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iya(kohui) 2020. 1. 3. 23:06

2014/01/05 겨울바다 1

 

오늘 동경은 비교적 흐리고 추운 날씨였다. 최저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니 아주 추운 날에 속한다. 오늘은 일찍자서 내일이 되면 짧았던 겨울방학도 끝내야지. 결국 오늘까지 전혀 일을 안 하고 탱자 탱자 놀았다. 나는 언제 철이 들라나 모르겠다.

3, 4
일 이틀에 걸쳐 겨울바다를 보러 갔었다. 겨울바다가 그리웠다. 바다가 그리워서 요새 바다색 베스트를 입고 지냈지만, 그리움이 치유되진 않았다. 그리움도 일종의 병이라니까, 홈시크라는 말이 있듯이… 겨울바다가 절절히 그리웠다. 겨울바다에 좋은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울에는 하늘이 흐리니까, 바다도 하늘의 빛을 받아서 어둡고, 무겁고 거칠어진다. 바다를 상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좋은 계절이 아니다. 그래도 단순히 아름답지 않은 겨울바다이기에 바다를 상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미지에 겨울바다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다를 상대로 일을 한 경험이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성장한 사람이 갖는 환상이지만, 어쩐지 그렇다. 겨울바다에 더 많은 표정이 있는 것 같은…

3
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다. 짐은 대충 전날에 쌌는 데, 하룻밤을 자도 외박에 필요한 도구들이 있다. 짐을 끌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가 그렇게 먼길은 아니다. 그러나 가기가 불편하다. 간단히 말하면 두 가지 길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것과 배를 타는 방법이다. 시간이나, 비용은 크게 차이가 없다. 지난 번에 갈 적에는 가는 길에 기차를 탔고 오는 길에 배를 탔다. 배를 타고 감격했다. 다음부터는 배를 타고 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겨울바다가 그리웠던 것은 정말로 겨울바다가 그리웠는지, 아니면 배를 타고 오고 가면서 떠올랐던 수없이 배를 탔던 오랜된 기억의 여정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런데, 3일 날 본 겨울바다는 따뜻한 날씨에 파도도 없고 잔잔히 평온한 바다였다. 마치, 가벼운 관광이라도 가는 것 같이 천연덕스럽게 늘어진 표정이었다. 겨울바다도 날씨에 따라 수많은 표정을 나타낸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타서 페리를 타는 역에 도착했더니 어중간한 시간이다. 부두로 가는 버스도 페리 시간에 맞춰서 있다. 요코하마에서 프랑스빵이 맛있다는 빵집에서 갓 구워낸 빵도 사고, 시간이 남아서 유니클로에 들러서 긴 다운코트를 샀다. 아주 콤팩트하게 접어지는 것이라, 계절이 정반대인 곳으로 여행할 때 편할 것 같다. 우선은 1월 하순에 호주로 떠날 때 속에는 여름옷을 입고 이 코트를 입으면 되겠다. 평소가격보다 2천 엔이나 싸다

부두로 가는 버스를 타서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표를 왕복으로 샀다. 그리고 페리에 타서 위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다. 시야가 넓은 쪽으로 앉는다. 페리가 출발할 때에 보니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반짝 빛난다. 바다가 빛을 받으면 상태에 따라 아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오랜만에 바다가 빛을 받은 표정을 보니 기쁘다.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기억보다 특별히 아름다운 것은 아니나, 반가움이 있어서 그런지 사랑스럽게 보인다. 작은 감동이다

그 빛은 페리가 천천히 앞을 향해서 나가도 각도를 달리하면서 바다와 더불어 따라오다가 저만치서 등대와 같이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겨울바다 너 좀 멋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