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

BTS와 '혐한' 축제

huiya(kohui) 2018. 11. 11. 22:33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씨였다. 어제도 기온이 높고 쾌청하게 개인 날씨였다. 지금 동경에서 폴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영화제를 하고 있다. 어제 폴란드 선생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금요일까지 학생들이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진이 빠졌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밖에 다니다 어떤 봉변을 당할 지 몰라 아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도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섭다. 




이번 '혐한' 돌풍은 여느 때와 다른 것 같다. 금요일까지 BTS 멤버가 과거에 입었던 티셔츠가 '원폭'이미지가 있다고 음악방송에 출연이 취소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광복 티셔츠'가 일본에서는 '원폭 티셔츠'로 둔갑해서 한국 매스컴에서도 그대로 '원폭 티셔츠'로 쓰는 걸 보고 놀랍다. 역사적 이슈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이 같은 시각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법, 언제부터 한국 매스컴의 일부는 일본 매스컴을 그대로 따라 하는지 기가 막히다. 


일본에서는 원폭 이미지와 아래에 있는 독립만세를 부르는 이미지가 바로 연결이 되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에 영어로 쓰인 글귀에는 신경이 가질 않았거나, 알아도 관계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만이 중요하니까. 일본에서는 세상의 중심은 일본이다. 세계는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 가끔 미국이 자신들 보다 위에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한국은 언제나 항상 자신들 발밑에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어제 아침에 일본에서 BTS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검색을 했더니,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이 4년 전에 멤버가 화보에 나치를 연상하는 모자를 썼던 것과 작년에 서태지 콘서트에서 나치를 연상 시키는 군복과 깃발을 흔들었다고 BTS와 나치를 묶어서 비난하고 있다. BTS를 비난하라고 유명한 사람도 선동하고 있다. BTS를 세계적으로 매장시키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느껴진다. BTS 멤버가 과거에 그런 모자를 썼거나, 나치를 연상하게 하는 의상을 입었다면 패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의상 코디네이터가 준비한 것을 쓰고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티셔츠도 '원폭' 이미지가 일본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알았다면 사적으로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경위로 입었든 선택을 했기에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나치를 연상하는 심볼에 대해 서양에 비해 아시아, 한국이나 일본에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징성을 모르고 그냥 멋있어 보여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본에서 알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BTS를 공격하는 '네트우익'이 데모할 때도 썼다. 아소 다로 부총리도 나치스를 추종하는데......


 지금 BTS는 글로벌한 활동을 하는 입장이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패션은 메시지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고 있느냐로 자신의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표명한다. 패션은 '교양'이며 '지성'이기도 하다. '교양'이 있어 보이거나, '지성'이 있어 보이게 옷을 입으라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평화활동'을 지향하는 여학생이 밀리터리 룩을 입고 있으면 나는 혼란스럽다. 간접적으로 옷에 대한 취향을 물으면 옆에 있는 친구가 '비싼' 것이라고 한다. 정작 그 옷을 입은 여학생은 밀리터리 룩이 뜻하는 바를 모르고 입은 것이다. 가격이나 브랜드가 아닌 옷이 나타내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것이다. 패션을 보고 상대방의 성향(정체성)을 파악하는 사람에게는 혼란스러운 것이다. BTS는 앞으로 자신들의 입지에서 패션이 주는 메시지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별다른 생각없이 입은 옷으로 그들을 좋아하는 아미에게 상처와 실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실수'를 알았다면 솔직히 사과하면 된다. 옷의 상징성을 알고 일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입는다면 그들의 '주장'이고 '정체성'이다.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일본에서 BTS를 공격하는 '네트우익'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일베'와 다르다. 한국에서 '일베'는 조롱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일본은 총리부터 외무상, 내각과 국민의 99%까지 그 결을 같이 한다. 이번 소동을 '선동'을 해놓고 고노 외상이 "일한 양국 국민들 교류는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 면서 "문화와 스포츠 교류"는 계속해야 한다는 걸 보면서 너무도 이중적인 태도를 봤다. 총리를 비롯해서 거국적으로 '혐한'을 부추기는데 지자체나 민간들이 교류를 할 수가 없다. 그런 행사를 했다가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도 외무상의 발언은 이렇게 해석이 된다. 일본이 '혐한'을 하더라도 한국 관광객은 와서 돈을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화와 스포츠에 한해서만 교류를 한다"는 걸로 들렸다. 일본인은 한국에 가면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 파악해서 한국에 가지 않는다. 한국에 갔다가 큰 일이 나는 줄 안다. 한국인은 일본 분위기와 상관없이 오겠지. 일본사람들은 무지 싫어 할 것이다. 눈치도 없이 군다고, 이런 상황에 염치없이 어떻게 일본에 오느냐는 심정일 것이다. 참고 하시길 바란다.


