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냄새
2013/10/21 고등어 냄새
오늘 동경은 날씨가 맑았다가 나중에는 흐렸다. 그저께 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어제는 하루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아주 추운 날씨였다. 그래서 집에 있으면서 거의 겨울수준으로 옷을 껴입고 급기야 겨울이불을 꺼냈다.
오늘 아침에 잠이 깨기 전에 꿈을 꿨다.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꿈에 나타나서 아주 기분이 나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왜 꿈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개꿈이야, 새로 산 핑크색 요가매트로 산뜻하게 요가를 하고 아침을 시작해야지… 날씨가 좋아서 할 일이 많다. 마음도 조급해진다. 우선 방에 널었던 빨래를 밖에다 널고 고구마를 찌면서 요가를 한다. 목욕탕 물을 세탁기에 넣고 매트들을 빨았다. 목욕탕도 청소하고 요가매트에서 냄새가 나니까, 그 것도 씻어서 널었다. 이불도 널었다. 베란다가 금세 좁아진다. 그리고 청소를 한다. 비가 와서 눅눅해진 실내를 말리고 바쁘게 움직인다. 집안도 내마음도 개운해졌다.
아침을 먹고 대충 일을 마쳤다. 그동안 이불도 뒤집으면서 구석구석을 말렸다. 밖에 널었던 이불과 요가메트도 걷어들이고 창문을 닫는다. 뒷쪽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너무 예쁘다.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배터리가 없단다. 완전 약 올린다. 학교도서관에 가는 길에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챙겼는 데…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래도 아직 11시 전이다. 우체국에 들러 우편물을 부쳤다. 옆에 가게에 들러 하얀 셔츠와 속옷을 아주 싸게 샀다. 왜 하얀 속옷에 끌리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입었기 때문일까? 일본에서는 속옷을 못 삶아서 하얀 속옷을 안 입기로 정한 게 옛날인 데… 우체국에서 학교로 바로 가려다 셔츠와 속옷을 산 걸 집에다 두고 다시 나갔다.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갔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학교에 가는 길에 감이 떨어진 게 없나 봤지만, 한 개도 건질 게 없었다. 학교식당에서 항상 먹는 메뉴를 봤다. 건더기가 많은 국이 있는 데, 국그릇이 작아졌는 데, 가격은 그대로다. 아니지, 그러면 안되지. 옆에 있는 멀건 된장국은 삼십 엔, 건더기가 많은 국은 백 엔이다. 가격 인상이 너무 심하다. 닭튀김을 마리네 한 것과 잡곡밥에 자반고등어 구이를 쟁반에 넣고 계산을 했다. 특히 생각이 없이 자반고등어 구이를 고른 거다. 약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무시하고 점심을 먹었다. 고등어에 소금을 왕창 넣어서 짜다. 혀가 뒤틀릴 정도로 짜다. 아차, 고등어를 먹고 나오는 순간부터 후회했다. 내 입술에 고등어가 흔적을 남겼다. 입술이 고등어, 고등어하고 외친다. 내입술을 도려내고 싶다. 도서관에 가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몇 번이나 입가심을 했다. 입술에 남았던 고등어는 화장실 수챗구멍으로 사라졌다. 새로 나온 책을 다 체크하고 몇 권을 추려서 내 자리로 돌아왔다. 고등어가 다시 목에서, 혓바닥을 통해서 고등어, 고등어하면서 자신을 잊지 말라고 난리를 친다. 잊고 싶다, 고등어. 아는 학생이 있어서 말을 하면서, 점심에 고등어를 먹었다고 했더니, 냄새가 안난단다. 내가 냄새가 나서 싫어. 괜찮아요, 저녁을 먹으면 그 냄새가 없어져요…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도 한 장 못 찍었다. 여기까지도 그냥 그런 날이었다.
도서관에서 가져간 책을 읽고, 반납하고 새책을 한 권 읽고, 다른 책을 빌려왔다. 한 다섯 시간을 보냈다. 불행한 사태는 도서관에서 나오는 계단에서 발생했다. 별로 반갑지 않은 직원을 만났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면 될 것을… 나를 아주 반가워한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던 차라, 그냥 생각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계단에 엉거추춤하게 서서 말을 하는 데,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보면서 지나간다. 아, 이사람과는 잘 안 맞는다. 학생 때도 싸웠는 데, 근데, 이 사람은 나를 보면 그냥 두질 않는다. 내가 너무 방심했다. 한시간 이상 불편한 마음과 자세로 서서 말을 했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이 대화를 관둬야 하나… 가시지 않는 고등어 냄새처럼, 끈적끈적한 시선… 싫어, 그래도 어른인지라, 참았다. 학교를 나오면서 그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표정이 안보였을까, 보여도 그런 걸 쾌감으로 느끼나? 모른다. 그저, 내가 아침에 꾼 꿈이 이걸 예감시킨 것이라는 걸 알았다. 고등어를 먹어서, 끈적끈적함, 찐득찐득함이 시너지효과를 냈다.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아니 어느 집에서 생선조림을 했는지, 생선조림 냄새가 청소를 마친 집안에 가득하다. 울화통이 터진다. 아침에 청소를 하고 이불을 말렸는 데, 생선조림 냄새라니요... 업친데 덮친 격이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아침에 청소한 것이 확 더럽혀진 느낌이다. 그래도 어떻게 참아야지, 저녁도 먹기가 싫고 커피를 연달아 두 잔이나 마셨다. 그래도 고등어 냄새와 싫은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아, 자반고등어 같은 날...
사진은 아주 귀엽게, 일층 아줌마가 심어 놓은 꽃을 올린다. 그래도 좋은 날로 마감하고 싶어서… 목욕을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좋은 꿈 꿀 거야, 안녕, 고등어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