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전
2016/02/13 무라카미 다카시전
오늘 동경은 날씨가 갑자기 확 따뜻해졌다. 최고기온이 무려 10도나 껑충 올라갔다. 오늘 최고기온이 21도였다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도 최고기온이 24도, 최저기온이 12도란다. 오늘 쇼핑하러 역 근처에 갔더니 옷을 얇게 입고 갔지만, 더워서 땀이 났다. 날씨가 따뜻해서 좋지만, 갑자기 확 너무 올라서 몸이 쉽게 피곤해지는 면도 있다.
어제 오후에는 동료와 약속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 동료는 나가노에서 일부러 온 것이다. 둘이서 록퐁기 모리미술관에서 열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전을 보러 갔다. 신쥬쿠에서 만나서 도에이 오에도선을 타고 갔다. 나는 도에이 오에도선을 타는 걸 싫어한다. 우선, 전철을 타러 가기까지 거리가 길고 노선도 요상하다. 같은 노선, 같은 방향인데, 한 정거장 가서 갈아타야 해서 헷갈린다. 이해하기 힘든 설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이런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 타면 안되는 노선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는다. 그 전 날은 신용카드를 쓰면 포인트가 모아져서 연도가 끝날 무렵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게 해놔서 신청하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포인트를 내주기 싫어서 어렵게 설정을 했다면 이해가 간다. 요새, 이렇게 쓸데없이 불편한 일이 많다. 인간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스템과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난무한다. 도에이 오에도선은 록퐁기에 도착해도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한참을 가야 한다. 그래도 동료와 같이 수다를 떨면서 가서 다행이었다.
모리미술관에 도착했더니, 입장권 사는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오, 노! 지난 번 미쓰비시 이치고간미술관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모리미술관에서도 불쾌한 일을 겪을 것 같아 두려웠다. 다행히도 우리는 초대권을 가진 사람이라, 줄 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안내받아 싹 통과했다. 그리고, 모리미술관으로 직행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순식간에 52층에 도착, 아주 순조롭게 무라카미 다카시전에 입장했다. 모리미술관 사람들이 일을 잘 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현재 세계적으로 성공한 팝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한다. 일본에서 인기로는 쿠사마 야요이와 쌍벽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일본의 서브 컬쳐인 만화와 접목시킨 작가로 일본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쿨제팬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오백나한도전이라는 명칭이다. 초대권을 봤더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무라카미 작품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아주 유명한 작가이지만, 사실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입장하기 전 입구에 서있는 것이 불경을 읊는 자신의 입상이었다. 너무 리얼해서 눈이 마주치고 손이 살아있는 사람 피부처럼 보였다. 얼굴이 갈라진 걸 보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 다른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처음에 본 원이 그려진 작품을 보니 불교적인 느낌이 난다. 바탕은 해골이 겹쳐진 캔버스를 쓰고 있는 것이 무라카미풍이다. 오백나한도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나눠져 있지만, 굉장한 대작이다. 화려한 색상을 많이 쓴 작품으로, 전혀 일본적이지 않은 것 같으면서 아주 일본적이다. 독특하다. 금색 조각들도 있었다. 오백나한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것에 자극을 받아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설명하기가 어려우니, 설명은 생략한다.
전시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분위기가 참 좋았다. 내가 전시장에 들어가서 깜짝 놀란 것은 사람들이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이다. 카메라를 잊고 간 것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었다. 전시장에는 외국인이 참 많았다.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고 작품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편한 분위기였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상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편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미술관의 실력이며 수완이다. 모리미술관은 일을 엄청 잘하는 것 같다. 전시를 즐기고 친구에게 줄 선물로 기념품까지 사서 나왔다. 밑에 내려와서 다시 가게에 들러 파는 걸 봤다. 모리미술관이 장사를 아주 잘하는 것 같다.
동료와 둘이 히비야선을 타고 에비스로 와서 신오쿠보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중에는 맥도널드에 들러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신주쿠역에서 헤어졌다.
설령, 도에이 오에도선을 타는 것이 싫고, 록퐁기역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게 멀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모리미술관이라면 다시 가도 좋을 것 같다. 그 걸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 초대권을 준 동료에게 고맙다고 메일을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오백나한도가 참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모리미술관도 일을 잘하는 미술관으로 기억하리라. 지난 번에 갔던 미쓰비시 이치고간미술관은 가면 안되는 곳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사진은 전시회에서 가져온 것과 산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