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

친구의 죽음

huiya(kohui) 2019. 12. 5. 22:04

2012/12/02 친구의 죽음

 

오늘 동경 날씨는 오전에 맑았는데 오후에 들면서 흐려졌다.

 

기온은 아주 낮다최고기온이 10도 미만이다이 건 한겨울 날씨다아직 겨울준비를 다 못했는데 겨울이 오고 말았다. 집안이 추워서 난방을 켜고 어깨에 작은 담요를 두르고, 무릎을 덮고 그래도 춥다

 

오늘 아침 서둘러 빨래를 하고 친구네 집에 가서 수다를 떨고 차를 마시고 왔다어제는 학생이 신오쿠보에 가고 싶다고 해서 신오쿠보에 갔다신오쿠보를 좀 돌아보고 점심을 먹고 신주쿠로 가서 옷가게를 몇 군데 구경삼아 돌았다신오쿠보는 한산했고추운 날씨라서 을씨년스러웠다지금 일본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같아 착잡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금요일 저녁 우편함에 엽서가 들어있었다. 12월이 되면 상중인 사람들이 연하장을 보내지 말라고 엽서를 보내온다올해는 친구 남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엽서가 있었다가까운 친구지만남편은 본 적이 없다더군다나 할머니라니… 전혀 상상이 안간다금요일 저녁에 본 것은 다른 친구가 올해 초에 죽었다는 알림이 부인 이름으로 왔다일본에서는 나이 차가 있어도 친구는 친구로 사귄다그러고 보니 작년에 대학을 정년퇴직했다는 엽서를 받았는데갑작스럽다죽고 난 다음에 훈장을 받았다고도 쓰여있다아마도 천황에게 훈장을 받는 것은 명예이리다.

 

평소에 가깝게 연락을 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전혀 몰랐다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이렇게 갑자기 홀연히 갈 수도 있는 거구나요새는 장수하는 세상이라, 60대 초는 젊은 나이다거기에다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이 친구를 만난 것은 2001 9월부터 석 달 정도 같은 배를 타고 일을 했다일본 정부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같은 배를 탄다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다같은 배에 탄다는 것은 운명공동체라는 말이다그 배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사령탑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특별한 공간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데핵심적인 역할이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되어 참가하는 참가자 한 명 당 돈이 300만 엔 이상이 쓰였다나는 좋은 방을 혼자서 써서 그 보다 훨씬 비싸다물론 비용은 일본 정부가 부담한다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 중에는 가까운 나라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다음은 헬리콥터를 타고 배에 도착했다내 일을 돕는 비서도 자민당 젊은 정치가 지망생들이다그 중에는 전 총리 딸도 있었고그녀는 벌써 정치가가 되었다.

 

그때 만난 친구는 유럽 대학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세계 각국 젊은이를 모아서 배에 태웠으니 각종 문제가 분출한다나는 깊숙이 안에 있으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며 문제를 듣고 처리를 의논한다일본 정부와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있어도 때에 따라 대학 선생들이 의견을 강하게 밀고 나갔다다행인 것은 대학 선생들은 의견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말을 많이 했던 사람이었다. 배에서 내리면서 하는 말이 자신 일생에 세 번째로 말을 많이 주고받은 사람이란다첫 번째가 어머니고두 번째가 부인이고세 번째가 나란다딸도 있지만… 나는 말을 많이 주고받고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헤어지면서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워했다그 후에 친구네 대학에 초청 강연도 갔고대학 숙소에서 숙박을 한 적도 있었다친구네 집에 저녁을 초대받아 가서 친구 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그리고 내가 제주도에 갔을 때 부인과 같이 여행을 와서 내가 저녁을 초대했다제주도와 연관된 연구 프로젝트를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황망히 갔다.

 

오래 살아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외롭게 생애를 마치는 사람이 있었다사회적으로 성공을 해도 가족과 사이가 나빠서 결국 죽을 때 어느 가족도 못 보고 돌아가시는 경우도 봤다어떻게 사는 게어떻게 죽는 게 좋은 인생인지 모른다친구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친구는 부인과 사이가 좋았고가족관계도 좋았다일을 잘했고평가도 있었다조금 빨리 갔지만괜찮은 인생이었다. 어제는 친구를 기리는 마음으로 바다색 니트를 입고 나갔다어제 만난 학생에게 내 친구가 죽었단다그래서 바다색 옷을 입었어그런데 친구가 나가사키 출신이었다. 어제 만난 학생도 나가사키에서 온 학생이었다. 나가사키에서 동경까지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그런데 우연히도 친구의 고향 나가사키에서 온 학생과 같이 시간을 보냈다학생에게 그 말은 못 했다. 세상에는 우연이 있는 거다.

 

친구 어떻소저 세상에서도 배와 바다에 관련된 일을 하는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이렇다 할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나이를 먹어서 순수히 친구로 만났다는 것소중한 만남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