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

호박들

huiya(kohui) 2019. 10. 28. 20:23

 2014/10/27  호박들


오늘 동경은 기온이 좀 높은 따뜻한 날씨였다. 나는 주말에 계속 외출을 해서 피곤했지만,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서 새로 온 책을 다 보고, 지난주에 빌린 책은 반납했다. 점심 먹으러 학교 식당에 갔더니, 마침 점심시간이라, 학생들이 길게 줄 서있었다. 나도 거기에 껴서 점심을 먹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주말에 못한 청소를 간단히 했다. 오늘 청소를 못하면 찝찝하게 일주일을 보내니까, 싫다.

토요일에는 고마바에 해마다 열리는 바자에 다녀왔다. 바자에 나온 물건이 예년에 비해 적었다. 괜찮은 물건들은 좀 비쌌고… 그래도 나름 건진 것들이 있다. 대충 마치고 엄마안테 전화했더니 집에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자마자 그동안에 일어난 일을 보고한다. 여름에 옆집을 팔고 아파트를 두 채 샀다고, 옆집은 내놓은 다음날 팔렸단다. 같은 동네에 아파트를 샀으니 엄마 친구도 보러 온다고 했으니까, 같이 가서 보고 가란다. 아버지도 일주일 입원했다고… 집에 밥이 없다고 붕어빵을 데워준다. 거봉 포도도 나오고, 엄마친구랑 약속해서 아파트를 보러 갔다

아파트는 15년 전에 지은 것으로 아주 잘 지은 것이었다. 6층이었지만, 전망도 좋고 방마다 창문이 있어서 답답하지 않았다. 물건을 수납할 장소가 많아서 가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신축이었을 때, 15천만 엔이었는 데, 8천만 엔에 샀다고, 비용을 포함하면 9천만 엔이란다. 또 하나는 내년 1월에 계약하는 데,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아파트란다

아파트 천정이 낮아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장소가 좋지만,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살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데… 새로 나온 아파트가 많아서 잘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 엄마에게 걱정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 친구는 음악가다. 같은 아파트를 사서 나이 먹으면 나도 여기에서 살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나서 엄마 친구네 집에 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엄마 친구네도 넓은 터에 집을 새로 지었다. 땅값 만해도 몇억 엔에 집도 억대 이상이 된다. 나는 처음 갔다. 음악가라서 그런지, 집이 작은 음악홀과 같았다. 요새는 청소하는 분이 오지 않는다고… 그동안 쭉 청소하는 사람이 왔었는 데… 

새로 산 찻잔에 은쟁반까지 나왔다. 홍차는 티백이었지만 맛있는 과자와 같이 차를 마시고 집안을 둘러봤다. 바로 앞집은 옛날 귀족네 집이란다. 실은 이동네가 귀족네 선조들이 살았던 곳으로 원래 토박이는 귀족네 신하들이었단다. 귀족은 명치시대가 되면서 귀족이 되었지만, 그 전에는 한()이라는 한나라의 왕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가가한)이기도했다. 각한은 에도에 자신들의 지점이 있었다. 박쿠후의 쇼군과 천왕이 에도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 나라와 에도를 중심으로 정치와 사교를 해야 했으니까…

나는 엄마와 엄마 친구에게 좋은 시대를 산 것이라고, 내 세대가 되면 비싼 식기나 찻잔을 마련해서 집에서 손님을 맞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우아한 일이 없다고 했다. 세대가 좀 더 내려가면, 식기세척기를 쓰는 게 당연하니 비싸고 섬세한 것을 쓸 수 없다고… 관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제는 아침에 가까운 곳에서 핼러윈 축제가 있어서 잠깐 나갔었다. 항상 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없었다. 올해 프로그램에 벼룩시장이 없어서 궁금했는 데, 없어졌나? 나간 김에 얇은 담요를 한 장 사왔다. 백화점 식품매장에도 들렸지만 살 게 없었다

핼러윈이라고, 변장을 한 아이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었다
.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 사진을 찍으면서 같이 다닌다. 평상시에는 아주 적은 어린이 인구가 이럴 때는 폭발적으로 많아진다. 해마다 나오는 도넛을 파는 가게가 있나 싶어서 살폈지만 없었다. 가게들도 적고 한산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호박은 예년에 비해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호박들은 축제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버리는 걸까? 먹는 걸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