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

깡통과 허수아비

huiya(kohui) 2019. 11. 4. 23:46

2014/11/03 깡통과 허수아비

 

오늘 동경은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20도나 되는 따뜻한 날씨이기도 했다. 어제는 따뜻했지만 습기가 많은 날씨여서 빨래한 것이 잘 마르질 않았다. 오늘 다시 밖에다 말려야 했다. 오늘은 다시 새로운 빨래를 해서 말렸다. 연휴여서 월요일에 도서관을 가지 않고 집에서 집안일을 했다.

오늘 날씨가 좋다는 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알았다. 이렇게 되면 집안일로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우선, 일어난 이부자리를 밖에다 넌다. 담요를 석장 널면 베란다가 꽉 찬다. 베개도 널고 커튼을 싹 걷어서 방과 침대에도 건조한 바람이 잘 통하게 열어둔다. 침대에서 같이 자는 인형도 앞으로 뒤로 가을 햇볕에 일광욕을 시켰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일을 시작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빵에 버터를 발라서 먹었다. 그동안 버터를 먹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빵에 꿀과 버터를 바르기로 했다

날씨가 좋으니 매트종류를 빨아서 말리기로 했다. 세탁기를 돌리면서 스카프를 손빨래해서 물기를 뺀다. 널어놓은 이불을 뒤적거리면서 잘 말린다. 여름신발을 죄다 베란다에 내놓고 말린다. 말려서 먼지를 털어서 보관하려고… 여름옷도 정리해서 집어넣고 가을/겨울옷을 내놓기 쉽게 해야 한다. 라디오를 켜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하려고 했더니 라디오가 안 나온다.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는 데, 하필이면 오늘 다시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게 뭐람… 도움이 안 된다. 

일을 할 때는 먹을 것도 먹어가면서 즐겁게 해야 피곤하지 않기에 고구마를 쪄서 향기로운 얼그레이 홍차를 먹고 마셔가면서 대충 했다. 열심히 하면 피곤해지니까. 적당히 설렁설렁 하는 게 좋다. 원래 목표는 여름 신발을 정리해서 집어넣고 가을/겨울 신발을 내놓을 생각이었다. 여름신발을 말려서 먼지를 털어서 정리해서 집어넣은 걸로 끝났다. 여름옷을 대충 정리해서 집어넣고, 겨울옷이 들었던 상자를 꺼내서 겨울옷을 꺼내고 여름옷을 집어넣었다. 이 부분은 대충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하고 싶었지만, 대충으로 끝났다. 여름모드에서 겨울 모드로 완전히 바뀌려면 아직 몇 단계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여름모드에서 가을모드로 전환된 상태라고 할까… 그래도 여름옷을 정리해서 넣었으니 다행이다. 가을/겨울옷은 조금씩 꺼내서 입으면서 조절하면 된다

겨울에 입는 옷은 꺼내서 입기 전에 바람을 쏘이고 먼지를 털어야 한다. 그동안 한여름에 입던 옷이 그냥 걸려 있어서 보기 싫었다. 한여름에는 그렇게 고맙던 마소재 옷이 추워오는 날씨에 걸려있는 것이 초라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여기까지 쓰고 요새 입을 남색 코트와 은행잎색 코트를 내놓고 옷걸이에 걸어 물을 스프레이 해서 걸었다. 둘 다 얇은 코트다. 바람을 막아주고 조금 따뜻한 정도로… 계절감각이 점점 이상해져서 지금 뭘 입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날씨에 따라서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일본아줌마가 놀러 왔다. 내가 허리가 아프다니까, 자기도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했었다고 내 증상은 허리에 부담이 커서 생긴 일이란다. 간단한 체조를 알려주고 갔다.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고치는 것이지, 병원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조금 안심이 된다.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놀다가, 둘이서 산책겸 마트에 갔다 왔다. 아줌마가 좋아하는 맛 낫토도 사고… 어제는 어제대로 바쁘게 빨래하고 청소를 했다. 아줌마가 놀러 온다는 1시까지 모든 걸 마쳐야 해서 바쁘게 지냈다

오늘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한국에서 보내온 과자를 가지고 차를 마시러 간다고, 문자에 답장이 없다. 밤이 되어서 문자가 지금 왔다고 답장이 왔다. 다음 기회에 하기로 했다

내가 깡통을 좋아해서 미국 친구가 집에서 모아 논 것을 가져다줬다. 거기에는 하트형이라든지, 미키마우스 무늬 등 흔하지 않은 것도 있다. 깡통에 맞춰서 뭔가를 넣고 쓸 것이다. 하트형은 지금 책상 위에 놓여있다

지난주 월요일 도서관에 가면서 수확을 마친 논을 찍었다. 자신들의 임무를 마친 허수아비들도 긴장감이 풀린 모습으로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