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Bank Festival
2014/02/12 West Bank Festival
오늘 캔버라는 구름이 잔뜩 낀 너무도 좋은 날씨다.
여름에 구름이 끼여 있으면 그만큼 태양이 덜 쪼인다는 의미에서 아주 아주 좋은 날씨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구름이 사랑스럽다. 특히, 여름에는...
내가 사는 집주인 마리아, 나에게도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친구 마리아가 있었는 데, 부산에 산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도 부산에서 살고 있을까? 성당 세례명이 마리아인데, 그냥 이름으로 썼다. 여동생 이름은 노사였다. 집주인 마리아에게 돌아가자. 요새 나는 그냥 퍼져서 먹고, 쉬고, 먹고를 거듭하고 있다. 내 뱃살이 너무도 걱정이 되나, 먹을 때는 그런 걸 잊는다. 그러니까, 먹고 살이 찐다는 것이다. 음식을 집에서 주로 만들어서 먹는다. 요전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고 케익을 만들었다. 소박한 꾸밈의 케익을 만들어서, 손수 배달까지 같이 갔다. 요새, 하는 일도 없이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다. 이러니 뱃살동네가 중점적으로 발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일단 집에서 나와서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 끼니도 걸러가면서 한다. 결국,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몰아치기라는...
며칠 전에 West Bank Festival을 주관하는 사람을 따로 만났다. 처음에 만날 때는 친구가 같이 가줬다. 처음에 봤을 때, 솔직히 당황했다. 12시에 만나기로 해서 집으로 찾아갔더니, 그 더운날에 아직 자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옷을 입고 나왔다. 다시 만날 때도 런닝셔츠에 자전거를 타고 방수막 같은 걸 뒤에 실어서 왔다. 내 전시회가 열릴 장소 Alliance Francaise에 가서 장소와 웍숍 할 교실을 확인했다. 방수막을 다른 페스티벌을 했던 사람들에서 얻었다는 가구를 덮어서 끈으로 묶었다. 나와 커피숍에 가서 다른 중요한 사항에 관해서도 합의를 봤다. 그런데, West Bank Festival이 열릴 장소를 알리는 간판을 자기가 다 손으로 그렸다. West Bank (Music) Festival이다. 말을 들어보니 참가하는 밴드 만도 50이란다. 자꾸 15가 아니라, 50이냐고 되물었다. 피프티가 아니라, 피프틴이 아니냐고...세상에 그 일을 혼자서 한다. 물론 같이 협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혼자서, 거기에다가 장소를 알리는 그림까지 그린다. 나는 처음하는 일이라, 불안한 점이 많다. 그러나, 여기 사람들이 일을 하는 방식을 조금은 알고, 신뢰를 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완전 로컬에서 하는 이벤트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손으로 하는 걸 보니,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겉보기와는 달리 완전 건전한 사람이였다. 솔직히 겉보기는 마약이나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의 편견이다. 아주 깔끔한 그러나 마약을 하는 사람도 안다. 까발릴 필요가 없기에 쓸 일은 없지만... 자기는 비주얼 아트를 공부했지만, 오가닉농장에서 살았다고, 30살 때에 음악을 하기로 결심해서 지금도 주최를 하면서, 밴드활동도 하고 있단다. 지금 몇살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아마 40대?
West Bank Festival에서는 사람냄새가 난다. 그의 땀냄새와 손으로 만들어가는 퇴비냄새, 캔버라의 마른 풀냄새에 유카리프스의 냄새에 커피와 알콜냄새, 친구의 정원에서 나는 생명력의 생기와 비릿한 냄새가 겹쳐진다. 마리아네 마당에서 따온 토마토의 냄새도 있다. 이런 냄새가 나는 축제를 만나기가 힘들다. 돈으로 해결하는 반짝이는 화려함이 보이지 않는 동네잔치를... 아마,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렇게 축제를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내 작품이 아주 섹시하고 특별하단다. 깜짝 놀랐다. 숨막히는 세상에 숨 쉬자고 숨구멍을 트다보니, 그 게 섹시함이 되었다는...그래서 알았다. 남자들이 내 작품을 보고 뻑가는 이유를...나에게 뻑간 것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래서 패션쇼에서 모델에게 속에 아무것도 안입고 섹시함을 강조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다. 거절했다. 모델에게 부탁을 못한다고...사실 내게 용기가 없는 것이지만... 여성의 섹시함은 남성을 위한 것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섹시함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본다.
내가 할 부분이 어젯밤에 대충 정해졌다. 작품전시는 금요일 저녁 6시에서 일요일 저녁 6시까지 Turner에 있는 Alliance Francaise에서 한다. 같은 장소에서 금요일 밤 9시 55분부터 10분간 브라스밴드의 연주를 배경으로 패션쇼를 한다. 토요일이 메인으로 5시에 웍숍, 한 시간, 다음에 패션쇼가 6시부터다. 패션쇼 모델화장도 내가 해야 한다. 대충 이미지를 정하고 화장연습을 한번 했다. 금요일 모델은 정했는 데, 토요일 모델이 한 명 부족하다. 어디서 구하지... 오늘 저녁에 모델과 연습을 한다. 어젯밤에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달라는 것도... 나도 내일부터 작품을 반입하고 설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장소가 프랜치클럽이라는 곳이다. 내가 대학원생 때 처음 웍숍에 불려갔던 곳도 동경의 프랑스문화원이었다. 우연일까, 뭔가가 겹친다.
음악페스티벌로 기본적으로는 입장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 패션쇼에는 무료입장이다. 웍숍도 무료다. 내가 그렇게 원했으니까...웍숍에 참가하실 분은 뜨개바늘과 실을 가져오셔야 한다. 캔버라에 사시는 분 놀러오시길 바란다. 나의 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