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아이들

2010/12/10 재일동포 아이들

 

어제부터 동경도 겨울 날씨로 접어들었다.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다. 그래도 최저온도가 7도이지만, 춥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다보니 아직도 가을이 남아있다.

오늘 아침은 정말로 오랜만에 전차가 지연되지 않고 시간대로 도착해서 시간대로 출발하는 게 아닌가! 요즘은 매일 같이 각종 사고로 인해 전차가 지연되어 시간이 늦는 게 아닌가 해서 노심초사했는데, 시간대로 오니 너무나 평화롭고 여유있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했다. 동경은 언제부터 사고로 인해 전차가 지연되는 게 일상화됐는지 모르겠다. 전차가 시간대로 운행을 하니, 그 것만으로도 평화로운 하루가 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른 날들은 전차 운행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긴 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슈퍼에 들러서 과일과 야채를 샀다. 주로 감(두 종류)과 양송이버섯, 애호박, 샐러리, 바나나 등이었다. 

모노레일 역구내에서 목걸이를 싸게 팔고 있다. 요즘 경기가 나빠서 지금이 일 년 중 장사가 잘 되는 대목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싸게 팔고 있는 것도 있다. 스왈로브스키 비즈 목걸이가 천 엔으로 아주 쌌다. 그러나 골르기가 귀찮아 안 샀다. 오늘 내가 했던 스왈로브스키는 면세점에서도 만 엔 이상 준 것 같은데,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

 

홈에 들어와서 언제나 모노레일을 타는 데 왔더니, 지난 주에 봤던 재일동포 아이들이 있다. 말을 걸면서 같이 모노레일을 타고 앞 좌석에 앉는다.

 

지난 번에 봤지? 나 한국 사람이야. 니네가 우리말 하길래. 눈여겨 봤었어. 근데 오늘은 왜 둘 뿐이야? 너네 세 형제면 엄마가 힘들겠다 키우느라고.

오늘 여동생은 먼저 갔어요.

옆에 앉은 남자 아이가 자기가 오빠라고 한다.

지난 번에 동생이라고 하던데,

남자아이가 에이, 안 속는구나 하는 얼굴을 한다.

여자 아이에게 묻는다, 이 근방에는 너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사니?

여섯 명 정도예요.

그럼 학교 학생 수도 많치않아??

올해가 207명이에요. 그래도 올해까지는 200명을 채웠는데, 내년에 새로 들어올 아이가 적어서 200명이 안될 것 같아요.

아주 어른스럽게 설명해 준다.

그래, 실은 내가 재일동포를 연구하는 사람인데, 다음에 너네 만나면 내 책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 학교로 놀러 오세요..

그래, 그것도 좋겠다.

가까운 데 사니까,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어른스럽게 학교에 관한 설명을 할 때, 조금 가슴이 저렸다. 
철없을 나이에 벌써 자신들이 놓여있는 상황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어른스러웠다는 게 나를 조금 아프게 했다. 동시에 자랑스러웠고 믿음직스러웠다. 일본에 있는 자신들이 놓여있는 상황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자신들이 조선사람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다. 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일동포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하리라.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반도 정세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일본에서 이리저리 차이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