지금 일본에서 '혐한'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강제연행' 판결에 대한 보복이다. 거기에 BTS가 너무나 안성마춤인 타겟이 되고 말았다. 일본에서 BTS급이 나오질 않았다. 빌보드에서 상위를 차지했다고 해도 싸이는 그냥 무시했다. 일본에서 싸이에 대한 화제는 싸이가 어떤 광고를 표절했다는 네거티브뿐이었다. 나는 일본에 살아 싸이가 인기있다고 해도 정말인가 싶었다. 외국에 나갔더니 정말이었다. 어른들이 싸이는 몰라도 아이들이 다 말춤을 추더라는...... 전혀 팬이 아닌 어른들도 K-POP을 알더라. 


BTS는 일본아미들이 약하다고 하지만, 남학생에도 팬이 있을 정도니까 팬들이 꽤 많은 걸로 안다. 글로벌한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아베총리와 가까운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곡을 한국아미들의 요구로 취입하기 직전에 취소했다. '네트우익'이 보면 '괘씸죄'에 해당하는 항목이리라. 만약에 아베총리와 가까운 아키모토 야스시의 곡을 불렀다면 '네트우익'은 이렇게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네트우익'과 아베정권은 텔레파시가 통하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일맥상통하다. 아베총리의 발언으로 '네트우익'은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금방 알아 차린다. '네트우익'은 '혐한'을 '애국' 활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아니 역사적으로 일본에서 '혐한'은 항상 옳은 것이다. 이번 BTS를 공격하며 '혐한'을 하는 '네트우익'이 다시 양지로 나와 제 세상을 만난듯 활개를 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네트우익'이 10년 이상 쌓은 '헤이트 스피치'의 실적이 있다. 매스컴도 기본적으로 '혐한'을 해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다. 사람들은 매일 매스컴을 통해서 얻는 '헤이트' 정보에 '헤이트 책'으로 '혐한'과 '혐중'에 대해 쌓은 '지식'이 있다. 참고로 근래 일본에서는 '헤이트 책'이 주로 팔리는 책으로 유명 출판사에서도 자랑스럽게 그런 책을 낸다. 이런 일본에서 '혐한'의 토양은 아주 풍부하고 역사와 전통이 깊다. 이번 기회에 화려한 '혐한'의 꽃을 피우기에 좋은 조건이 다 준비되어 있다. '네트우익'은 축제처럼 '헤이트 스피치'를 즐겨왔다. 일본에서 '혐한'은 오락이며 축제인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혐한' 축제로 불타는 중이다. '혐한'의 불쏘시개로 BTS를 쓰게 되니 '네트우익'에서 보면 세계를 정복한 기분이겠지. 




일본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은 각오를 하시는 게 좋을 것이다. '혐한'의 여파는 아주 클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BTS도 이번 콘서트가 일본에서 마지막 활동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만이 일본 리스크를 회피하는 길이다. 일본은 돌변한다. 이번 '혐한' 축제가 끝나도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른다.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항상 '혐한'의 마그마가 흐르고 있기에 언제 분출할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