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무더기
2016/10/09 감 무더기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와서 외출을 못하나 싶었다. 어제는 덥고 건조한 날씨로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습도가 높은 날씨가 계속되다가 갑자기 습도가 50% 정도로 떨어지면 너무 건조해서 눈이 아프다. 수업을 할 때 냉방을 켜면 바람이 꼭 눈으로 들어온다. 학생들은 앉아있어서 모르지만 서서 강의하는 사람에게는 다르다. 오늘 외출하면서 봤더니, 어제 날씨가 건조해서 지렁이들이 무더기로 밖에 나왔다가 죽은 모양이다. 지렁이 시체들이 많았다. 어제저녁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지만, 살 것이 별로 없었다. 오늘은 야채나 과일이 싼 날이라, 오늘 가서 좀 사 올 작정이었다. 쇼핑도 할 때에 몰아서 하는 것이 편하다.
오늘 아침에 백화점에 있는 유니클로에 가서 울트라 라이트 다운 쟈켓과 베스트를 샀다. 그리고, 쇼핑을 하려고 작정하고 나갔으니까, 다른 것도 봤지만, 살 것이 별로 없다. 베스트는 올해 새로 나온 걸로 사려고 봤지만, 색이 별로다. 작년에 나온 짙은 파란색으로 샀다. 신상이라고 꼭 자기에게 맞는 것도 아니다. 남자용도 봤지만, 내가 처음에 고른 것이 그중에 가장 나은 것 같다. 다음은 무인양품에 가서 기초화장품을 샀다. 용량이 큰 걸 사다가 오래 쓴다. 여기서 파는 것에는 이상한 것이 들어있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건을 살 때, 적극적으로 좋은 걸 살 수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걸 사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안경이 덜렁거려서 지나는 길에 봤더니, 적정선 가격의 안경집도 있다는 걸 알았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다시 가기로 했다. 지하 식품매장에 갔더니, 한국 당면을 싸게 팔아서 몇 봉지 샀다.
다음은 다이소에 들러서 샌들을 신을 때 신는 커버를 두 개 샀다.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에서 봤지만, 써본 적이 없어서 소모품이니까, 싼 걸로 사기로 했다. 과일과 야채를 사려고 마트에 갔더니, 그다지 가격이 싸지 않았다. 지금 배와 사과, 감이 많이 나오는 계절인데, 어찌된 일인지 과일이 무척 비싸다. 요새 배를 보면, 배가 멜론이었나 싶을 정도의 가격이다. 며칠 전에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배가 두 개에 1,200엔이나 하는 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옆동네에서 나온 배가 특별한 것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비싸? 그렇다, 내가 사는 주변은 배의 산지이기도 하다. 산지에서는 좋은 상품에서 파치에 가까운 상품까지 다양한 것이 있는데, 요새 마트에서 보는 과일 종류나 가격을 보면, 일본에서 생산하는 제철 과일이 엄청 비싸고 머나먼 타국에서 온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가 훨씬 싸다. 비싼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배가 가장 싼 것이 하나에 200엔이다. 보통 300엔이나 한다. 300엔이면 도시락을 하나 산다. 전에는 100엔을 살짝 넘을 정도였다. 올해는 날씨에 태풍 탓인지, 과일이 가격도 비싸고 품질도 나쁘고 맛도 없다. 가장 비싼 것이 과일이다. 고기보다 과일이 훨씬 비싸다.
물가가 아주 많이 올랐다. 보통 일본에서는 상품 가격을 올릴 때, 살짝 올린다. 아니면, 용량을 살짝살짝 줄이는 식으로 해서 가격 인상이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요즘 가격 인상은 살짝이 아니라, 팍팍 올라갔다. 항상 집에서 먹는 과자 나비스코에서 나온 크래커가 세 봉지들이 작은 상자가 108엔이었는데, 용량이 살짝 줄었지만, 가격인상은 없었다. 요새는 148엔이다. 내가 사던 닭도 한 마리 1,680엔이었는데, 1,980엔이 되었다. 가끔 내가 사는 과자도 가격이 두 배정도 올랐고, 맛이 없어졌다. 가격이 두 배 오른 것은 그렇다고 치고 맛이 없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제조법을 바꿔서 그렇다. 근래 맛이 없어진 것들이 많다. 항상 사던 요구르트도 이제는 재료가 우유가 아니다. 맛도 확실히 바뀌었다. 사면 안 되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유명회사 제품들도 내용이 급변해서 맛이 없어지며 가격이 올라가니 살 것은 점점 없어져 간다. 제품의 질을 유지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져서 점점 더 안 팔릴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일본에서는 자살골을 넣는 일을 스스로 잘한다. 나처럼 단출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물가 인상이 확 와 닫는데,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부담이 클까? 요즘 가격이 비싸지 않게 느끼는 품목은 쌀이다. 사람들이 점점 쌀을 덜 먹고 쌀이 결코 싼 것이 아니었는데, 상대적으로 쌀을 싸게 느낀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일을 유권자도 아닌 내가 걱정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시락 같은 것은 점점 종류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별로 오르지 않았다. 재료비가 엄청 올랐는데, 도시락 가격을 인상하면 안 팔릴 것이라, 그런가? 나는 가공식품을 사지 않은 편이라, 도시락도 사지 않는다. 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 도시락을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러다가, 비싼 유기농 가게에서 파는 상품밖에 살 것이 없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유기농 가게에서 파는 것은 워낙 품목이 적다. 나는 유기농 가게에서 파는 것만 먹고살아도 된다. 그러나, 한참 자라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 식비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치가 떨릴 정도로 한심한 정치다. 사람들이 먹는 것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에 무관심한 정치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화가 난다. 선진국이고 나발이고 사람들이 먹을 것은 제대로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내가 사는 주위에 보면 감나무가 많아서 주렁주렁 열렸다. 사람들이 따먹지 않기에 새가 쪼아 먹고 썩어서 땅에 떨어져 나뒹굴 정도로 흔하다. 주변 농가를 보면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재배하는 제철 야채가 아주 많다. 이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가고 마트에는 비실비실한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야채들이 말라가고 있는지? 이상하다.
집에 와서 한숨을 돌리고 쉬다가, 오후에 산책 삼아 무인판매에 갔다. 가까운 농가 마당에 감이 있었다. 두 개에 100엔이었다. 이 종류 감은 마트에서 하나에 최하 200엔이다. 항상 들르는 곳에 갔더니 감이 네 봉지 있어서 다 샀다. 자기네 집에 있는 걸 따서 낸 모양이다. 작은 것은 8개, 좀 큰 것은 6개 들이 한 봉지에 100엔이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단맛도 덜하고 모양도 울퉁불퉁하지만, 아주 신선하다. 다행이다. 본 김에 아주 무더기로 사 왔다. 마트에서 파는 과일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점점 이상해진다. 내가 이상한 건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