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 산책 1
2015/03/12 가마쿠라 산책 1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도 낮지 않았지만, 바람이 쌩쌩 불어서 체감온도는 추웠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과 만나기로 해서 가마쿠라에 다녀왔다. 가마쿠라 절에 있는 산소에 같이 갔다가 둘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오래 알고 지내던 분이 돌아가셔서 아들이 가마쿠라에 있는 엔카쿠지라는 절에 산소를 쓴 것이다. 기타가마쿠라에 내리니까, 바로 그 앞에 절이 있었다. 오늘은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날이라, 절 입구에서는 후쿠시마산 야채 등을 팔고 있었다.
집에서는 날씨가 맑아서 추운 줄 몰랐지만, 산에 갈 것이라 옷을 따뜻하게 입었다. 밖에 나갔더니 바람이 세서 옷을 따뜻하게 입은 게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나가는 외출이라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엔카쿠지라는 절은 처음 갔는 데, 아주 큰 절이었다. 오늘은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날이었다. 우선은 산소에 가서 비석 등을 깨끗이 청소하고 꽃을 꽂고 향을 피웠다. 산소는 거의 맨 위에 있어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뒤로는 산이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절에 피어있는 꽃을 관리하시는 분께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같이 간 사람도 산에 자주 다녀서 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관리하시는 분이 히나인형 전시회에 가라면서 입장권을 주셨다. 가까운 곳에 중국 운남에서 왔다는 화려한 동백꽃과 진귀한 수선화도 피어 있었다.
엔카쿠지를 산책해서 안으로 가서 차를 마셨다. 차와 과자가 나왔다. 한 잔에 500엔, 차실도 있었다. 볕바른 곳에 앉아서 둘이 차를 마셨다.
한 쪽에 안녕이라는 차를 마시는 곳도 있었지만, 거기는 들어가지 않았다. 국보라는 범종이 있는 곳에도 갔다. 엔카쿠지를 나와서 가마쿠라를 향해서 걷다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작아도 분위기있는 곳이라서 맛도 가격도 괜찮았다. 그리고 가마쿠라를 향해서 걸었는 데, 차가 우리를 향해서 달려와서 걷기가 피곤한 길이었다.
가마쿠라에서 가장 크다는 절도 앞만 지나고 쓰루오카하치망구를 지나서 보물관에 들어가서 히나인형을 봤다. 그리고 작은 절에 들어갔더니 시다래우메라는 밑으로 축축 처지는 종류의 매화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작은 절이었지만, 꽃들이 많아서 좋았다.
다음에는 같이 간 사람이 알고 있는 일본과자를 사러 갔다. 생과자를 보여줘서 예뻐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안된단다. 다른 과자를 많이 샀는데도 불구하고 거절하는 말투가 나쁘다. 같이 갔던 사람도 그 걸 느껴서 불쾌해졌다. 요새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같은 일이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나빠지면 급격히 피곤해지고 좋았던 것이 다 지워지는 느낌이 든다.
쓰루가오카하치망구로 통하는 산도라는 길이 공사 중이었다. 같이 간 사람 말로는 그 앞에 있던 벚꽃나무들이 다 잘렸단다. 즉 경관이 더 나빠졌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쇼텐가이라는 가게들이 많은 곳을 지나면서 아는 가게에서 어묵을 샀다. 한뺑과 가마보코의 중간맛이라는 걸 나에게도 사줬다. 오늘 점심과 차값은 내가 냈다. 항상 받고 얻어먹기만 하는 입장이라, 오늘은 내가 내려고 준비해서 갔다.
가마쿠라에서 전철을 탔다. 아는 사람은 거기서 그린석을 사서 신주쿠로 직행했고 나는 다른 전철로 집으로 왔다. 오늘 찍은 사진을 올린다. 매화의 계절이라, 매화를 중심으로 찍었는 데, 동백의 계절이기도 했다. 동백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녁으로 엔카쿠지 앞에서 산 떡과 어묵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