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 5- In Pokhara 1
2011/12/31 네팔 여행 5- In Pokhara 1
오후에 연하장을 써서 큰 우체국에 가서 우체통에 넣고 왔다.
몇 장 안 되는 연하장을 미루고 또 미뤄서 늦었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며칠 밖에 안 나가는 생활을 했더니 뭔가 신선한 게 필요할 것 같아서다. 가는 길에 살짝 새로 리뉴얼해서 오픈한 마트를 봤더니 사람이 넘친다. 우체국을 지나 꽃이라도 사려고 봤더니 여기도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다. 꽃이고 뭐고 포기했다. 그래도 마트에 갔다. 식료품을 사려고 봤더니집에도 먹을 게 있었다. 계란하고 시라다키, 두부를 튀긴 어묵을 샀다. 마지막 마트에 들렀더니 사람이 많다, 그리고 4시가 되니 명절음식을 30퍼센트 할인 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이 부근은 명절 때 가마보코를 많이 쓰는 모양이다. 가마보코가 고급품, 명절용으로 종류도 많이 나와있다. 여기는 곶감도 좋아하는 곳인 모양으로 명절 때가 되면 각종 곶감이 열종류 정도 나온다. 이럴 때 평소에 안보이는 지역성이 조금 보인다.
동경에서 네팔로 돌아가자. 룸비니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편한 쪽을 택했다. 산길을 가는 쪽이 아닌 걸로 했다. 중간에 버스 차장이 포카라로 가는 버스를 잡아서 나를 인계해 준다. 편한 길이어도 차가 많이 흔들렸다. 시간도 많이 걸렸다. 물론 버스에서 만난 로컬 사람들이 재미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말이다. 건너편에 앉은 할머니가 볶은 콩을 사주셨다. 할머니는 여유 있는 사람 같았다. 그 뒷자리에는 가난해 보이는 아들과 아버지가 닭을 한 마리 보따리에 싸서 껴안고 있었다. 가끔 옥수수를 닭에게 주면서 가는데, 닭은 요동을 치고 똥도 싸고 난리를 피운다. 그 아이는 내가 먹는 것을 쳐다보았다. 할머니가 준거라 내가 줘도 될지 안 될지 몰랐다.
로컬 버스라서 로컬 사람들이 탄다.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고 가까이서 쳐다 보기도 한다. 그래도 별달리 할 말이 없어서 금방 대화가 끊긴다.
포카라에 가까워오니 부촌인 걸 알 수 있었다. 기온도 낮아지고 깨끗하고 집들도 아주 좋은 집들이 서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가 비싼 가격을 안 부르기에 그 택시를 탔다. 삐끼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어디로 가느냐기에 ‘산촌 다람쥐’에 간다고 했더니 거기는 한 달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말을 믿으라고, 자기가 소개하는 호텔에 갔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데로 가라고 한다. 며칠 전에 만난 사람이 ‘산촌 다람쥐’를 소개했다면서 택시를 타고 ‘산촌 다람쥐’로 갔다.
‘산촌 다람쥐’는 한국식당으로 골목을 한참 들어간 곳에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아주 좋은 분이었다. 포카라에 있는 동안 신세를 많이 졌다. 포카라에 가시면 ‘산촌 다람쥐’로 가시라, 그러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룸비니에 가는 사람에게 한국 절에 가라는 것과 같다. ‘산촌 다람쥐’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와서 ‘산촌 다람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도 처음에는 ‘산촌 다람쥐’에 소개를 부탁해서 그 뒤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가격도 세금을 뺀 가격으로 교섭을 해주셨다. 이 호텔은 깨끗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위가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밤에, 밤에서 새벽까지 시끄러웠다. 며칠을 참다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아래 사진은 시끄러웠던 호텔이다. 방가운데 기둥이 있다.
옮긴 곳은 룸비니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이 묵고 있는 데로 ‘레이크 다이아몬드’였다. 아는 친구들이 거기에 있어서 그전부터 거기서 밥을 먹고 오너와 말도 했었다. 마침, ‘산촌 다람쥐’에서 만난 여자 분이 룸비니로 간다면서 자기 방이 좋으니 거기로 옮기라는 한다. 가격도 먼저 것보다 싸고 호텔은 허름했지만, 관리를 깨끗이 한 곳이라 나는 여기가 훨씬 좋았다. 먼저 호텔은 오너가 일주일이 지나도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도 없었다. 작은 호텔이지만, 비지네스 라이크인 것이다.
'레이크 다이아몬드'에서 묵었던 방, 먼저있던 호텔방 사진과 비교해 보면, 뭐가 다른지 한눈에 아시겠죠?
‘레이크 다이아몬드’는 생김새부터가 좋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이다. 정원도 아주 예쁘고 편안한 느낌이다. 주인 내외가 인정이 있고 성실히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다. 거기 홀에 앉아있으면 오너 친구나 오너네 고향인 다지링에서 온 친척과도 말을 할 수 있다. 다지링은 홍차의 명산지로서 유명하지만, 교육레벨도 높고 문화 정도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는 오너의 친척인 줄 알고 말을 하다 보니 오너네 고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원생과 대학생 커플이 연애를 해서 지금 가출 중이라는 것이었다. 네팔은 부모가 정해주는 중매결혼이 대세다. 그중에는 연애하는 커플도 있어서 둘이 집을 나가면 부모네가 허락을 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걸 러브 메리지라고 한다. 그런데 남자 얼굴이 완전히 중국사람이다. 피부도 하얗다. 그래서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더니, 자기네는 민족적으로는 중국인데, 지리적/문화적으로는 인도라고 한다. 정체성은 네팔이라고 했다. 이런 케이스도 있구나, 재미있었다. 이들은 젊은 커플답게? 컴퓨터를 가지고 다녔다.
‘레이크 다이아몬드’는 가이드북에 한국 사람을 위한 특별 가격이라고 쓰여있는데, 정말로 한국 사람에게는 싸게 해 준다. 한국 사람을 좋아한단다. 장사하는 사람이라, 장사 속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거기에 있는 일주일 동안 오너 부인과 시장도 같이 가고 재미있게 지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같은 돈을 내고 잠을 자더라도 오너가 인정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데와는 많이 다르다. ‘레이크 다이아몬드’는 마음 편하게 장기로 투숙하고 싶은 곳이었다. 나는 ‘레이크 다이아몬드’에 있는 게 좋아서 카트만두를 안 가고 돌아오는 날 아침 비행기 탈 때까지 포카라에 있었다. 포카라에서 비행기로 카트만두로 가서 카트만두에서 국제선으로 갈아탔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는 비행시간이 18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인생 최단 비행이었다.
아래 사진은 페와 호수이다. 떠나는 날 아침에도 산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