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제주도 사람들

李哲선생님

huiya(kohui) 2019. 11. 16. 23:20

2012/11/12 李哲선생님

 

오늘 동경 날씨는 아침에 비가 왔다그리고 지금은 맑아가고 있다.

지난주는 좀 우울한 한 주였다그래서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없었다블로그를 써서 뭔가를 토해내거나정리하는 것도 귀찮았다오늘은 오전에 우체국에 가서 왕자님 포스 베스트를 부치고 왔다그 동안 보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어제李哲선생님과 헤어지는 모임이 있었다李哲선생님은 지난 3월에 돌아가셨다장례를 주위에 알리지도 않고 아주 조촐하게 지내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장례식에 가질 못했다그래서李哲선생님과 헤어지는 모임을 가진 것이다

영정에 쓰인 사진이 좋다 .  장난스럽게 웃는 것 같은 ,  선생님답다 .

 

선생님 시집이다 .  나는 그냥 고향선배로 알아서 선생님이 쓰신 걸 읽은 적이 없다 .

첫번째로 조사를 하신 건 김석범 선생이었다.다음은 고사명 선생이었다.참석자를 보니, 동경 요코하마, 오사카, 가고시마 등 각지에서 오셨다. 리츠메이칸 교수 문경수 선생은 아직도 말석이다.

 

 哲선생님은 제주도 사람으로 시인이며서예가이다무엇보다도 ‘계간 삼천리’라는 잡지를 발행했던 편집인이자 사장이었다.. ‘삼천리’라는 잡지에는 일본 지식인들이 결코 얕볼 수 없었던 재일조선인의 지식과 기개가 있었다그러나어느 쪽 정부도 지지하지 않아 양쪽에서 미움을 받기도 했다. ‘삼천리’에 계셨던 분들은 원래 ‘조선신보사’라는 조총련계 신문사에 근무를 했던 분들이 주축이어서 밖에서 보면 조총련처럼 보인다그러나원래는 ‘조선과 민족’의 통일통일된 조국의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동조하던 지식인들이 조총련이 지향하는 방향이 김일성 우상화로 기울어지는 걸 느끼고 ’조선신보사’에서  뛰쳐나온 것이다그래서 조총련에서 갖은 공격을 받았고한국 정부에서 갖은 회유책을 보냈다왜냐하면재일동포 대표적인 지식인들이라북한을 지지하거나 한국을 지지하는 것 그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북한과 한국그리고 일본에… 재일동포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약점은 고향이 분단된 조국 남쪽즉 한국에 있다는 것이었다아무리 사상적으로 투철한 지식인 역시 인간이기에 부모와 형제가 있고조상이 있으며 고향이 있는 것이다그 걸 잘 아는 한국 정부는 '고향방문’을 미끼로 한국에 오라고 유혹한다그리고 국적을 한국적으로 바꾸라고… 이 분들 국적은 ‘조선적’이었다지금도 ‘조선적’인 채 돌아가시는 분들이었다그것 또한 북한을 지지하는 게 아닌통일된 조국을 꿈꾸며통일된 조국이 아니면 조국은 없다는 것이었다그리고 끝내 ‘통일된 조국’이라는 꿈을 품은 채 돌아가시는 분들을 몇 분이나 봤다이 건 그야말로 일편단심 절개를 지킨 아름다운 지식인의 삶처럼 보인다그러나실상은 고향이 그리워 거의 미친다너무나 절절하게 그리워 미쳐가면서도 지켜야 할 절개는 누구를 향한 것인가우선은 자신이리라, 그리고 민족일 것이다그 민족이라는 것이 문제다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라이해를 못한다아니이해하기가 싫다그냥 자신에 솔직하게 살았으면 좋았겠다.

 

李哲선생님은 일본의 대표적인국민적인 소설가 시바 료타로가 우러러 본 지식과 교양의 거인이기도 했다일본은 조선보다 먼저 근대화를 한다그러면서 서구에서 근대 학문 체계도 조선보다 훨씬 먼저 도입한다그러나역사적으로는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았다재일동포 일세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은 서당을 다녔다천자문에서 중국 고전을 공부했던 것이다이 건 일본에서 상당한 지식인도 중국 고전은 그렇게 공부를 못한다. 일본에 중국 고전을 공부하는 명맥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이나 학문적인 체계에는 자연과학을 별도로중국문화 영향을 결코 도외시할 수가 없다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중국문화 영향을 반영하는 체계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소설가 시바 료타로 그의 필명이 ‘시바’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고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그러니 중국 고전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李哲선생님은 우러러 볼 대상이기도 했다그러나 한편 일본에 사는 조선인은 한꺼번에 싸잡아서 ‘조센징’으로 차별을 받는 대상이기도 했다차별을 하는 대상은그 사람들이 학식이 있던 없던 상관이 없다차별을 하는 쪽의 우월감과 열등감이니까.

 

어제 그 회장에 갔더니李哲선생님 동료였던 역사가 이진희 선생님도 올해 돌아가셨다고 한다어떻게 재일동포 일세 거성들이 한꺼번에 져간다그 기개와 민족적인 자부심그 삶을 살게 했던 그분들을 그림자처럼 보필했던 부인들대단한 사람들이다언제까지나 강하고 건강하게 살 것 같았던 일세들이 돌아가시니 이세들이 휘청 휘청거린다.

 

뒷풀이로 신간사 고이삼씨가 경영하는 한국식당에 갔다 . 치바에 사는 제주도사람 이덕웅씨가 전복과 문어 톳 등을 가져왔다 . 요리를 해서 상에 내놨다 . 제주도사람들의 인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