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캔버라생활

캔버라에서 만나는 사람들

huiya(kohui) 2020. 3. 22. 21:03

2016/03/18 캔버라에서 만나는 사람들

 

오늘 캔버라는 아침에 비가 왔다. 집을 나갈 때는 비가 쏟아졌다. 조금 있으니 비바람이 강해졌다. 오후에 다리를 건너면서 봤더니 호수의 물결도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바람이 아주 강해서 나무가 뽑히는 줄 알았다. 저녁이 되어 햇볕도 비쳤지만, 싸늘해졌다. 아주 변화가 심한 날씨였다. 가을이 들면서 비가 오고 날씨가 점점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햇볕의 강렬함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머물고 있는 집에서 지내면서 책을 읽었다. 오랫만에 집중해서 두꺼운 책을 한 권 읽었다. 좋은 책이어서 열심히 읽은 보람이 있었다. 어젯밤에는 일찌감치 11시가 되기 전에 자기 시작했다. 왠지 그냥 일찍 자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세상에 10시가 넘었다. 12시간 정도를 잔 것이다. 자다가 깨다가 꿈을 꾸다가를 반복했지만, 그렇게 길게 잠을 잔 이유를 모르겠다. 그동안 피곤했는지, 아니면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그랬는지, 비가 와서 인지 모르겠다. 오전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전에 알던 친구를 만났다. 못 본 사이에 아이가 두 명이나 태어나서 커가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도 조금은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나를 보고 “어쩌면 그렇게 변함이 없으세요”란다. “웃기지마, 변함이 없을 리가 없지”. 그러면서 웃었다. 외모에 변함이 있고 없고 가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변함없이 현재와 미래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반가웠다.

저녁을 먹고 여기서 알게 된 사람을 만나기로 해서 캔버라의 새로운 명소라는 뉴 액톤의 니시 캘러리에 갔다. 내일은 큰 행사가 있는데, 오늘 작은 오프닝이 있어서 갔다. 아는 사람이 나를 작품들 앞에 세우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다. 긴장을 한다. 그래도 찍는다니까, 하는 수 없이 사진을 찍었다. 아들이 스무살이 넘었다는데, 전혀 연령이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오늘 니시 갤러리에 대작을 전시한 아티스트와 꽤 오래 같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알려줬다. 둘이 중학생처럼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런 건 중학생들이 하는 게 아니냐고… 다른 분들은 품위 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둘이 물을 흐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

갤러리에서 요전에 길에서 만난 조각을 전공하는 학생을 만났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전시회에 왔었다네. 세상은 좁아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일이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오늘이 토요일인 줄 알고 있었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구나,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 가까이에 왔을 때, 오래된 친구인 Elva에게서 전화가 왔다. 페북에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연락이 없어서 이번에 못 만나고 가는 줄 알았다. 여동생인 Maria도 같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요즘 집안에 일이 생겨서 바빠서 같이 만날 수 없단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자기네 집에 와서 식사를 하자고 초대를 받았다. 토요일에는 다른 약속도 있다니까, 일요일로 하잔다. 일요일에 나를 데리러 온다고… 전시회가 끝나고 시드니로 돌아갈 예정을 잡았다. 시드니로 가는 날까지 집중적으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일본에 갔던 후배도 돌아왔다고 월요일에 보기로 했다. 어디론가 가고 와도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짧게 남은 캔베라의 일정을 즐기고 싶다. 내일 오전에는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마켓에도 가야지…

사진은 아는 친구네 집에서 찍은 것이다. 저 산에도 한 번쯤 올라가려고 했는데.