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겐헌터

바쁜 일요일

huiya(kohui) 2019. 11. 4. 23:48

2015/11/01 바쁜 일요일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였다. 어젯밤부터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가을을 확 건너뛰고 겨울이 가까운 느낌이 든다. 허긴 11월에 접어들었으니 겨울이 코앞이다. 나는 어제도 전에 살던 곳에서 열리는 작은 벼룩시장에 다녀왔다. 전부터 건지는 것이 많은 곳이라, 서둘러 간다고 갔더니, 입구부터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 시간으로는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분위기로는 벌써 끝난 것 같았다. 역시, 들어가 봤더니 물건들이 없다. 그래서 물었더니, 10시부터 시작인데, 아침 7시부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확 휩쓸고 지나갔단다. 한적하게 아는 사람들만 오는 작은 벼룩시장이 세상에 알려졌나? 이왕 교통비와 시간을 써서 간 김에 천천히 봤다. 벼룩시장이라도 가지 않으면 그 동네에 갈 일도 없을 것 같아 벼룩시장을 핑계 삼아 간 것이다. 외국인들, 중국말을 하면서 의논하는 중국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가까운 곳에 유학생 회관이 있지만, 유학생이 아니다. 유학생들은 유학생 회관에서 열리는 바자가 있고, 바빠서 벼룩시장이나 바자를 쫓아다니지 못한다. 설마, 중국사람들이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벼룩시장까지 진출하셨나

내가 건진 것은 매트 두 장에, 천이 몇 종류, 동료에게 줄 작은 손지갑을 아주 싸게 한 개에 5엔씩, 그리고 손수건을 좀 샀다. 어제 친구에게 손녀딸 주라고 디즈니 캐릭터 손수건을 한 장 줬다. 잘 때 입으면 좋을 티셔츠도 한 장 주고… 옷으로는 코트를 한 장 샀다. 그레이와 하늘색이 섞인 소재가 울과 실크로 아주 가벼운 것으로 독일제였다. 내가 안 입으면 친구에게 넘겨줄 생각으로 샀다. 어제 친구가 와서 보고 멋있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에게는 사이즈가 좀 클 것 같다

어젯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추워져서 방에 커튼을 내렸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질 줄 몰랐다. 아직 추위가 본격적이 되기에는 너무 이르다. 지난주에서 다음 주가 대학의 축제기간이다. 학교에 따라 일정은 다르지만, 축제가 있어서 강의를 쉬는 날이 생긴다. 이 시기에 날씨가 좋으면 여름옷을 정리하고 겨울옷을 내놓는다. 그래서 다음 주, 주말에는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늦잠을 잤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늦잠을 자는 줄도 모르고 일어났더니 10시가 넘었다. 너무 늦어서 깜짝 놀랐다. 커튼을 열었더니 날씨가 좋아서 햇볕이 화창하다. 할 일이 많은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우선 창문을 열어서 담요와 베개를 밖에 널었다. 베란다가 가득 찼다.. 다음은 욕조 물을 세탁기에 넣고 짙은색 옷을 넣고 돌리려고 준비한다. 일을 많이 하려면 준비운동도 필요하다. 스트레칭하면서 일을 준비한다

아점 재료를 밖에다 내놓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손빨래를 했다. 샴푸와 목욕세제, 세제병도 씻어서 쓰레기에 넣는다. 목욕탕 수챗구멍도 청소를 했다. 짙은색 빨래가 끝나기 전에 밖에 널은 담요와 베개를 걷어서 침대를 다시 세팅했다. 짙은색 빨래와 손빨래를 베란다 가득히 널었다. 집안에 있던 매트들을 베란다에 다시 내놨다. 청소할 준비다. 그 사이에 아점을 먹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식하게 먹었다. 할 일이 많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청소를 했다. 밖에 널었던 매트를 탈탈 털었더니 먼지가 많이 난다. 청소를 마치고 매트들을 걷어서 제자리에 넣는다

오랜만에 유리창 청소도 했다. 시야가 밝아져서 창밖의 가을이 더 잘 보이겠지. 집안 청소를 하고 유리창 청소까지 했지만, 뭔가 텁텁한 공기가 있다. 지난주에 꽁치를 먹었던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있다. 환기선을 열어서 다 청소했다. 수챗구멍까지 청소해서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고 마지막에 목욕탕 바닥과 욕조를 청소하고 걸레를 빨아서 널었다. 그랬더니 시간은 오후 3시 반이 훨씬 넘었다. 별로 한 일은 없는 것 같아도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래도 옅은 색 빨래는 못했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저녁노을이 좋을 것 같아 산책을 가고 싶었지만, 좀 피곤했다. 그래서 조금 쉬었다. 찬기운이 들어와 창문을 닫으려고 보니 아무래도 산뜻한 바깥공기를 맡고 와야 할 것 같아서 어두워지는 저녁에 나갔다. 해는 지고 바깥은 어두워져가고 있었지만, 공기는 상쾌했다. 산책을 하고 왔더니 몸도 한결 가뿐하고 상쾌해졌다

그런데 집에 들어왔더니, 현관에서 꽁치구이 냄새가 난다. 맙소사, 옆집에서 꽁치를 구면서 환기를 해서 밖으로 나온 냄새가 흘러 들어왔다. 침대가 있는 방에서도 꽁치구이 냄새가 난다. OMG! 서둘러 방문을 열고 환기시켰다

바쁘게 일을 했지만, 저녁이 되니 일을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이렇게 소소한 일들이 아무런 평가도 없지만, 달성감과 만족감을 준다. 생활을 쾌적하게 해 주니까 좋다. 이불을 널어서 말리고 청소와 빨래하기에 좋은 날씨라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