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제주도 사람들

서글픈 이야기

huiya(kohui) 2020. 1. 3. 23:10

2014/01/06 서글픈 이야기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바람이 센 약간 추운 날이었다. 창문을 꽁꽁 닫고 집안에서 지내면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다. 겨울방학이 끝나는 주라서 정상영업 체제로 들어간다. 그동안 허리를 삐끗했다는 핑계로 쉬고 있던 요가도 오늘 아침부터 다시 시작했다. 몸이 많이 굳어져서 감각이 둔했다. 이불과 담요, 베개를 햇볕에 말린다. 그리고 연한 색 빨래를 돌렸다. 목욕탕 청소도 하고 창문들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보통 겨울에도 날씨가 좋으면 오전에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지낸다. 특히 아침나절에는 자다가 깬 상태의 옷차림으로 베란다에 이불을 널고 다닌다. 잘 때 입는 옷은 반소매에 반바지다. 오늘 아침은 반바지에 탱크톱으로 다녔다. 따뜻한 이불에서 나온지라 아직 추운 줄 모르고 다니는 것이다

오늘부터 일을 할 작정이었는 데, 연말에 학교에서 채점할 걸 안 가져온 것 같다. 아까 알았다. 한숨이 나온다. 올해도 일을 하면서 먹고 살라나? 심히 의심스럽다

점심때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산책을 같이 나가자고, 그 전에 와서 차를 마시라고 한다. 나도 친구에게 돌려줄 책도 있었고 치바에서 가져온 선물도 있는지라, 4시 전에 갔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서 산책을 하려고… 친구가 좋아할 선물은 민단에서 준 치마저고리를 입은 예쁜 탤런트가 있는 달력과 옆집에서 따온 킨캉이었다. 친구와 차를 마시고 바람이 불어서 추워도 산책을 했다. 나의 수다는 거의 치바에서 경험을 한 것이었다. 겨울바다를 만나러 간 곳이 치바였다


3
일에 갔더니 아는 분 형제들이 모였다. 형제와 그 상대와 친척도 아닌 나 같은 사람도 끼었다. 형제분들과는 10여 년 전에 뵌 것 같다. 신년회 겸 아는 분 70세 생일을 축하하는 모임이라는 것도 거기에 가서 한참 진행이 돼서야 알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는 분이 자연산 전복 두 개와 해삼 큰 걸로 하나, 대합을 열 개 산다. 전복도 해삼도 오랜만에 본다. 여동생이 음식점을 하는 셰프라서 미리 준비해온 재료로 준비가 척척 진행된다.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치우고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기서 형제들이 앉아서 하는 말을 들었다

막내 남동생이 돌본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같이 왔다. 형제들이 남동생에게 자기 자식도 그렇게 돌보지 않았을 텐데, , 그것도 귀엽지도 않은 나이먹은 남자를 잘 돌보고 있다고 너를 다시 본다면서 칭찬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50 가까운 아저씨였다. 중학생 때 본드를 너무 많이 흡입해서 뇌에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혼자서 생활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말을 하지만, 우리는 그 말을 못알아 듣겠다. 남동생은 다 알아듣는다. 오늘은 상태가 아주 양호한 편이란다

형제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어머니가 막내 여동생이 야간 중학에서 가르치던 할머니 학생이었단다..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가깝게 살아서 형제들이 도움을 준 모양이다. 할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 데, 마지막까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재산이 좀 있어서 유언으로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남겼단다. 그리고 막내여동생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돌아가셨단다. 할머니 장례도 형제들이 힘을 모아서 치르고 그런 인연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형제들이, 남동생이 전담해서 돕는 입장이 되었다. 두 번째 여동생네 이층에서 같이 사는 모양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재산을 남겼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형제들이 그 재산을 노려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돌본다고,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얼굴을 보이지 않은 친척들에게 전화했단다. 조심하라고. 남동생은 남이 어떻게 그 재산을 가로챌 수가 있느냐고 불가능하다. 그리고 친척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제대로 돌봐준다면 재산과 세트로 언제든지 데려가라고 한다.  자신이 하는 것은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차원이다. 도시락을 하나사도 영수증을 첨부해서 관리한단다. 그 걸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형제들과 변호사가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내용을 모른다

두번째 여동생이 남동생에게 묻는다. 현재 어떤 일을 해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냐고, 남동생은 현재 직업이 없다. 좋은 일이 하나 있었는 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돌봐야 해서 일을 못한다. 같이 사는 파트너의 수입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여동생이 남들이 그 걸 믿겠냐고, 특히 너는 인상이 험상궂어서 착한 일을 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는 걸 알라고… 사실이다. 당당한 체격과 인상이 문제다. 남동생은 자기가 하는 일은 인간적으로 당연한거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고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형제들은 요새 세상이 어떤 데,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변호사에게 관계자를 모아서 오해가 없게 설명하라고… 그리고 정말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시설에 보내지 말고, 인간적인 생활을 보낼 수 있게 같이 생각해 달라고… 친척들의 관심은 재산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간적인 생활이 아닌 것이다. 남동생은 그동안 같이 살면서 관찰을 통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약도 병원에서 주는 대로 그냥 먹이는 게 아니라, 상태에 따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가급적이면 약을 적게 먹이고, 특히 극약은 먹이지 않는 게 좋단다. 병원에서 너무도 성의없는 진찰에 대해 분개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화장실에 갈 때도 같이 가서 일을 본 뒤에 뒤처리를 한다. 한 번은 그 걸 모르고 있다가 화장실을 더럽혔다고, 말없이 청소하러 간다. 내가 보기에도 특별한 관계다. 화장실까지 같이 가서 뒷처리를 하고 목욕탕에 넣어서 씻기고 어려운 일이다. 요즘은 아주 깨끗해졌다고 한다. 남동생이 매일 씻기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말을 잘듣는다고 귀엽다고 한다. 아무래도 남동생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돌보면서 정이 든 모양이다

친척들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가지고 전화라도 한 번 했느냐고, 가까운 데 사는 친척이 도시락이라도 한 번 사다 줬느냐고 남동생이 분개한다. 난 어떤 오해를 받아도 괜찮은 데, 장애를 가진 사람이 불쌍하다고… 맞는 말이다. 그런 친척들에게 맡길 수 없단다. 진심 어린 애정이다

내가 어렸을 때 제주도에서 보면 혈육이 아닌 사람이 같이 살고, 돌보는 일이 허다했다. 친척이 아닌 사람도 제사/명절을 같이 지내는 일도 보통이었다. 재일 제주도 사람들도 그런 삶을 살았었다. 형제들의 대화는 제주도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이다. 그러나 세상은 무섭게 각박해졌다. 사람이 사는 인정이 아닌 돈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보게 된 것이다

인정을 중심으로 사는 인간관계의 증명은 어렵다. 흑심이 없다는 걸, 어떻게 해야 증명이 되는지… 서글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