에 물을 빼고 누전검사를 하는 현장에는 같이 보고 있어서 꽤 긴 시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자신의 긴 손톱을 보고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한 모양이다. 긴 손톱이 그냥 긴 것이 아니라, 아주 뾰족한 모양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한 손톱이다. 손톱 상태가 다른 걸 상상하게 만들었다. 여장을 하나? 저 손톱에 매니큐어를 하든지 뭔가 하는 것이겠지? 사실 요새 길게 매니큐어를 하는 손톱은 붙이는 게 많아서 꼭 손톱을 기를 필요가 없다. 내 동료나 친구가 한 달에 한 번 젤 매니큐어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손톱을 길고 뾰족하게 기르지는 않는다. 그는 뭐지? 하는 내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다. 미친 변태 놈이다.
그리고 나에게 눈빛으로 말한다. 너도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식이다. 내가 머리가 짧아서 제멋대로 그렇게 단정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상대방이 무례하게 굴지 않으면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제멋대로 내 성적 취향을 정하는구나, 동성애자가 살기 힘들겠구나 할 따름이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머리가 많이 빠진다고 했더니 아예 머리를 밀라는 말도 들었다. 머리를 밀고 다니다가 내 주변에서는 위험인물이 될 것이라서 머리를 짧게 자른 상태이다. 이상한 수리업자의 시선이 아주 불쾌했다. 나를 동성애자 취급을 해서가 아닌 것 같다.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쁠까, 곰곰이 생각했더니 이상한 수리업자가 나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걸 알았다. 정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니 이런 일일까 싶을 정도로 불쾌했다. 내 방에 앉아서 변태를 만났다.
또 하나는 위층 사람이 다음날 내가 산책을 나간 것이 오후 2시 반이 넘어서 인데 그 시간까지 사과하러 오지 않아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자기가 물을 쏟았다고 했단다. 자기가 잘못해서 아래층에 피해를 끼쳤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최저한의 매너도 없는 사람이면 내가 조심해야 한다. 위층에서 뭔가 하면 나는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생겼으니까 말이다. 사실, 위층 사람이 좀 이상해졌다. 오밤중에 일부러 쿵쿵거리고 그런 일이 빈번해서 나는 나이를 먹어서 치매에 걸렸나? 아니면 다른 병인가? 하고 있었다. 괜히 따졌다가 더 심해지면 곤란하니까, 미친놈이 살고 있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친한 이웃과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것은 저녁 5시경이었다. 아래 우체통과 현관에 위층 사람이 메모를 써서 넣었다. 부엌에 물이 새서 미안하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피해를 입은 것은 난데 왜 관리사무소에는 사과를 하고 나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는 걸까? 거기에다 내가 산책을 나가는 걸 기다렸다가 집에 없는 사이에 메모를 넣은 것도 괘씸했다. 친한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소연했더니 자기 같으면 메모를 가지고 올라가서 화를 낸다고 한다. 근데, 나는 아파트라서 정말로 미친놈이면 무서워서 못 하겠다.
다음날 산책에서 돌아와 관리사무소에 들렸더니 직원이 나를 알고 있다. 내가 몇 년 전에 위층에 피해망상증을 가진 사람이 살아서 이사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망상증 환자는 내가 키우지도 않는 개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다 휘말리게 난리를 쳤다. 나를 내쫓지 않으면 관리회사를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결국, 피해자인 내가 옆집으로 이사를 했고 나중에 그 사람네도 이사해서 나갔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덤터기를 쓴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무섭다. 내가 아파트를 사겠다고 했더니 일본인 여성 동료가 아파트를 샀다가 미친놈이 가까이 살면 도망가지도 못한다. 월세로 살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이사를 가면 되니까, 그게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사실, 그 동료는 괜찮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도둑이 세 번이나 들어서 무섭다고 전혀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어제 내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메모를 남겼더라, 애도 아니고 어른이 잘못했으면 얼굴을 보이고 사과를 해야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고 메모를 보고 오히려 화가 난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위층 편을 들어서 나에게 괜찮다고 화가 나지 않았으니까 안심하라는 메모를 써주면 어떠냐고 해서 그건 못하겠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친절해야 하느냐, 피해를 입은 건 나다. 그래도 위층 사람이 사과할 의향은 있으니까, 메모를 남긴 것이 아니냐, 사람을 만나는 걸 꺼려하는 성격일지도 모른다는 식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도 솔직히 위층 아저씨와 대면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일대일로는 절대로 대면하지 않고 만약 대면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제삼자를 세운다. 내가 그 아저씨 면상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고 애 같은 행동을 하니까, 화가 나서 이런다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문제를 크게 하려는 것도 아닌데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하라는 것이 부당한 요구냐고 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내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들이 많다. 그런 미친 사람들이 무섭다. 그런데, 일본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조심에 또 조심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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