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고구마 주말
2012/11/20 찐 고구마 주말
어제 동경 날씨는 황홀하게 좋은 날씨였다.
전날 비가 와서 우울한 날씨여서 더욱 좋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일상적인 요가를 하고 이불과 베개를 널었다. 각종 매트도 밖에 널었다. 침대 메트레스도 위아래를 갈았다. 위를 여름에 쓰는 스프링 메트레스에서 딱딱한 우레탄 메트레스로 갈았다. 그리고 메트레스 방향도 바꾸고 약간 방 안쪽으로 밀어서 배치도 바꾸었다. 침대 시트도 사락사락한 것에서 포근한 것으로 바꿨다. 그 새에 빨래를 한 번 돌려서 널었다. 날씨가 건조해서 빨리 마른다. 그래도 낮까지 말려서 집어넣어야 한다. 교체한 퀼팅 침대 시트도 빨아서 집어넣었다. 단계적으로 겨울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햇볕이 들어서 집이 밝고 따뜻한 사이에 청소를 한다. 평상시 청소에 좀 우울하니까, 유리창 청소를 한다. 유리창 청소를 하면 시야가 밝아져서 기분도 밝아진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내가 사는 동 앞을 지나갈 때, 어디가 내가 사는 집인지 잘 구분이 안될 때, 유리창이 반짝거리는 집이라고 구분을 한단다. 유리창 청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다. 유리창 청소를 잘하는 비결은 재빨리 하고 신경을 끄는 것이다. 청소를 하고 나서도 신경이 쓰여서 쳐다보면 언제까지나 끝이 안 난다.
빨래도 두 번이나 돌려서 말릴 데가 모자라 한 번 말리고 두 번째 말려야 한다. 즉, 빨래도 널어서 쉴 새 없이 뒤적거리며 말린다. 그리고 그 걸 다 끝냈다. 점심에는 전기밥솥에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하다가 감나무에 올라가서 남은 감을 몇 개 땄다. 손이 닿는 곳은 감이 없었다. 어두운 데서 감나무에 올라가 따다가 미끄러질 뻔했다. 감 따기 굴욕이 될 뻔했다. 전날 비가 와서 미끄러졌으면 위험하다. 다행히 미끄러지지는 않았는데 손목이 쓰리다. 집에 와서 봤더니 손목에도 상처가 났고, 손가락도 베었다. 공짜가 없다.
나는 속이 좀 뒤숭숭할 때는 온 집안을 뒤집어엎는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넣는다. 아주 부분적이지만, 속이 좀 풀린다. 날씨가 따뜻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서 좋다. 날씨가 나쁘면 그럴 엄두도 안 나지만…
낮에 일을 많이 한 탓으로 산책에서 돌아오니 정신 집중해서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 일찍 자기로 했다. 그래도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지만, 고은 씨가 쓴 제주도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밤에는 목욕물을 조금 많이 받고, 온도를 약간 올렸다. 이 것도 겨울용이다.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다 보면 웬만한 일은 다 잊는다. 햇볕에 말린 이불이 포근하다. 메트레스도 바꾸길 잘했다. 시트도 촉감이 좋아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날씨가 좋아서 이불을 말리고 청소를 하고 따뜻한 목욕을 하는 소소한 것으로 몸과 마음이 띠 뜻 해져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책을 읽다가 잠을 잤다.
오늘은 아침에 날씨가 흐렸다.
낮부터 약간 개어서 햇빛이 비쳤다. 오전에 드디어 난방기구를 내놨다. 아직 이르지만, 그래도 내놨다. 오전에 겨울 코트를 몇 장 내놨다. 밑단이 구겨져있거나, 접은 데도 주름이 잡혀 있어 옷이 영 산뜻하지 못하다. 다림질을 해야 한다. 나는 다림질을 전혀 못한다. 그래서 다림질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다려도 다린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다림질을 안 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 그래도 일을 하러 다니는 사람이라, 구겨진 옷을 그냥 입는 건 창피하다. 아무리 다려도 구김이 안 펴진다. 괜히 다림질 자국만 낼 것 같아서, 적당히 포기한다. 어쨌든 노력은 했으니까. 오늘도 점심은 찐 고구마다. 날씨가 추워서 띠 뜻하고 뱃속이 차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다.
어제는 실패를 해서 찐걸 다시 오븐에 구웠으니, 오늘은 물을 약간 더 넣었다. 따끈따끈한 찐 고구마를 먹으면서 오후에 들어야 컴퓨터 앞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일을 시작했다. 원래 어제 할 일을 안 하고 오늘에야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내가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일이라, 마음이 무겁다. 잘 안되면 오늘 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나름 시간이 걸렸지만, 전혀 스트레스가 없이 끝냈다. 야호, 정말 신난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야 오늘 할 일에 들어갔다. 내일 수업 준비다. 이 일도 순조롭게 잘 진행이 되었다. 중요한 사항은 메모를 해놓고, 마무리는 내일 출근하면서 점검을 한다. 가끔은 이럴 때도 있어야지… 아주 기분이 좋다.
내일은 수업이 4교시나 연속으로 들어있어 바쁜 날이다. 그리고 다른 수업과 조인트 할 미팅도 있다. 점심시간이 아니면 미팅을 할 시간이 없다. 그것도 생각해 놔야지. 조인트 수업에서는 요즘 동아시아 정세에 관해서 주로 내가 말을 할 거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내일 같이하는 동료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