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5- 숲
2011/12/09 집 근처 5- 숲
오늘 아침 일어나서 학교에 갈 준비를 하다가 창밖을 보니 비가 눈으로 둔갑한다. 비였는데 기온이 차가워서 눈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걸 본 나는 소리를 치고 싶었다. 벌써 눈이 오다니 너무 일러, 여기는 동경이야!
올해 초에 서울에서 입었던 겨울 내복을 꺼내서 입고,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서 몸이 움직임이 거북할 정도였다. 오늘은 빨강 코트에, 빨강 바지, 선명한 블루 스웨터를 입었다. 거기에다 빨강 머플러를 두 장, 한 장은 옷속에 하고, 한 장은 밖에 걸쳤다. 날씨가 추우니 기분 만이라도 따뜻해야 될 것 같아서다. 스웨터는 좋아하는 색이라 좀 오래된 것이다. 20년도 넘게 입는다. 아주 선명한 블루라서 별로 없었다.
전차 안도 띠 뜻하고, 학교도 따뜻하다. 학교에서는 옷을 너무 껴입어서 땀을 흘릴 정도였다.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오늘도 내 옷차림을 보고 신난다. 남학생들이 아이처럼 싱글벙글 거리며 행복해한다. 대학생인데도 아이들 같다. 수업이 끝나서 받는 감상문에 일부러 선생님 “오늘 스웨터 색이 예뻐요”, “다른 과목을 들을 때부터 느꼈는데 선생님은 개성적이에요”,“선생님 옷차림이 너무 잘 어울려요” 등 쓰여있다. 아이들 마음이 따뜻하다. 학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학생들과 마음도 합쳐지는 것 같다. 다행이다.
나는 숲을, 잡목이 자연스럽게 우거진 숲을 좋아한다. 너무 훌륭히 인공적으로 정비된 숲이 아니라, 인간이 지나다녀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친근감을 느낄 정도인 숲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