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

동경에서 원전 반대 데모

huiya(kohui) 2019. 12. 16. 22:38

2012/12/12 동경에서 원전 반대 데모

 

어제 동경 날씨는 기온은 낮았지만 맑았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와 같이 원전 반대 데모에 갔다지난 번 9월 19일 메이지공원에서 6만명 대규모 반대 데모가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거의 뉴스로 보도를 안 해서, 많은 사람들이 데모가 있었다는 자체를 모르고 있다나도 외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온 정보를 통해서 일본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데모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학교 수업시간에 그 걸 자료로 보여주면서 이 번에 집회가 있다니까학생들에게 내가 가서 보려고 한다고 했다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온다고학생들이 선생님 가보세요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주세요란다. 거기에 갈 때는 오늘 입었던 LOVE가 새겨진 옷을 입고 가세요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세요아예복장과 할 일까지 지정을 해 준다내가 그 일을 제대로 해 낼지는 모르지만가서 봐야지.

지금까지 이런저런 시민운동에 관련을 가져왔지만주로 만들고 준비를 하는 쪽이었지, 사실상 단순히 참가자로 데모를 간 건 처음이다.

뜬금없이 데모를 갈 때는 옷을 멋있게 입어야지 생각했다학생들이 입고 가 달라고 한 옷을 입고빨강 반코트를 입고전신을 새빨갛게추위에 대비해 챙겨간 작은 담요도 빨갛다구두는 검정 버킨스톡에검정 백을 메고검정 세무 장갑에, 편한 베르사체 선글라스를 끼고 갔다친구가 구두가 귀엽다고 한다. 글쎄 이 구두를 십 년도 넘게 신어서 구두에게 미안할 정도야근데 중국에서도 일 년을 같이 지냈고 편하다 보니 출장 때도 많이 신어서 같이 다닌 데가 많아서 정이 들었다창을 갈고 수리하면서 신었다정말로 이렇게 만만하게 오래 신을 수 있다면버킨스톡은 비싸지 않다

히비야 공원 야외음악당에 일찌감치 가서 앉아서 기다렸다친구가 지난번 때는 한 시간 전에 회장에 도착했는 데 사람이 많아서 회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어제는 집회가 두 군데로 나눠져서 사람이 적을 거라고 했다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적다친구가 점심으로 주먹밥을 싸오고 방석으로 쓸 신문지도 가져왔다주먹밥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앉아있으니 앞자리에 산타가 입는 것 같은 빨강 점퍼를 입은 여자분이 앉는다자기 고향이 후쿠시마라고 하면서부모님이 소마시 가까이서 농사를 지었단다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먹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 할 농사를 하면서 투쟁을 하는 사람들 얘기를 해준다그 지역이 피해가 심해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다른 데로 피난을 해농사를 지을 사람이 부족하단다그래서 남은 세 농가가 생산을 위한 농사가 아닌 투쟁을 위한 농사를 계속하고 있단다열 농가가 있던 걸 맡아서 세 농가가 하고 있다고 한다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사람이 먹지도 못 할 걸 만드는 심정을 생각하니그리고 위험한 지역에 남아서 투쟁을 위한 농사를 한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투쟁을 위한 것이라는 건오염된 땅에서 생산하는 게 얼마나 오염이 되는 지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말이 그렇지열 농가가 했다는 농사를 세 농가가 맡아서 유지하는 것도힘들 텐데.

페민에서도 나왔다.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을 봤다. 여자분들 참가자가 많다, 회장에서도 전단지를 돌리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친구와 내가 깔깔대고 웃은 게 있다. 책 선전이었는데, 분노가 끓는 기지의 섬 오키나와-거짓말하는 일본 정부는 하브(오키나와 맹독 뱀)에 물린다'는 것이었다. 하브도 놀래겠다. 물려면 자기가 물지, 왜 하브에게 돌려하면서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오죽 답답하면 하브까지 등장을 해야 하는지, 하브까지도 분노하고 있다는 표현이리라.

그러다 보니 집회가 시작된다. 무대에는 천만명 서명운동, 200만 명은 서명을 모았단다. 세상에 천만 명이나 동원이 안되면, 정치를 움직일 수 없다는 건가. 노벨상 작가인 오에 씨는 지난 9월 19일 집회에 6만 명이 모인 것은 자기 평생에 두 번째로 본 대규모였다고 했다. 가장 컸던 것은 오키나와에서 있었다고 한다.

나는 
카메라를 가져가는 걸 잊었다전 날 밤까지 사진들도 블로그에 올려서 준비를 했는데 그만 잊은 것이다

히비야 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걸어나와서 동경전력 앞, 긴자, 동경역을 지났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보더군요. 카메라로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일본 사람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외국인 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응원을 해 주더랍니다. 저는 앞 쪽에 있었는데, 맨 앞에는 스님들이 서서 불경을 하셨답니다. 그리고 얌전히 질서 정연하게 행진을 해서 갔답니다. 큰 길을 지나가는 데 차들이 서있는 걸 보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가자는 5,500명이었다고 합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이 사진이 잘 보일지 모르겠다.

골 지점에 사민당 당수인 후쿠시마 씨가 나와있다. 학부생 때, 난민문제로 같이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나이를 먹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